글_김소이/ 사진_공감만세
나에게 이번 여행은 ‘믿음’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보다 어릴 적, 나는 ‘믿음’이라는 단어를 보고 어떤 뜻인지 잘 몰라서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더 정확한 뜻을 원해 한 번 더 찾아보았다. 사전에는 오직 말 그대로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라고 적혀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믿음은 비슷하나 조금 다른 뜻을 가진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꽈우끼우 마을과 그곳의 학교를 통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곳 나꽈우끼우는 ‘마을’이라는 표현이 정말 적당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대전, 더 작게는 서구 월평동 등은 마을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맞지 않다. 왜일까? 우리는 현재 아파트나 주택이나 상관없이 이웃집을 대부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물론 자주 놀고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은 서로 조금씩의 경계심을 마음에 두고 산다. 내 친구는 자전거를 도둑맞은 적이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아파트 계단에 자물쇠를 잘못 걸어놓았던 것이다. 나는 이 외에도 많은 사건들을 통해서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자물쇠를 잠그지 않은 친구의 탓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이유로도 우리 사회에서는 믿음이 부족하고 서로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 나꽈우끼우 마을은 달랐다. 서로서로 불이익은 감싸주고 행복을 나누며 도움을 주는 형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 2월 25일 화요일 아침, 나와 내 홈스테이 룸메이트 지우는 매쏨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에 갔다. 그리 멀지는 않았다. 도착해서 오토바이에서 내리는데 나는 무언가 이상했다. 매쏨이 오토바이를 잠그지 않고 시장에 바로 들어간 것이다. 몰론 아직 밖이 어두워 물건도 사람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랐다. 돌아보니 다른 오토바이들도 모두 잠겨 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서로 믿음이 있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들과 사건에 비교하면 나에게는 매우 놀랄 만한 일이었다. 우리동네에서 보고 배운 느낌으로 ‘오토바이를 잠그지 않으면 누가 가져가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있기에 서로서로를 믿고 의심하는 일도 거의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곳보다 믿음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서로서로를 의심하고 '자칫 잘못하다가 자신이 불이익을 얻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항상 지니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불편한 사회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꽈우끼우에서는 3박 4일 동안만 지내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하는 믿음이 무언가 달랐다.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사람들이 와도 ‘이 사람들은 나를 해치거나 나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처음 한국어를 가르쳤던 학생들이 다음 날 장난도 쳐주고 아는 척, 친한 척도 좀 해주었던 것 같다. 홈스테이 가족 또한 처음에는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서로 손짓, 발짓을 총 동원해 의사소통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갔기에 우리도 한 마을에 사는 가족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이처럼 서로가 한 마을을 이루고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믿음’이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사전적 의미인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의 기분을 풀어주며, 긴장이나 경계심 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편한 마음을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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