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초령/ 사진_공감만세
이 여행을 시작한 첫날, YMCA에서 태국에 관련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원래 그런 설명을 좋아하지도 않고 딱히 관심도 없어서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피요의 단 한 마디, 확실히 기억하는 말이 있다. “Keep Smilling.” 이 때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상대방이 웃어주면 나도 웃지 뭐, 이런 생각을 대충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게, 조금만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웃는 게 진짜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냈다.
나는 평소에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른 경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들 덕에 여행을 많이 다녔다. 특히 공정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공정여행에서는 ‘홈스테이’를 많이 하고 그만큼 여행에서 비중이 크다. 그렇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 또한 홈스테이다. 내가 필리핀에 갔을 때도 영어를 잘 못해서 힘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이 안 통하는 내가 불편했었을 홈스테이 가족은 마지막 날 함께 울고 슬퍼했다. 비록 말이 안 통했지만 나는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찡그리지 않기가 내 나름의 원칙이었다. 그래서 가족들도 날 좋아해주고 정도 든 것 같다. 이 경험을 떠올리자 웃는 것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을로 들어갔다. 온 마을 사람들이 마중 나오셨을 때, 한 분 한 분 웃으며 인사를 드렸다. 또 마을을 그냥 걷다가도,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아줌마, 텃밭에 물 주는 아저씨, 장 봐오시는 할머니께 눈을 맞춰 웃었다. 딱히 인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웃었다. 그리고 그 분들이 나를 기억해줬다.
우리가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웃는 게 진자 유용했다. 낯을 가리며 쭈뼛쭈뼛하는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며 최대한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조금 지나고 아이들과 바로 친해질 수 있었다. 같이 간지럼도 태우고, 얼굴에 밀가루도 묻히고 머리도 묶어주고 아이스크림도 먹여주고…. 인기가 많아진 기분이었다. 그 끈적끈적하고 더운 날씨에도 모두 내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이 또한 내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 것도 아니고 오래 알고 지낸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이름을 불러준 것도 아니다. 난 그저 눈을 마주치고 웃었을 뿐이다. 그러고 자연히 친해졌다. 웃음은 모든 것의 첫 걸음이다.
이 글을 보면서도 “나는 웃는 게 안 예뻐서 안 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웃음의 중요성을 깨달은 나도 웃는 얼굴이 가장 예쁘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면 진짜 나와 안 친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형식적이라며 싫어한다. 그런데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웃으면 사람들이 다가와서 내 주위가 북적거린다. 오히려 그것이 예뻐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아니, 사람들이 예뻐 보이기를 원하는 건 인기가 많기 위해서, 즉 주위에 사람이 많기를 바래서니까 웃으면 다른 의미로 예쁜 것 아닐까? 그러니 예뻐보이기 위해 웃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 웃으면 자연스레 주위에 사람이 많아지니까!
만약 공정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위의 긴 내용보다 이 말을 기억한다면 여행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Keep Smi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