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배윤상/ 사진_공감만세
태국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 걱정에 잠을 못 이뤘다.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나는, 그 곳 생활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랬기에 더 불안했고 걱정했다. 쌌던 짐을 풀었다, 다시 싸다를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나의 6박 8일 봄날이 시작되었다.
처음 나꽈우끼우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의 모든 주민이 나와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너무나도 큰 환영식이었고,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해서 너무 감사했고 즐거웠다. 각자의 집배정이 주어지고 3박 4일 동안 가족이 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영어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태국어라곤 나눠준 종이에 써있는 것 뿐이니, 몸짓, 솟짓을 총 동원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첫날에 나누었던 대화는 어려웠지만, 마지막 날에 가까워질수록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여러 봄날이 지나고 마지막 날 저녁, 한국어 교실을 진행하며 내 또래인 태국 친구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친구와 페북 아이디를 공유하고 채팅을 했는데 네트워크 접속이 끊겨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답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고, 그 친구가 답장을 받지 못해 기분나빠 할 것 같아 미안하고 걱정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가 학교가기 전에 웃는 얼굴로 우리집에 왔다. 그리곤 선물이라며 예쁜 팔찌를 주고 갔다. 그 순간 갑갑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풀렸고, 속 좁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침 날씨는 쌀쌀했지만, 덕분에 나는 봄날이었다.
이곳 생활을 하며 행복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항상 웃었고, 외국인인 나에게조차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항상 친절했고 유쾌했다. 이들과 함께한 3박 4일은 너무 행복했다. 마지막 날 도서관 꾸미기를 하면서 한국 학생들이 보내온 우편엽서를 봤다. 내용은 대부분 태국아이들이 불쌍하다, 힘내라 등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동정의 표현들이었다. 그것들을 읽으며 너무 화가 났다. 이곳 사람들은 충분히 너무 행복하고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불쌍하다니…. 이곳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이곳 환경은 당신들이 사는 곳보다 안 좋을진 몰라도 당신들의 마음 속이 겨울과 봄을 오갈 동안, 이곳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따뜻한 봄이었다고. 이곳 사람들은 그들만 봄인 게 아니라 주위사람들도 항상 봄으로 행복하게 만든다고, 그것을 모르는 당신들이 불쌍하다고.
3박 4일 나꽈우끼우 마을살이를 하며 덥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행복했다. 겨울이었던 내 마음이 봄이 된 것 같다. 이곳에서 얻은 따뜻한 마음이 식지 않게 한국에서도 늘 웃고, 친구들, 가족들, 이웃들에게 봄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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