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해왔던 공정여행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우린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에 공정했던 것 같다. 이 순간이 라면을 받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여행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
- 필리핀 여행학교 참가자 박*은
2016년 1월 20일 수요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수요일. 모두 우비를 쓰고 이푸가오 평화 도서관에서 책들의 이름, 권수, 번호를 종이에 적는 일을 했다. 누구 한 명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뿌듯했다.
점심은 각자 홈스테이에서 먹었는데, 우리 홈스테이에서 치킨을 해주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후라이드 치킨이었을 것이다. 마치 가뭄에 단비가 오는 것 같았다. 루스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원하는 음식도 물어봐주시고 불편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해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정말 불편한 것 없이 최고였다. 우리 홈스테이가 와이파이가 안 터졌는데 핸드폰을 안하니까 가람, 다빈이랑도 친해지고 홈스테이 애들과도 더 친해질 수 있었다.
다시 도서관으로 갔는데 아이들이 있었다. 다같이 운동장에서 게임을 했다. 풍선을 발목에 묶고 터트리며 이리 저리 뛰다보니 친해져서 시간가는 줄 몰았다. 아이들이랑 놀 때는 여러 가지 복잡했던 생각들도 다 정리되고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공부 고민, 미래 고민으로 늘 힘들고 복잡했던 머리 속이 한순간에 정리되서 정말 행복했다.
다시 필리핀에 온다면 다시 아이들을 보고싶다. '그땐 그랬지'하며 얘기만 해도 즐거울 것 같다. 우리를 위해 쉬는 날까지 학교에 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다!
2016년 1월 21일 목요일
수많은 아이들이 있는 곳, 여기저기 푸르른 풀과 나무가 있는 곳, 아마 천국이 있다면 이곳처럼 생겼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 간 곳은 나가카단 초등학교. 30분 정도 지프니 위에 타고 덜컹덜컹 가다보니 웅장한 계단식 논과 꽃, 나무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한국에서 보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서 놀라웠다. 하지만 이런 계단식 논이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이었고, 삶의 터전이었던 곳일 텐데 안타까웠다.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6년 1월 23일 토요일
지금까지 했던 공정여행에 대한 것을 종이에 적는 게임을 했다. 우리 팀이 많이 뒤쳐졌다. 일주일 가까이 공정여행을 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좀 스스로 부끄러웠다.
공정여행은 우리만이 아니라 현지인들도 공감하고 서로 교감하면서 하는 여행이다. 내가 그동안 알았던 공정여행을 말하면 이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공정여행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우린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에 공정했던 것 같다. 이 순간이 라면을 받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여행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
어쩌면 이런 순간이 내가 바랬던 공정여행의 순간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좋은 곳에서 자고 좋은 곳만 보고 지내는 자기만족 여행인 반면에 우리는 좋은 곳에서 지내고 보지만 현지인들과도 소통하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서로를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