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양홍석/ 사진_공감만세
내 생애 두 번째 공정여행인 태국 치앙마이로 향했다. 얼결에 엄마한테 떠밀려 갔던 필리핀과는 출발부터 달리 더 많은 준비와 정신 무장을 한 채 기분 좋은 설레임과 긴장감을 안고, 한 겨울에 따뜻한 남국의 풍광을 그리며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한 여행은 시작 되었다.
이론적인 정신 무장의 핵심은 「희망을 여행하라」(이매진 피스 임영신, 이혜영 지음) 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정여행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 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 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이라고 정의해주고 있다.
‘여행자만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 아닌 여행의 키워드로 묶인 원주민, 환경 그리고 지역 경제도 공정한 여행’이라는 가치아래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혀 느끼고 배우고 체득하는 것만 남은 셈이다. 벌써 여행의 반이 꽉 채워졌다는 충만감은 어디에서 온 것 일까? 숭고하고 가치 있는 여행을 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자부심-선의의 순수한 기쁨이라 믿고 싶다. (특권의식, 자만심- 검은 기운을 애써 짓누른다) 자, 그럼 태국치앙마이로의 공정여행을 떠나볼까?
1일차-치앙마이 첫눈에 반하다 오늘 새벽 마곡사에서 버스를 타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태국민항기의 비즈니스 에어를 탈것이다. 공정여행의 원칙은 여행을 하는 국가의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지 국적기를 타고 여행한다면 그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한명이라도 현지인이 더 고용됨으로써,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짐을 부친 다음 비행기에 탑승하러갔다. 탑승 전에 부모님께 전화로 인사를 드리고(괜히 목이 메려한다), 약 6시간에 걸쳐 태국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습함과 더움을 느꼈고 야자수들을 보면서 비로소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났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빠져나와 차를 타고 YMCA캠프로 향했다. 가는 도중 차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눈에 많이 띤다. 태국에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할 때 선물로 오토바이를 준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이라면 내가 어른이 되어도 오토바이를 타지 말라고 할 텐데, 여기 부모님들은 허락은 물론 오토바이까지 마련해 준다니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달리 자동차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차선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톨게이트의 형태도 어떤지 궁금하게 되었다. 여행은 이렇게 우리와는 다른 그 나라만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YMCA 캠프에 와서 텐트로 집을 짓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왔다. 점심은 다양한 국수로 먹어봤는데 우리나라 국수보다 맛이 다양했다. 면의 모양도 라면 모양, 당면 모양 이 두 가지를 다 먹어보았다. 먹는 것에 제일 빨리 적응되어 다행이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가 자게 될 텐트에 들어가 보았는데 두 명이 들어가기에 좁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부피의 짐이 차지하고 있고 너무 더워서 계속 땀이 났다. 모기들이 텐트 속에 들어와 있어서 밤에 잘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다시 차를 타고 도이스텝에 갔는데, 가는 길이 엄청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하여 차가 많이 흔들렸다. 절에 올라가는 길에 계단이 많이 있는데 보는 곳마다 개들이 있다. 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개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개를 키운다고 할 때 문득 개고기를 먹는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개에 대한 생각과 문화 마저도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황금 탑에 가서 모든 게 황금으로 지어진 것을 보고 근사함을 느꼈다. 그 곳에서 태국 사람들이 예불을 하는 것을 보니 매우 격식이 차려져 있는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고 태국의 야시장을 보러 갔는데 한국의 동대문 시장처럼 옷을 팔고 있었다. 야시장이라고 해서 태국의 먹거리 음식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아쉬웠지 만 그 곳 사람들을 보니까 즐거웠다. 집에 갈 때 밖에 친 텐트에 비가 들어 왔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지 스텝 분들이 실내로 옮겨 놓아서 다행히 비에 젖지 않았다. 그 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친절이 감사했다.
도이스텝에 갔다 와서 한국의 사찰과 다른 점을 생각해 보았다. 한국의 사찰은 목재로 지어지고 산 속에 있어서 순수하고 소박하고 고요한 느낌을 받았는데, 태국의 사찰은 금으로 도배되어 있고 치앙마이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외양과 약간은 번잡함이 느껴졌다. 공통점은 한국이나 태국 스님들의 부처님을 향한 숭고한 불심을 들을 수 있겠다.
2일차-카렌족 마을과 만나다. 우리 마을과 카렌족 마을의 차이점 우리 마을은 자동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카렌족 마을은 그렇지 않다. 우리 마을은 가스레인지나 전기를 사용하여 요리를 하는데 카렌족 마을은 불을 피워서 요리를 한다. 우리 마을은 집이 땅에 바로 붙어 있는데, 카렌족 마을은 땅에 기둥을 세워 집이 공중에 떠 있다. 이 모두는 자연 환경과 생활 방식, 기후, 문화에서 비롯된 차이점 일 것이다.
3일차-카렌족 친구를 만나다. 카렌족 마을 아이들에게 안녕? 친구들아! 난 너희 학교에 놀러온 홍석이라고 해. 내가 너희 마을에서 학교에 간다 하길래 가까운 곳인 줄 알았는데 걸어서 1시간쯤이나 걸려서 매일매일 이길을 따라 학교에 다니는 너희들이 엄청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 더구나, 평평한 길도 아니고 논을 가로 질러서 와야 하니 말이지.
학교에 오자마자 너희에게 줄 옷과 생활용품들을 주었는데, 조금이라도 너희에게 도움이 됐으면 했어. 우리가 입던 옷, 우리에겐 흔한 학용품인데도 너무나 좋아하는 너희들을 보니 새것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어.
너희들과 축구를 할 때 오랜만에 재밌게 땀을 흘리고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 처음에는 태국이라는 나라가 축구를 못하는지 알고 봐주면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매우 잘해서 놀랐어. 내가 페이스페인팅 해 줄 때 너희가 질서 있게 줄을 잘 서서 더 빨리 그릴 수 있었어. 내가 부족하지만 다 그려진 것을 보고 너희가 웃어 주어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어. 우리들이 옷과 생활품을 모아서 여러개의 상자를 한국에서 태국까지 가져오기 힘들었는데, 너희가 받으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참 뿌듯했어. 다음에도 밝은 너희 모습 또 봤으면 해. 건강하게 잘들 지내.
4일차-카렌족 마을과의 이별 카렌족 마을에서 마지막 날이다. 아침을 먹고 마을 지도 그리기를 하였다. 지도를 그리면서 미처 둘러보지 못한 집까지 볼 수 있었어. 그리고 이 마을에 슈퍼가 없는 줄 알았는데 5분쯤 거리에 2군데나 있어서 내가 약간 이 마을을 비하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았다.
지도 그리기 미션에 가정집에서 주민 열 분의 성함 알아오기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안 알려 주시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주민 모든 분들이 성함을 알려 주셨다. 그 때 나라면 처음 본 낯선 외국인이 나에게 이름을 물어오면 알려 주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아마도 나는 가르쳐주지 않았을 것이다. 카렌족 마을 사람들은 우리들이 잘 못 알아들었을까봐 2번씩 말해주셔서 친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마을을 떠날 때 홈스테이 가족 분들께 집에서 가지고 온 슬리퍼를 선물로 드리고 작별 인사를 하였다. 이곳에 왔을 때 집에 가고 싶어 이때만 기다렸는데 막상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신 분들과 헤어진다니 무척이나 아쉽고 서운했다. 우리에게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해주신 분들에게 가족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
YMCA캠프로 돌아와서 텐트를 치고 저녁으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이곳에 와서 먹었던 것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밥을 먹고 공정무역 백화점에 가서 공정무역의 설명을 잠깐 듣고 물건을 둘러보았다.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 백화점은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수공예품이나,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공정거래 무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현지인이든 관광객이든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들을 없애고,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이익을 정당하게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공정무역상품이 우리에게는 약간 부담되는 가격이었지만,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서그동안 잠깐 잊고 있었던 부모님과 동생에게 줄 선물을 기분 좋게 샀다. 역시 선물은 받는 것 보다 줄때가 더 좋은 것 같았다.
공정여행을 모두 마치고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고두환 선생님께 설명을 들을 때 가장 기억나는 말은 공정여행이란 건물을 막 지은 게 아니라 하나의 건물을 잘 되게 유지시키는 여행이라 하였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가 생각났다. 그 만화의 내용은 두 가족의 곰들이 있는데 한 곰은 자식에게 연어를 많이 잡아 주었고 다른 곰은 자식에게 연어 잡는 법을 터득하게 하였다. 어른이 되어 앞에 곰은 연어를 잡아먹을 줄 몰라 굶어죽고 뒤에 곰은 먹는 법을 알아 살았다는 이야기다. 직접적인 도움 보다는 그들이 꿈을 갖고 희망을 갖고 스스로 해나갈 수 기회를 주는 게 옳지 않나 그렇게 나는 받아들였다. 공정여행은 시간은 걸리지만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더 튼튼하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새롭게 만난 이들에게 베풀고 돕는다는 낯간지러운 자선보다는 원래 그들의 정당한 몫인 삶의 터전, 문화, 자연환경을 잠시 공유하고, 그들의 일부가 되어 소통하고, 여행 아닌 자연스런 또 다른 일상을 경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숙소, 음식, 불편 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고, 짧은 시간 완전하게 현지인으로 공감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만 나를 더 넓게 크게 바라 볼 수 있고 성장 할 수 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여행이었다. 편안함과 안락함에 길들여져 나태해지려 할 때면(빈도수가 잦아 탈이지만)이 번 여행을 떠 올리며 나 자신을 담금질 하려한다. 어느 새 한 뼘 더 커있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한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선사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