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공정여행 수기 당선작 - 아동청소년 장려] 지구와 공존하는 진정한 여행, 공정여행

  • 공감만세
  • 2013-12-16
  •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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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고사리 손으로 복원하는 세계문화유산

2012-08-01 ~ 2012-08-19

글_김승모/ 사진_공감만세

 

작년 7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를 도전하고 있는 15명의 청소년들이 필리핀 공정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여행’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현지인과 교류하고, 지구를 사랑하는 여행이다. 예를 들어 전용 버스보단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호텔에서 호화스럽게 자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같이 단란한 밤을 보내고, 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는 그런 여행 말이다. 사실 필리핀에 관광 오는 외국인 중 1위가 바로 한국인이다.

 

 

그 만큼 필리핀은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이 필리핀에 한번 왔다 갈 때 우리 뒤에서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수고가 뒤따른다. 깨끗한 호텔에서 자는 것은 객실을 청소해주는 사람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안전하게 버스로 이동하는 것은 운전사분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받는 봉급은 한국 사람의 절반도 안되는 돈으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기본생활을 할 여유조차 없이 사는 것이 필리핀뿐 아니라 다른 동남아 및 개발도상국 국가의 실정이다.

 

우리가 가는 공정여행은 우리의 작은 불편으로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윤택해지길 바라며 떠나는 여행이다. 우리나라 항공사가 아닌 필리핀 항공사의 비행기를 탐으로써 현지인이 한명이라도 더 고용될 수 있고, 우리가 못 쓰는 학용품 등을 나누어 쓰면서 학용품이 없어 제대로 공부조차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첫 날 우리가 묵었던 호텔도 역시 공정여행의 일부로 필리핀 국립대 안에 있는 호텔로 우리가 묵을 때 냈던 돈은, 돈이 없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공정여행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마 일반 호텔에서 비싼 돈을 주고 잤을 것이고, 그 이익은 모두 현지인들에게 보다는 그냥 호텔유지비로 쓰였을 것이다. 첫 날은 산티아고 요새 등을 방문해 400년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았던 필리핀의 슬픈 역사를 짧게나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3일째 되던 날 우리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를 벗어나 버스로 약 8시간을 달려 루손섬 북쪽의 자치구 이푸가오의 작은 도시 키앙안에 도착했다.

 

 

이곳 키앙안에서의 첫날밤은 정말 따뜻했고 좋았다. 홈스테이 엄마께서 해주셨던 밥들도 다 우리입에 딱맞고 그분께서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셨던 친절까지도 다 감사하게 느껴졌다. 키앙안에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산으로 들어가면 이푸가오 계단식 논이 있다. 정말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이푸가오의 문화유산 계단식 논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계단식 논들을 다 이어 놓는다면 지구 반 바퀴 정도 된다하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위대한 문화유산이 개발로 인해 점차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로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돌쌓기, 흙나르기 같은 작업을 도와드렸다.

 

비록 들이닥친 관광객들로 인해 파괴될대로 파괴된 계단식 논이지만 우리 같은 공정여행가들과 필리핀의 계단식논 지킴이 SITMO(Save The Ifugao Terraces Movement)로 인해 지역주민이 힘을 얻어 계단식 논 훼손이 조금이라도 느려지길 바라면서 우리는 마닐라로 가는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5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우리가 복원했던 세계유산. 계단식 논의 장엄한 풍경, 그리고 그곳의 친절한 필리피노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던 것 같다.

 

 

그들에게 우리가 그저 이곳에 관광 온 관광객일지 아니면 멀리 타지에서 와 기꺼이 복원작업에 참여해준 고마운 외국인들일지는 아마 우리 손에 달렸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큰 여운을 남긴 여행이었다. 이번 공정여행에 참가함으로써 지구가 이렇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았고, 한국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자제하기, 분리수거 하기 등 사소한 것 하나부터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