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원경고 해외 이동학습] 주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여행
글_전*정/ 사진_공감만세, 원경고등학교
베트남에는 5족의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하였다. 집의 모양과 옷, 생활방식과 언어도 다른 그 많은 민족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하며 긴 세월을 더불어 살았다는 게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독특한 건물들,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날씨와 사람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한편으론 설레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더위와 습한 공기 때문에 점점 웃음기가 사라졌다. 게다가 음식도 특유의 향신료 맛이 강해서 먹기 힘들었다. 그래서 힘들고 지쳤지만 우리가 지금 서로에게 익숙하듯이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운 공기와 사람들, 음식들도 익숙해지게끔 노력해야지라고 생각했다.
하노이에서 5시간 버스를 타고 후아탓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마을은 습하지 않아서 나름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하노이에서는 아이들이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눈조차 마주칠 시간이 적었는데 이 마을에 오니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웃고 대화를 하고 걸을 수 있어서 내가 정말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왔을 때도 느꼈지만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 같다. 넓은 초원에는 집들이 조금씩 보였고 소들이 많이 보였다.
익숙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먼 동물들도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학교에서 생태교육을 하여서 인지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 같은 땅을 밟으며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이 신기했고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 마을의 사람들은 농작물이나 가축들을 팔기 위해 기르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재배하고 기른다고 하셨다. 돈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 세상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 보였고 화목해 보였다.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을 때 아츄라는 분께서 풀피리를 불어주셨다. 나뭇잎 한 장으로 아름답고 많은 소리들이 나서 신기했다.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었다. 그 노래가 베트남에서 아주 유명한 노래라고 하셨는데 ‘역시 음악은 세계 공용어라는 말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첫날은 편하게 잠을 잤던 호텔과는 사뭇 달랐지만 내가 느끼는 성취감은 더 높은 것 같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생활방식을 가졌지만 함께 웃고, 함께 놀다 보니 우린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공사를 시작할 때 내가 그런 것처럼 한국을 떠올리셨을 때 좋은 인상을 떠올릴 수 있게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밤 벌레들과 밤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내 다짐처럼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삽질을 했는데 내가 생각한 것처럼 쉽지 않아서 속상하고 짜증이 났다. 그런데 옆에서 친구들이 다들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좋은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했다. 항상 만들어진 곳에서 생활했던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니 익숙함에 대한 소중함도 중요성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가면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고운 흙을 만들기 위해 삽으로 흙을 퍼주면서 같이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힘듦을 공유했던 것 같다. 혼자 했다면 힘들고 해내지 못할 일들을 함께 해서 즐겁고 보람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좀 더 노력한다면 이곳 마을 어린이들의 학교에 편한 화장실이 생기겠지라는 마음도 잊지 않았다. “서로 힘내자. 너 좀 쉬어. 내가 할게. ”이렇게 격려해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에 친구들이 정말 하나하나가 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구나 이번 여행에서도 친구들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게 된 것 같다. 마을 아이들을 안아주고 함께 놀아주는 모습들이 아이들 못지않게 너무 이뻐 보였다.
마지막 날까지 서로 격려해주며 열심히 마무리를 지었고 내가 지원해서 마지막까지 남아 함께 일을 하고 함께 뿌듯함을 느껴서 내가 많이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 서로 응원하고 박수를 쳐주면서 공연을 보여주었고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이별의 시간이 왔다. 항상 우리를 보면서 웃어주셨던 마을 사람들, 어딜 가던 보였던 사람스러운 마을 아이들. 자유로워 보였던 동물들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 그리고 그림 같던 풍경들도, 바람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작별 인사를 할 때 날 안아 주었던 아이들도 아직까지 생각이 많이 난다.
하노이에서의 이틀은 편한 호텔에서 지냈는데 눈 뜨자마자 ‘안녕 민정아 ’ 인사를 했던 벌레들조차 그리웠던 것 같다. 농담이고 벌레 빼고 전부 그립고 보고 싶었다. 하노이 키즈 분들은 하노이 대학 즉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분들이었다. 다들 친절하였고 우리에게 모두 호의적이셨다. 그래서 편하고 의미 있던 여행이 된 것 같다. 간단하게 커피도 사고 기념이 될 만한 물건들도 사고 하노이 성당에 가서 사진도 찍었다. 하노이 키즈분들과 헤어질 때 SNS 친구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SNS를 모두 탈퇴해버려서 아쉬웠다.
그래도 다음에 한국에 오시면 꼭 안내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수중 연극을 보기 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베트남 전쟁 때를 모티브로 한 형무소에 갔다. 우리나라가 서대문 형무소와 느낌이 비슷했다. 세계 어디든 지배받던 나라는 늘 안타깝고 가슴 아팠으며 지배했던 나라들은 참혹하고 잔인한 것 같다. 형무소를 다녀와서 수중 연극을 보았는데 베트남 전통 악기와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의 삶을 독특한 수중 연극으로 표현한 것이 새로웠고 신기했다. 아름다웠던 선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베트남에서의 마지막을 보내고 7일 동안 고생하신 공감만세 선생님께 너무 감사했고 결혼하실 때 축가를 꼭 불러드리기로 약속하고 인사를 하고 학교로 왔다. 여행이 목적이 아닌 봉사활동이 목적이었던 특별한 여행이었던 것만큼 기억에 남고 많은 추억들이 쌓인 것 같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 생각들 모두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