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학교] 내 마음이 가장 많은 여유와 자유를 느낀 여행
글_김수현/ 사진_공감만세
2017년 1월 3일
한국에 입국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출국이라는 사실이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 여행을 위해 일찍 귀국한 만큼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공정여행(fair trip)’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와 닿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했던 여행은 공정하지 않았다는 뜻일 텐데 여행 전에 조금 찾아본 바로는 여행자와 현지인 모두에게 득이 되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성공적인 공정여행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막 도착하여 아직 라오스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공정여행은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자마자 방 배정 후 옷을 갈아입고 나니 배가 고팠다. 다 같이 먹으러 간 쌀국수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고 다시 한 번 먹고 싶은 맛이었다. 아직 잘 모르는 만큼 다가올 내일이 더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첫째 날이었다.
2017년 1월 4일
드디어 방비엥 마을에 도착하여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내리고 주변 탐사를 시작했다. 가져온 달러를 라오돈 낍으로 환전하기 위하여 가장 싼 곳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비교하여 돌아다녔다. 미리 연습했던 라오말 ‘사바이디, 껍짜이, 타오다이’ 등을 쓰며 1달러에 8300낍을 주는 마트를 찾아내어 매우 만족스럽게 돈을 잘 바꾸었다. 그 후 망고 1kg를 샀다. 행복했다. 몇 번을 먹어도 라오스 망고는 먹을 때마다 새롭고 맛있다.
저녁식사를 위한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한 샤부샤부 식당을 발견해서 다 같이 그곳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하루 종일 라오스 방비엥 마을을 돌아다녀 보니 한국인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들 관광을 온 것 같았는데 그 분들을 보며 조금 더 매너 있는 여행자의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길다면 길지만 생각보다 짧게 느껴진 하루였다. 낯선 곳이지만 낯설지 않은 신비로운 라오스에서의 호기심 가득한 두 번째 날이었다.
2017년 1월 5일
드디어 기다리던 SaeLao project를 위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다 같이 맛있는 아침을 먹고 특별한(?) 트럭을 타고 떠났다.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예쁜 레스토랑이었다. 알록달록 여러 색으로 칠해진 나무 벽들과 페트병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 같이 SaeLao project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환경에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식당에서 음식이 남으면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그 후 돼지의 배설물이 나오면 그것을 이용해 주방에서 쓸 수 있는 가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친환경으로 제작된 물 정수 시스템도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주변 탐사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본격적으로 수업 준비를 했다. 레벨3을 가르치기도 하고 ‘Interview’를 주제로 어떤 단어와 표현들을 공부할지 결정했다. 막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아주 많았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그런지 잘 다가오지도 않던 어린아이들이 나중에는 같이 놀자고 먼저 다가와서 안기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함께 뛰어다니고 사진 찍고 구르다가 문득 이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시작하고 처음 딱 든 생각은 ‘생각했던 것보다 소통이 훨씬 쉽지 않구나’였다. 내가 라오스 언어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참 아쉬웠지만 보디랭귀지, 그림 등을 다 동원해가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고 재미있었다. 수업을 다 끝내고 나니 내일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략 머릿속에 그려졌다. 여기 와서 오늘이 제일 바빴던 것 같다. 그렇지만 즐거움이 너무 커서 피곤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라오스에서 세 번째 날이었다.
<수업 후 Level 3 친구들과>
2017년 1월 6일
다시 찾은 SaeLao, 도착하자마자 신나는 노동 시작!
열심히 식당 기둥 및 난간들을 사포질로 깎아 냈다. 햇빛 쨍쨍한 난간이 쇠도 아니고 대나무인데도 뜨거운 듯했다. 열심히 사포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페인트를 이용해 안내판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조 아저씨께서 나에게 맡기신 것은 SaeLao 마크 그리기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그렸다. 바탕에 검정을 칠하고 나니 시간이 어느새 다 지나가버려서 내일 끝내기로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오후에 만난 학생들과의 수업을 준비하였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 시간 더, 총 2시간 수업이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짰다. 학교에 도착하니 오늘은 어제보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적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 축구에 도전하였다.
<라오스 친구들 처럼, 맨발 축구>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신발을 벗고 조금 뛰니까 바로 발가락 사이사이가 아파졌다. 매일 맨발로 돌멩이 가득한 운동장을 열심히 뛰어오는 라오스 아이들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이겐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아주 조금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것 같았다. 두 시간의 수업은 생각보다 짧게 지나갔다.
첫 번째 시간에는 조금 낮은 레벨 아이들이었는데 어제보다 학생 수가 많아서인지 소통이 조금 어려웠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두가 잘 참여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였고 한 편으로는 고마웠다. 두 번째 시간에는 어제 만났던 학생들과 자기소개에 관련된 단어 및 표현을 공부하였다. 처음에는 많이 부끄러워했지만 나중에는 우리가 하자는 대로 수업을 잘 따라와 주었다. 영어로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주려고 갔지만 내가 얻은 것이 더 많았던 라오스에서의 네 번째 날이었다.
2017년 1월 7일
어느새 아빠 차만큼 편하고 익숙해져버린 SaeLao 트럭과의 마지막 날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어제 그리던 안내 표지판을 완성하고 SaeLao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마을 아이들과 함께 놀기 위해 공기와 제기를 갖고 조금 놀다가 두 팀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마을로 향했으나 내가 간 마을의 아이들이 모두 체험학습을 가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다른 쪽에 합류하였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니 지난 이틀 동안 학교에서 봤던 아이들이 다시 생각나고 그리워졌다. 대화를 시도하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웃지도 않다가 끝에서는 경계를 풀더니 마지막엔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이 정말 앙증맞고 사랑스러웠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루라군 물놀이였다. 마을에서 아이들과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서인지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물에 들어가자마자 처음에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물속이 더 따뜻했다.
스윙에 도전하고 성공적으로 해내며 자신감을 얻은 나머지 높은 곳에 올라가고 말았다.
<성공적이었던 스윙>
막상 올라가니 아무 생각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확 다이빙을 해버렸다. 역시 스릴 가득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웠지만 그만큼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넉넉했다. 숙소로 돌아온 후 한 번 더 ‘신닷 까을리’를 잔뜩 먹고 희영쌤과 2차로 팬 케익+샌드위치+망고 쉐이크+라임민트 주스를 clear했다. 이쯤 되니 내가 돼지로 느껴졌는데 이러는 것도 며칠 안 남았다 싶으면서 우울해졌다. SaeLao project로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라오스에서의 다섯 번째 날이었다.
2017년 1월 8일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정이 너무나 많이 들어버린 방비엥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비엥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카약킹을 하러 떠났다. 그냥 보기만 했을 때는 마냥 쉬워 보였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팔도 아프고 몇 번의 위기(?)를 경험하였다. 젖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계획에 없었던 물놀이로 결국 또 젖은 생쥐 꼴이 되고 말았다. 날씨가 매우 더웠는데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니 정말 뼛속 열까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숙소로 즐겁게 돌아와 씻고 짐 정리를 마쳤다. 오늘 점심은 여러 라오스 현지 음식을 해주셨고 정말 배부르고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먹어본 적 없는 신기한 맛이 났던 카레가 참 인상 깊었다. 식사 후 깜짝 선물로 주신 케이크는 정말 최고였다. 두 분의 마음이 정말 잘 느껴지는 것 같아 더 맛있었고 감사했다. 아쉬움 가득 방비엥을 떠나는 차 안에서는 SaeLao project를 통해 만난 분들, 아이들, 게스트 하우스 주인분들 그리고 두 번이나 방문했던 신닷 까올리집 사장님까지 모두의 얼굴이 정말 거짓말처럼 하나하나 떠올랐다.
차 안에서의 세 시간 반이 흐르고 다시 비엔티안 숙소로 돌아와 짐을 내리고 바로 야시장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멀고 날씨도 너무 더워서 조금 지치는 듯했으나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돌아다니며 가방, 코끼리 인형 등을 구입하였다. 아쉬운 40분의 쇼핑시간 후 강가 식당에서 마지막 라오스에서의 저녁식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트럭 안에서 속으로 수 백 번 소리를 질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정말 떠나고 싶지 않은 라오스에서의 여섯째 날이었다.
<즐거웠던 블루라군 물놀이!>
2017년 1월 9일
처음 라오스에 도착하고 다음 날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뜬 것처럼 익숙한 숙소에서 일어났다. 눈을 뜨고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내가 이 라오스 생활에 어느새 익숙해져버렸구나 싶으면서 괜히 더 서글퍼졌다. 아침을 먹고 라오스 국립 대학교 학생들을 기다리며 마지막 활동인 만큼 후회 없고 의미 있는 즐거운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 1조와 함께 다니게 된 대학교 4학년, 귀엽게 생긴 Lar는 정말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일부러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는데 그때마다 웃는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다 같이 부다파크를 돌며 지옥을 경험(?) 해보니 라오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불교라는 종교와 그들이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점심을 먹고 드디어 조끼리 움직였다. 왓탈루앙 에서는 라오스 사람들의 불교 정신을, 빠뚜사이에서는 그들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강한 국가였는지 보여주었고 정신없이 이곳저곳 다니며 구경하다 보니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는 것도 못 느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식사했던 레스토랑 근처 기념품 가게에 들러 가족과 친구를 위한 선물을 구입한 후 시간에 맞춰 숙소로 잘 돌아왔다. 이 짧은 시내 투어 후 얻은 것은 라오스 문화와 한 층 더 가까워진 것 같았고 Lar라는 좋은 친구가 생긴 것이다. 남쪽 지방 커피나무 자라는 곳에서 공부를 위해 혼자 수도인 비엔티안까지 왔다는 Lar는 오늘 하루 동안 최고의 가이드가 돼주었다. 이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어느새 다시 새빨간 한국 도시의 불빛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내 마음이 가장 많은 여유와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얻는 것이 너무 많아 지금은 다 헤아릴 수 없는 정도이다. 앞으로 며칠간 계속 되새기며 오랫동안 떠올릴 값진 추억이었다. 라오스를 떠나고 한국에서 맞는 공정여행의 마지막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