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손섬 여행학교]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던 필리핀 여행
글_조은경/ 사진_공감만세
퀘존써클이라는 공원에 갔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는 등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 공원에서 가장 많이 인사하고 대화했던 것 같다. 어린아이들이 우리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 웃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서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또 그곳에서 축제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케이팝을 틀고 춤을 추며 따라 부르는 것을 직접 보았다.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따갈로그어도 배우고! 퀘존서클에서 필리핀 사람들이 흥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머물고 있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가발돈 빌딩에서 시장, 그리고 방문자센터까지 SITMO의 도움을 받아 마을을 돌았다. 시장을 지나 농구장과 다운빌딩 사이로 방문자 센터가 보였다. 새삼 이곳이 좁은 것 같이 느껴졌다. 잠깐 방문자 센터에 들러 설명을 듣고 팜플렛을 받아 다시 가발돈 빌딩으로 갔다. 가발돈 빌딩에서 마을 지도를 만들었다. 가발돈 빌딩을 중심으로 방문자 센터, 경찰서, 조원들의 숙소 그리고 어제 다녀온 전쟁사당과 이푸가오 박물관까지 그렸다. 그러고는 ‘이푸가오는 OO이다’를 생각하는데 영어시간에 배웠던 평화공원이 생각났다. 이곳은 세계 2차 대전 때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곳이다. 이곳에 평화공원을 지었는데 이푸가오의 평화의 상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이푸가오는 평화의 상징이다’라고 적었다.
오늘은 키앙안을 벗어나 나가카단으로 갔다. 나가카단의 빌롬마을 바위에 올라가 계단식 논을 보고 계단식 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1995년 이푸가오의 계단식 논 5개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년들의 도시 이동과 관광업 개발로 계단식 논 훼손이 심각해져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취소 될 뻔했지만 2001년에 이렇게는 안된다고 느낀 SITMO의 활동으로 현재는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고 설명해주셨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모여 트라이씨클을 타고 나가카단 바이니난마을로 향했다. 트라이시클에서 조금 더 걸어서 open air museum을 보았다. 날이 매우 좋았음에도 며칠간 내린 비에 질퍽질퍽 거리고, 미끄러워서 좀 고생했다. 걷는 길에 콩, 옥수수, 고구마 등을 보았고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걸었다. 솔직히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다. 어찌 안 힘들었겠는가? 하지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만큼 하늘도 푸르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오늘은 키앙안에서 마지막 밤. 모닥불 축제를 했다. 이푸가오 전통 옷을 입으신 분들이 전통 춤을 보여주고 노래를 들려주었고 우리도 함께 추기도 했다. 또 마티스 홈스테이 친구들과 Itetem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솔직히 창피하기도 하고 잘 부른 것이 아니라 부끄러웠는데 손뼉 쳐줘서 고마웠다.
엄청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이 들었던 키앙안을 떠났다. 키앙안을 떠나면서 평소와 같은 일정을 하러 나가는 기분이었다. 키앙안에서 지프니를 타고 다사다난하게 1시간을 넘게 달려서 바나우에에 도착했다. 바나우에에 경치가 좋다고 하는 곳에서 내려서 경치를 보았다. 정말 넓고 탁 트였고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넓어서 다 담을 수 없었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 이곳에서 구경을 하다가 점심을 먹을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만난 와이파이 덕분에 모두 가족의 안부를 묻거나 친구들과 연락하기 바빴다. 그러나 그마저도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몇몇 친구들로부터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제 SITMO 분들이 다시 키앙안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이로써 우리는 두 번째 이별을 했다. 좋은 영어실력이 아니라서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한 적은 없지만 뒤에서 우리를 보살펴주셔서 감사했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먼저 다가와 주셔서 감사했다. 오늘은 두 번의 이별을 맛봤다.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키앙안에서 좋은 추억이 남아서 너무 좋았다. 문득 일정표를 확인하다가 얼마 남지 않음을 느꼈다.
아침을 먹고 타피아 폭포로 이동을 했다. 타피아 폭포로 가는 길이 약간 미끄럽고 내리막길이라서 조심조심 내려갔다. 어떻게 해서 내려갔는데 소요시간이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걸어 내려가서 물놀이 구경을 하며 친해지지 못했던 친구들과도 말을 나눴다. 놀다가 올라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턱이 조금 높은 계단이 나오면 숨이 턱하고 차올라 더 이상 걷기 힘들었다. 거의 기어가다시피 올라가며 쉬고를 반복했다.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후에는 엽서를 썼다. 약 일주일 넘도록 엄마 아빠를 떠나 생활하는 게 힘들었는지 엽서를 길게 쓰는데 왜 이렇게 오글거리는지 에휴~ 집으로 보낼 엽서를 쓰고는 다음 공정여행자들에게 엽서를 써서 산장에 붙여 놓았다. 저녁엔 이 마을의 축제를 참여했다. 이 마을의 뭄바키가 진행하였고 돼지의 소리는 끔찍했다. 뭄바키의 진행으로 기도를 하고 와인을 마시고 기도가 계속되고 돼지를 잡았다. 돼지를 조리하는 동안 키앙안 초등학교의 친구들이 이푸가오의 전통춤을 보여주었고 여자 뭄바키이신 분의 노래도 들었다. 우리도 답가로 아리랑과 애국가를 해줬다. 돼지 잡는 것은 끔찍했지만 맛있던 것은 비밀!
바공실랑안으로 갔다. 청년연합의 환영을 받고 YES B,S를 만났다. YES B,S는 바공실랑안의 청년연합들 중 하나로 정말 우리 또래의 친구들로 이뤄졌다. YES B,S 자기소개 후 우리가 자기소개를 하는데 정말 또래 친구들 40명 정도가 모이니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OT를 마친 후 마을 탐방을 했다. 돌아와서 마을 지도를 만들었는데 사실 내가 아는 지도의 개념과 조금 달랐지만 조금 가까워진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각자 홈스테이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모여서 우리는 게임을 가르쳐주고 배우며 1시간 정도 놀았다. 게임을 하다 보니 정말 많이 친해졌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다 함께 어린이집에 갔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더 어려서 소통이 쉽진 않았다. 아이들이 재밌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후 몰 오브 아시아로 이동했다. 필리핀에 와서 처음 바다를 본 것 같다. 거기서 여행을 마무리하며 소감을 나누고 잠시 이야기도 나눴다. 거기는 지금껏 우리가 지나던 곳과 달리 매우 크고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있었다. 이곳 또한 필리핀의 빈부격차를 경험할 수 있었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