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강원준/ 사진_공감만세
2017년 1월 12일 목요일
• 동유럽 • 비행기 • 프라하 • 드레스덴
지난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바쁘고도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픈 욕망이었을까. 나의 학창시절 마지막이자 공감만세와 함께하는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 프라하에 내려서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또다시 국경을 넘었다. 동독의 피렌체라고 불리는 드레스덴. 이곳이 진정한 우리의 첫 여행지이었다. 오늘은 맛보기로? 야경을 봤는데 구시가지의 야경은 정말 르네상스의 발상지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겨울밤이어서 그랬을까 한적한 동독의 피렌체는 뜨겁고 동적이었던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달리 차갑고 정적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던 오늘, 첫날이라서 할 수 있는 기대와 소망을 품고 하루를 정리해 본다.
2017년 1월 13일 금요일
• 베를린 •2차 세계대전 • 드레스덴 • 독일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어제 맛보기로 본 드레스덴을 둘러본 뒤 베를린으로 이동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었다. 해가 뜬 드레스덴의 구시가지는 한 마디로 부유했다. 드레스덴 성과 젬퍼 오페라하우스, 프라우엔 교회, 브륄의 테라스는, 물론 작센 공국이 독일로 통일된 이후 지어진 건물이 있지만, 과거 작센 공국의 부유함과 웅장함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마치 안동 김씨의 주거지인 하회마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군주의 행렬은 그들의 자부심과 위대함을 과시하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한적한 거리와 공사 중인 광장은 옛 독일의 패전으로 인한 몰락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후 베를린으로 이동하였다.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라는 곳을 갔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무너진 부분을 보수공사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전쟁에 대한 아픔과 평화를 되새긴다고 한다. 진정으로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똑같은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그곳을 기념한 독일인이 멋있었고 전쟁의 아픔이 절실히 느껴졌다.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 베를린 • 홀로코스트 •몰(Mall)
베를린에서의 첫날, 오늘의 주제는 대한민국 중학교를 멀쩡히 졸업했다면, 심지어 재학 중이더라도 알 수 있는 20세기 독일의 역사적 죄와 그에 따른 분단,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유대인 기념관이었다. 중세부터 유대인들의 삶, 그들이 억압받았던 역사적 사실, 그리고 대학살을 표현했다.
그곳에서 말하는 유대인들은 이러했다. 그들은 똑똑했다. 그들은 부유하였으며, 강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작았다. 그들은 억압당했다. 그들은 차별받았으며 모욕당했다. 그리고 그들은 폭행당했다. 영문도 모르는 체 끌려가 짐승같이 일했으며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은 죽음마저도 욕되었다. 구제역 걸린 돼지 매몰하듯 콘크리트 지옥 속에서 독가스에 매몰되었으며 하얀 죽음의 비가 되어 내렸다. 그것이 그들의 고귀한 삶의 마지막이었다.
2017년 1월 18일 수요일
• Wien • Waltz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날, 왈츠를 배웠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지만 부담스러운 몸짓과 빠른 템포들은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보자는 정신으로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흘러갔고 나중에는 한두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왈츠 체험을 마치고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잘츠부르크로 가기 전, 할슈타트라는 마을에 들렀다.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불리는 할슈타트를 가는 길은 장관이었다. 태양을 쫓는 사람들처럼 우린 다가갔고 그곳에는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풍경이 놓여있었다. 호수와 눈 덮인 산, 그리고 아름다운 작은 마을은 한 폭의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그런 들판을 보고 난 뒤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남은 여행 동안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으면 좋겠다.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 체코 • 프라하 • 프라하 성 • The Night of Travel
프라하에서의 첫날이자 여행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프라하의 광화문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했다. 적당한 흐림과 중세 모습의 도시가 무언가 음침하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이후 프라하의 구시가지를 둘러보았다. 웅장하면서도 활기차고 음산한 풍경은 전형적인 동유럽을 연상시키는 듯했다. 오랜만에 혼자 발 가는 대로 둘러보다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제일 놀랐던 것은 프라하 성에서 실제로 체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방문한 프라하성의 건물 중 한 곳에서는 실제로 체코의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청와대에 접근하기도 매우 어려운 판국에 체코는 그저 관광지처럼 개방하고 있다니 문화적 차이가 나름 강하게 느껴졌다. 이후 프라하 성의 야경을 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여행의 종지부를 향해 달려왔고 마지막 피날레로 프라하 성과 작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