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쿱 한울남도 생협 이사장 이명숙
오랜 이사장 활동을 내려놓은 후 2014년 3월!
나에게 새로운 포지션으로서 활동이 이어지겠지만 그전에 나에게 ‘쉼’을 선물하기 위해 시간을 비워두고 있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몽골, 산티아고 등 이곳저곳 가고 싶었던 곳을 소리 없이 탐색하고 있을 무렵 아이쿱생협의 마스코바도 생산지이자 벽돌 한 장의 이야기가 있는 AFTC와 PFTC를 중심으로 필리핀 공정여행을 제안 받았다.
궁금했다. 아이쿱에서 만드는 공정여행은 어떨까? 나름 공정여행회사들이 주관하는 여행을 다녀봤고 개인적으로도 여행에 대한 조금의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우리 아이쿱이 준비하는 공정여행이라면 어떻게 진행될까에 대한 관심이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뒤로 하고 선택하게 된 동기였다.
필리핀 공항에 내려 안티케까지 작은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눈에 들어왔던 풍경들은
그저 타국에서 보이는 다소 이국적 풍경들이었고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영상처럼 큰 감흥 없이 지나쳐갔다.
4시간 넘게 달려 구불구불 비포장도로를 지나 눈에 들어오는
빨간 지붕과 이내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 여기에 있었구나!’
그저 사진으로 또는 영상으로 수없이 스쳐지나갔던 빨간 지붕의 마스코바도 공장 AFTC를 만나면서 나의 필리핀 공정여행은 시작되었다. 필리핀의 하늘, 바람, 흙냄새, 따가운 햇살, 그리고 눈망울, 미소, 싱싱하고 맛있는 음식들, 바나나 잎에 쌓여 코코넛 밀크에 쪄냈다는 찰밥, 담백한 생선요리, 잊지 못할 망고와 바나나 등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키워드들은 양념처럼 여행을 풍부하게 채워갔다. 역시 잘 왔다. ^^
타자화 되는 여행이 아니라 역사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삶을 만나는 여행.
필리핀에서의 1박, 2박, 하루하루가 쌓여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식들, 파도와 필리핀의 젊음, 밤하늘의 쏟아질듯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마저 아름답게 미소 짓게 하면서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필리핀은 나에게 묘한 묵직함을 선물하였다.
낯선 이들과의 이유 있는 만남으로~
필리핀에서 생각났던 한 사람~ 필리핀 독립 운동가 호세 리잘의 이름을 고두환씨에게 들으면서 그때서야 고정희의 시 한 구절을 통해 알게 되었던 호세 리잘을 떠올렸던 나는,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그녀의 시 한수를 통해 나의 필리핀 공정여행에 대한 잔상을 대신해본다.
밥과 자본주의
‘호세 리잘이 다시 쓰는 시’
고정희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내
사랑하는 필리핀
피묻은 동아시아의 진주여
처절하게 짓밟힌 동방의 옥토여
(중략)
동방의 빛으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빛이다, 노래하리라
우리는 살아있다, 징소리 울려라
(중략)
꿈에도 그리는 평화의 시대를 우리 힘으로 열어젖히라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