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대흥동 달밤 여행] 달 밤에 동네를 여행해

  • 공감만세
  • 2015-05-15
  • 6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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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흥동 달밤 여행

2015-02-26 ~ 2015-02-26

글_월간토마토 기자 엄보람/ 사진_공감만세

 

구불구불 계단을 몇 개나 올랐는지 모르겠다. 계단에 오르기 전 공감만세 여행운용팀 김태형 팀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하시고, 벽에 옷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공감만세와 함께 떠난 ‘대전 대흥동 달밤여행’은 종소리로 시작했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대흥동을 함께 걸었다. 오늘 달밤여행에 함께 한 사람들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참여자치연대) 시민참여국 김상기 간사와 참여자치연대 여성위원회 여성모임 참울림의 김미애 여성위원장, 장은령, 민숙영, 조효경, 박정현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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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일곱 시 종을 치며 시작한 여행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계단 끝에서 대흥동 성당 ‘종 치는 할아버지’ 조정형 씨를 만났다. 조 씨는 40년 넘게 대흥동성당 첨탑에서 종을 쳤다. 평일 오후 열두 시, 일곱 시면 그의 종소리가 대흥동 전역에 울린다.

그를 만나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올라 첨탑에 다다랐다. 작은 공간에 틀어놓은 라디오가 오후 일곱 시를 알린다. 그가 분주해진다. 길게 늘어뜨린 밧줄에 매달렸다가 올라가고, 그렇게 세 개의 종소리가 하나씩 울려 퍼진다. 굵은 밧줄을 붙잡고 매달려 마른 몸을 눕힌다. 그가 밧줄을 붙잡고 바닥에 가까워질 때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일 듣던 종소리에 눈으로 본 기억이 더해진다. 소리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떠오를 기억이 하나 더 늘었다.

“47년 정도 됐어요. 라디오를 켜두면 시간을 알 수 있어요. 이 종은 프랑스에서 가지고 왔어요. 예전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종소리가 보문산까지 들렸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조정형 씨의 이야기다. 대흥동성당은 1960년 대성전 공사를 시작해 1962년 9월 8일 상량식을 하고 12월 31일 준공했다. 1963년 크기가 모두 다른 세 개의 종을 프랑스에서 주문했으며 대흥동성당 신자인 유도순, 김학분 부부가 종을 기증했다(월간 토마토 2015년 1월호 참고). 40년 넘게 한 사람이 친 종소리는 이제 그가 아니면 내지 못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제가 성지순례 나갔을 때 다른 사람이 종을 치기도 했는데, 소리가 달라졌다면서 전화 한 사람이 있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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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도시를 ‘여행’한다

다음 목적지인 도시여행자로 가는 길, 참가자들은 추억의 대흥동에 관해 하나씩 이야기했다. 미술학원이 있던 자리, 화랑이 있던 곳 등 추억 속 대흥동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쌍리카페, 산호여인숙, 도자기 공방 등 들여다보고 싶은 가게도 생겼다 사라지는 가게도 많아졌다. 어느새 완연한 상업지역으로 자리한 대흥동을 다시 바라본다.

도시여행자에서 달밤 여행객을 맞이한 건 김준태 대표다. 4년째 도시여행자를 운영하는 김 대표는 그가 생각한 대흥동과 대전이라는 도시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여행카페이다 보니까 여행자가 많이 와요. 저희도 대흥동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찾고, 관광으로 활성화할 방안에 관해서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떠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요즘 대흥동도 도시재생이나 지역 관광화에 관한 이야기가 많잖아요. 저는 지금 대흥동이 가진 자원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대전도 볼거리가 많은 도시인데, 익숙해서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외국인 친구가 물어보면 저는 1박 2일 코스로 여행을 짜줘요. 하나하나 이야기 듣고, 들여다보면 정말 훌륭한 자원이거든요.”

 

 

추억을 쌓고 더하는 여행

공간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이곳은 그냥 ‘카페’가 아니라 추억이 담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들을 장소인 (주)공감만세 사무실로 가는 길에서는 비돌, 네스트791, 프랑스문화원 대흥동 분원, 사소한 꽃밭 1호를 지나며 대흥동을 함께 보았다.

“공감만세에서는 매년 여러 시민과 함께 대흥동을 여행합니다. 올해도 4월부터 토요일마다 대흥동을 여행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대전문화재단과 함께 해서 참가비가 일부 지원 됩니다.

공감만세 김태형 팀장의 이야기를 끝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참여자치연대 김상기 간사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많은 분이 이런 식으로 자기가 사는 도시를 여행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매일 지나치는 건물에 불과한 것이 어느새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되는 것, 우리가 사는 도시를 여행한다는 건 그렇게 하나씩 도시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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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요 대흥동 Tip-

 

달밤에 대흥동 여행

대흥동 달밤여행은 열 명만 모이면 운영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대흥동 밤을 거닐어 보아요.

 

한낮에 대흥동 여행

5월부터는 다양한 공정여행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우선, 대전 외 지역에서 대전을 여행하고 싶다면 잘 보세요. 공감만세에서는 5월부터 6월까지 대흥동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합니다. 참가비 50%를 대전시 관광협회에서 지원한다고 해요. 공감만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고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열정만남,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상상공작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혁신로드까지 다양한 주제로 만날 수 있습니다.

 

대전에 사는 데 대전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도 기회가 있어요. 원도심 열정 만남의 날! 5월 23일, 9월 19일은 청소년 스무 명과 함께 떠나고요. 4월 25일, 6월 27일은 청년 및 대학생과 함께 합니다. 10월 17일은 청년 열 명과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함께 하는 원도심 추억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