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마을로 들어간 공정여행

  • 공감만세
  • 2020-06-17
  • 1603
마을로 들어간 공정여행

 

- 구로아이쿱소비자협동조합 김근희


함께 가는 사람들이 좋고,
우리의 마스코바도 공장을 보고 마을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떠난 파나이 공정여행.
AFTC와 PFTC의 환영과 융숭한 대접,
그들의 활동이 주는 감동, 공감만세의 세심한 배려와 상세하고도 깊이 있는 설명,
너무나 잘 먹고 즐겁게 보낸 여행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먼저 올려주신 분들의 여행기를 보니 저의 맘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전체적인 소감은 저의 궁핍한 표현력으로는 더 보탤 것이 없고
'나도, 나도!'만 해도 충분하니 대신 좀 색다른 경험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첫날에는 우리를 위해 마중 나오신 PFTC 마리오님과 렌넨씨, AFTC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저녁때는 우리를 위해 Tajan Family 삼남매가 기타반주로 작은 노래공연을 해주었지요.

 


둘째 날 오후에 마을구경으로 시장, 축산농가, 우리의 동사무소 격인 발랑가이 사무소를 거쳐 벨리손 국립고등학교를 방문했는데 우리를 안내하던 선생님으로부터 그녀의 남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한국 인천에서 6년간 근무한 후 2년 전에 필리핀에 돌아 왔고, 그날 저녁 우리를 위해 마련된 ‘벨리손 국립고등학교 예능반 학생들의 공연으로 진행되는 마을 축제’에 그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였어요.


마을구경의 마지막 일정으로 ‘마스코바도 가내 생산 유물 박물관’이라 해도 될 만한 다니엘로 까리아노 생산자회장님 댁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 축제 시간에 맞춰 걸어가고 있는 Tajan 삼남매를 만나 우리의 승합차를 함께 타고 왔어요. AFTC에 도착한 우리는 어둑어둑해져 사진이 잘 안 나올지 모르지만 서로를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Tajan 삼남매 중 첫째인 Mario Fe Roquero Tajan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담은 CD를 주며 이름을 물어보기에 명함을 줬지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공연시간, 축제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마을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는데, 마을 사람 한 분이 저에게 “Are you happy?”하고 묻더군요. 저는 쪽지에 적어 놓은 것을 들쳐보며 ‘마사야(필리핀 표준어라고 하는 따갈로그어로 ‘즐겁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알아요?”하고 한국말을 하더군요. 저는 곧바로 그가 낮에 만난 선생님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요.
저는 아주 짧은 영어를 그는 서툰 한국어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정확하진 않더라도 서로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했지요.

그의 이름은 세이몬.
미리 준비해 온 ‘한국에서 근무하던 직장의 김OO반장님과 심OO부장님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더군요.

‘한국에 가면 이 분들께 너무 보고 싶고 고맙다고 전화를 걸어 달라.’
‘한국 사람들 중에 외국인들에게 나쁘게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괜찮다. 그 분들은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 너무 보고 싶다.’
‘가족들과 한국에 꼭 가고 싶다. 아직은 여비가 마련되지 않아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가고 싶다.’
‘지금 전화를 걸어주겠다.’
‘지금은 너무 비싸서 안 된다. 한국 가서 전화해달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어요.

한국에 온 저는 김반장님과 심부장님께 각각 전화를 걸어 세이몬의 이야기를 전하니 ‘이런 전화는 처음 받아본다’고 고마워 하셨어요. 그분들께 ‘한국 사람들 중에 외국인들에게 나쁘게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인상을 남겨 주신 분들이 계셔서 고맙다’고 하니 ‘같은 직원이니까 그냥 똑같이 대했을 뿐이다’고 겸손해 하시더군요. 너무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그 사이 Mario Fe Roquero Tajan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터라 세이몬의 옛 직장 상사들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고, 김반장님의 바뀐 전화번호를 세이몬에게 전할 수 있었어요. 짧은 영어실력으로 사전을 찾고 남편에게 물어보며 쪽지를 쓰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말이에요.


 


제게 외국 여행에서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소식을 전하고 다시 전해주고 하는 경험은 유적지, 관광지, 유원지에 가는 일반 여행으로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마을로 들어가는 공정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하고도 따뜻한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