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아이쿱 활동가 일본공정여행 #1 - 힐링의 시간을 갖다

  • 공감만세
  • 2020-06-12
  • 1985
아이쿱 활동가 일본공정여행 #1 - 힐링의 시간을 갖다


 

글_ 박 은 주 (아이쿱 시민기자/평택오산 iCOOP)
사진_박은주, 일본공정여행팀


 

메르스가 창궐한 한국,
지진과 화산이 불안한 일본.
어디하나 맘 놓을 수 없는 시기 일본 공정여행 팀은 운명을 하늘에 맡긴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와 역사적인 관계 때문에 해외여행지로 고려해 본적도 없는 나라였다.
선입견이 있는 일본을 이 번 여행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여기가 어디? 벌써 일본?
간사이공항에 내렸지만 짧은 비행 탓인지 아직 일본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도시를 지나 외각으로 들어서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풍경이 보인다.
작은 이층집들 사이사이에는 벼들이 자라 낯설면서도 우리 내 농촌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처음 들린 곳은 하나하나(꽃이라는 뜻)라는 자연식을 고수하는 카페이다.
한국에서 단체 손님이 온다는 소식에 음식점에서는 급하게 한국 메뉴판을 만드는 정성을 보여주셔서 작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드디어 처음으로 먹는 일본식 음식이 내 앞에 차려진다.

동그란 소반에 1인식으로 담아져 나온 음식을 먹으면서 아기자기함에 한 번 감탄하고, 맛에 두 번째 감탄하고, 세 번째 양이 적은 듯한데 먹으면 배가 부른 것에 감탄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종업원들이 먼저 길가에 서서 배웅준비를 하고 있다. 흔들어 주는 웃는 얼굴에 우리도 행복해진다. 배웅하는 모습은 여행 내내 일본의 친절함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여 달려가니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빽빽한 편백나무 숲으로 우거진 쿠마노에 들어섰다. 이 곳 쿠마노 고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옛 사찰과 신사를 잇는 참배길로 일본 사람들도 살면서 꼭 걷고 싶은 길이다. 2004년 길로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된 곳이라 더욱 설레임을 가지고 방문하는 곳이다. 왠지 나무만 봐도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이곳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일본식 전통 료칸 숙소에 도착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내가 일본에 와 있다는 것이…….

​저녁식사 후 이곳은 온천이 유명하다는 이야기에 내키진 않았지만
일본까지 와서 온천 한 번 안 해보는 것도 후회스러울 듯 하여 슬쩍 발만 담가보려고 나선다.
하지만, 뜨거운 온천수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그 짜릿함은 온 몸의 혈관을 타고 머릿속마저 시원하게 하는 마법수와 같았다.

깊은 숲속 알 수 없는 새소리와 낮게 흐르는 강물 소리와 함께 노천탕에 있으니 이는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노론해진 몸으로 일본의 첫날이 지나간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다.


 


둘째날 쿠마노센타.
아침부터 이동한 곳은 쿠마노건강연구소이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는 헬스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 체크를 시작하여 워킹체험을 할 예정이다.

 

어제 한국에서 돌아왔다며 친근감을 표현하시는
카노시타소장님의 센타 소개와 함께 혈압체크를 하고
바로 헬스투어리즘 프로그램의 첫 단계인 워킹체험에 나섰다.
가기전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고 숲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나섰다.


쿠마노고노 워킹체험 코스 중에서 우리는 7km코스로 오솔길과 큰 도로가 섞여 있는 코스로
외따로 떨어진 마을들을 지나치면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다.

 

 

고요한 마을을 지나다 보니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끝이 잘 보이지 않는 늘씬하게 뻗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가득한 숲속은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 옛날 사람들은 무엇을 깨닫고자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 길을 걸었던 걸까?
나도 잠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 본다. 편백나무에 취해 걷고 있을 때
소장님이 원하는 편백나무 침대에 누워 잠시 쉬라고 하신다.
편백나무에 내 몸을 누워 위를 보니 하늘이 가려질 만큼 높게 뻗은 나무들이 나를 내려다본다.

나무들에 둘러싸여서 잠시 눈을 감아본다.
적막한 가운데 시원한 편백나무 침대는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 마음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쯤 아쉽게도 우린 다른 코스로 이동하였다.


 

 

오르락내리락 길을 걷다보니 무인판매대가 있다.
지역주민들이 만든 물건과 음식으로 가격도 3~5천 원대로 저렴했다.
손수 만든 작은 주머니, 지역에서 덖은 차, 우메보시등 아기자기한 물품들이 작은 쇼핑의 즐거움을 주었다.

걷는 길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야생화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간쯤 걸어왔을까?
점심을 먹으로 작은 찻집을 들렸다.
이곳은 후시오가미 오지에 위치한 지역 시니어들이 운영하는 작은 찻집이다.
자신을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한 젊은 청년이 배달해온 도시락은
지역에서 자란 농산물로 만든 청정 도시락으로 수익금은 마을 공익사업에 쓰는 착한 도시락이다.
도시락을 받는 순간 감탄이 나온다.

 

 

‘아~ 정성스럽다. 그런데.. 이 도시락 느낌..왠지 익숙하다.’
바로 대전교육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성이 가득한 보자기 도시락과 흡사하다.
대나무 잎으로 만들었다는 수제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 도시락답게 참 아기자기 하다.

주먹밥도 4가지 종류로 만들어져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락을 다 먹을 쯤 온천수로 만들었다는 커피 한잔씩을 들이킨다.
그 사이 비가 제법 내린다. 우리 빗속을 뚫고 다음 프로그램을 위해 씩씩하게 산을 내려온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바로 수중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빗속에 온천물과 함께 하는 수중프로그램...
비는 쏟아지고 우리는 비와 함께 하나 되어 즐거운 물놀이를 한다.

물을 유독 무서워하는 나는 부력기구를 들고서도 물에 뜨지 못한다.
그만하고 나갈까? 고민하고 있을 때 다행이도 단체로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끝까지 해 볼 수 있었다.
수중운동 프로그램이지만 물속이라 근육이 자연스럽게 움직여 무리가 덜 가고 신나는 게임을 한 듯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걸고한 꼬리잡기 게임은 그 무슨 시간보다 치열하고 적극적이었다.
오후까지도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젖은 몸을 온천물에 씻고 저녁을 먹는데 쿠모노센타 관장이 쿠마노지역 맥주와 사케를 들고 우리를 방문했다.
하루 종일 함께 해서 피곤함이 밀려올 텐데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에 찾았다 한다.
말을 통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유머와 친근함이 편안한 시간이었다.

 

 

즐거운 시간들을 마치고 내일 이동하 기전 모여 작은 시간을 내었다.
서로 생협활동에 대한 고민과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야기 하며
우리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상당히 크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오늘은 공기 좋은 쿠마노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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