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마사야까미SDS] 마사야까미 지속가능발전학교 수기 1

  • 공감만세
  • 2016-08-11
  • 6437

글_대전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서태영/ 사진_공감만세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대전대학교 14명, 목원대학교 1명의 학생은 필리핀 마사야까미 지속가능발전학교 프로그램을 위한 공정여행을 떠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필리핀에서 현지 BSYF(바공실랑안 청년 연합) 친구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BSYF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바공실랑안을 방문했다. 필리핀 학생들은 그곳에서 활기차게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대학교에서 모여와서 나이대의 편차가 크지 않은 반면에 필리핀 학생들은 중고등학생의 나이부터 만학도로 보이는 나이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였다. 필리핀 학생들은 열정적이면서 굉장히 호기심이 많았다. 비록 공감만세로부터 주어진 과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주제를 벗어난 측면이 있다 할지라도 자신들이 맡은 임무에 대해 열정적이었다. 나도 이 여행을 왔지만 나보다 더 절실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필리핀 학생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활기차고 붙임성이 좋았다. 무슨 일을 하던지 잘 웃고 농담도 하고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이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았다. 한국 학생들에 비해 마음이 열려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처음 친해진 필리핀 학생은 체리라고 불렸는데, 체리는 나와 키 차이가 30cm 정도 차이 나는 우리나라 나이로 고등학교 1학년의 여학생이었다. 체리와 내가 과제를 같이 할 때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체리는 내 말을 귀 기울여 경청했다. 내가 halo-halo라는 필리핀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자 꼭 먹여 주겠다며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이 차이가 많아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필리핀 학생들과 같이 가와드칼링가라는 농장으로 1박 2일 나눔 여행을 떠났다. 평소에 필리핀 학생들이 가기 힘든 장소를 나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장소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배움을 얻고, 우리와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가와드 칼링가란 사회적 기업으로 주민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해주고 낮은 농장에서 일하게 하고 저녁은 교육을 시키는 복합적인 시설이다. 현재 필리핀의 교육 시설은 매우 열악한데 고등학교를 나오는 사람이 인구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한다.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학교에선 교재 살 돈이 없어서 빈 노트로 공부를 한다. 가와드 칼링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다. 기본적인 노동력을 대가로 의식주를 해결함과 동시에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다. 가와드칼링가는 필리핀에 필요한 훌륭한 사회적 기업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가와드 칼링가에서는 직원의 안내로 가와드칼링가 내 시설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프랑스 청년 루이는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자본으로 생산성을 높일까를 생각했는데 닭을 키우는데 우리에 가두지 않고 가족인 닭끼리 키우니 더 건강하게 자랐다고 한다. 또한 모이를 주는 대신 단백질이 풍부한 나뭇잎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먹이를 대체하니까 돈이 더 절약되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요컨대 가와드칼링가는 친환경 농장이다. 한국 대학생들도 필리핀 학생들도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난 여러모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수준의 대학생이고 가와드 칼링가의 시스템에 감명을 받긴 했지만 여행으로써 시설에 대해선 그저 그렇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필리핀 학생들의 입장에선 달랐나 보다. 필리핀 학생 중 한 명은 울면서 태어나서 이렇게 좋은 음식과 좋은 숙소는 처음이라고 했다. 필리핀 학생들은 내가 느낀 것보다 큰 가치를 느끼고 배운 것 같았다.

 

 밤에 모여서 우리의 과제에 대한 총정리를 하고 다음날 아침 발표를 마치면서 공식적인 일정은 끝났다. 가와드칼링가에서 떠나고 점심을 다 같이 먹으러 갔다. 다 같이 사진도 찍고 마지막으로 얘기도 나누면서 이별 전 아쉬움을 달랬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대부분 친해져서 헤어지기 아쉬웠다.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면 해맑은 필리핀 친구들이 많이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