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라오스 해외자원봉사] 다시 한 번 봉사활동을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 공감만세
  • 2017-07-21
  • 6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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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세계 속의 어울림, We are the LAOS

2019-01-26 ~ 2019-02-02

글_정래혁/ 사진_공감만세

 

공감만세와 함께하는 라오스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굉장히 기쁘고 설렜다. 시험에 치여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봉사활동을 가는 날이 다가왔다.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새벽 버스로 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었지만 학교가 끝나고 막상 새벽 3시까지 기다려보니 확실히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도 늦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빠른 시간에 출발하게 되어 피곤하고 힘든 하루가 될 것이라 걱정했었지만 생각과는 다른 하루를 보냈다.

 

출발 당일 공항에 도착하여 탑승수속 절차를 밟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인천에서 하노이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같은 과 동생과 함께 예능 프로를 보기도 하고 피곤할 땐 잠을 자면서 이동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단원들이 모두 모여 우리가 정하고 지키는 생활규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더운날씨에 예민해질 것을 염려했는지 짜증을 내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서로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 왠지 모를 훈훈함을 느꼈다. 이후 하노이 공항에서 무려 5시간 동안의 대기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무료하고 의미 없는 시간일 거라 생각했지만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봉사단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고 유대감이 생겨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단원들 또한 불평불만과 짜증을 내기는커녕 다들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후 하노이에서 라오스로 1시간가량 이동하여 도착한 뒤 곧장 숙소로 이동하였다.

 

 

둘째 날, 아침 5시에 일어나 탁발 체험을 하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승려들에게 시주를 하기 위해 나와있는 것을 보며 라오스의 국교가 달리 불교가 아님을 실감했다. 우리도 시주를 하기 위해 앉아있다 보니 저만치서 승려들의 행렬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탁발에 참여하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발우에 시주를 받다가 발우 크기를 넘는 양의 음식이 쌓이면 길가에 놓여있는 통에 덜어놓고 가는 모습이었다. 이는 자신들은 필요한 만큼만 먹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함이었다. 검소하고 욕심없이 사는 승려들이 자신의 수양을 넘어 타인을 위한 수양을 한다고 생각하니 경외심이 들었다. 탁발 행사를 마치고 밥을 먹은 뒤 빡우마을로 이동하였다. 빡우마을에 도착한 뒤 빡우중학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을 뵙고 마을 소개를 받았다. 마을에 처음 도착해서 느낀 점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인사를 건네면 누구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낯선 외지인에게 친절하게 응해주었다. 경계의 눈빛보단 호기심의 눈빛으로 바라봐 주고 인사에는 웃음으로 화답해주는 마을 주민들을 보며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전부터 알고 지낸 이웃 같은 느낌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빡우마을 주민들처럼 살갑고 여유 있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봉사활동에 투입되어 신축 교사 바닥 시멘트 공사를 진행했다. 일을 마치며 하루하기도 힘든 시멘트 공사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건축 공사 인부들이 존경스러웠다. 

 

 

셋째 날은 둘째 날 작업의 연장선으로 이루어졌다. 바닥 시멘트 마무리 못한 곳과 교실이 될 각각의 공간을 흙으로 채우는 작업을 했는데 전날과 다르게 구름이 많아 작업하는데 보다 수월했었다.

 

넷째 날, 드디어 문화교류 봉사를 실시했다. 아침에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교실 청소와 학생들이 앉을 책상을 모았다. 준비를 하는 와중에 빡우마을 어린이 다섯 명이 교실로 오게 되었는데 우리가 준비해온 색연필과 사인펜, 지점토를 보자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옆에 와서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을 보며 과연 오늘 수업이 성공적으로 끝날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오전에 수업 준비를 마치고 평소 보다 짧은 점심시간을 가진 뒤 학교로 다시 이동하였다. 학교에 가보니 아이들이 30명 가까이 와있었는데 아이들 앞에서 긴장하면 어쩌나 했던 우려와는 달리 수업이 너무 기다려지고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통역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우리 문화교류팀의 소개를 하고 곧바로 색칠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처음 보는 생소한 캐릭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캐릭터의 색을 정확히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색칠공부에 이어 지점토 만들기를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손재주가 생각보다 굉장히 뛰어났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뱀"이었는데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깜짝 놀랐었다. 지점토로 작품을 만들고 채색을 하기 위해 볕에 말리는 동안 부채 만들기를 진행했다. 한 쪽면에 본인의 한글 이름과 반대쪽에 자신의 손바닥을 찍었는데 돌아다니면서 집중해 있는 모습들을 보니 굉장히 뿌듯하고 대견했다.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어 책상마다 돌아다니며 나의 소매를 걷고 팔뚝에 그림을 그려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처음에 아이들은 정말 그려도 되나 하는 눈치로 주저하였으나 팔에 물감을 묻히는 것을 보고 나서는 언제 주저하였냐는 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아마 수업을 진행한 이래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팔에 물감을 잔뜩 묻히고 나자 얼굴에도 그림을 그리게 하면 더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나이가 가장 어린 친구들에게 얼굴을 내주자 잠시 고민하더니 팔뚝을 보고 나서는 바로 얼굴에도 그림을 그려주었다. 물감으로 하는 수업 이전에도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아이들의 눈이 나에게 고정되어있고 얼굴에 붓 칠을 할 때마다 웃고 재밌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세상을 다 가진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했던 행동들이지만 오히려 내가 너무나도 큰 행복과 감동을 받아서 고마웠다. 이렇게 아이들과 교감하는 사이 지점토도 말라서 채색 수업을 병행했으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고안된 전지에 손바닥 찍기 수업도 같이 진행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재밌게 참여해주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빡우마을에서의 봉사활동이 끝이 났다.

 

 

다섯째 날엔 꽝시폭포 및 루앙프라방 시내 자유여행을 했었는데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라 꽝시폭포에서 물놀이를 못하고 산책만으로 끝났던 점이 너무 아쉬웠다.  폭포까지 올라가는 길에 있었던 계곡의 물이 에메랄드빛이어서 굉장히 아름다웠고 물놀이 욕구를 자극했다. 욕구를 뒤로하고 꽝시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하였다. 우리 팀은 소수민족 박물관에 들렀는데 라오스 현지인들의 삶과 각각의 민족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 민족들의 색깔을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자유 일정을 끝으로 라오스에서의 모든 활동이 끝이 났다. 첫 해외봉사를 떠나오면서 걱정도 많았고 기대도 많았지만 생각 그 이상으로 너무 유익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번 봉사활동보다 더욱더 내실 있고 탄탄하게 준비해서 다시 한 번 봉사활동을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