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루손섬 여행학교 수기] 여행이 끝나고 느낄 그리움이 클 것 같다

  • 공감만세
  • 2014-08-20
  •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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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편견을 넘어 가슴 뛰는 필리핀, 루손섬 여행학교

2020-08-07 ~ 2020-08-19

글_조예반/ 사진_공감만세

 

오늘은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날,  몇 시간 뒤면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첫 날 인천공항에서는 비행기를 아직 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내 집이 그립고 한국이 그리웠어.  아마도 이곳에 와서 낯선 밥을 먹고 낯선 생활을 하는게 두려웠나봐.  근데 막상 오니까 딱히 한국이 그립지 않았어.  밥도 생각보다 많이 맛있고 바가지로 샤워 하는 것, 변기커버가 없는 것, 핸드폰 없는 것 등등 다 좋고 아주아주 살만했거든.

 

밖을 나가면 아직 낯선게 너무 많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낯설어 하는거? 그런것도 이젠 익숙해. 그래서 지금은 여행이 빨리 끝나 집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것보단  집으로 돌아가는 게 두려울 정도야.  이곳이 너무 그리워 한국에서 내 원래의 생활을 잘 못할까봐.

 

 

난 특히 바공실랑안보다 키앙안이 더 그리울 것 같아.  홈스테이를 그곳에서 처음 해봤거든. 엄청 친절하게 우리를 돌봐주시던 lucil, 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운 lucil의 손녀 8hera7Maradine, 항상 우리를 지켜주고 도와주고 함께한 시트모들, 그 시트모들 중에서도 묵묵히 일하던 막내 Rocky, 장난칠 때도 있지만 진지하게 우리를 걱정해주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머리 긴 George, 우리 홈스테이 lucil의 막내아들 Jonathan 등등  다들 너무 좋고 벌써 그리워.

 

그리고 키앙안에서 한 일들도 기억에 많이 남아.  계단식 논 복원하는 건 논까지 걸어가는 것 빼고는 아주 좋았어.  초등학교에 있는 도서관 책 정리하는 것도 그렇고  부족하고 평범한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뻤거든.

 

키앙안에서 행복한 4일을 보내고 바나우에와 우하를 갔는데 필리핀 전통 가옥에서 필리핀 전통 춤을 본 게 너무 즐겁고 신기했어. 시트모와 헤어진다는 게 많이 아쉬웠지만  이푸가오에서 좋은 추억들만 가지고 와서 다행이야.  사실 실질적인 추억이 담긴 카메라는 마닐라로 돌아오는 버스에 두고왔지만  내 안에 어딘가에도 그때의 내가 머물러 있으리라 생각하려고..  

 

아무튼 이푸가오에서 여행의 절반을 보낸 뒤  마닐라 옆 동네 바공실랑안을 갔는데 키앙안이랑 정말 많이 다르더라.  한적하고 여유로운 키앙안과 달리 집과 차(트라이시클),  사람들로 복잡한 바공실랑안은 엄청 덥고 시끄러웠어.  그래도 바공실랑안에는 애기들도 많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서  여기 좀 더 오래 있었다면 키앙안 못지않게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었을거야

 

 

바공실랑안에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아무래도 공부방과 마지막 축제 때 만난 애기들인 것 같아.  진짜 정말 다들 놀랄 정도로 너무너무 예쁘고 잘생겼거든.  처음 보는 나한테 안기는 것도 귀여웠어. 그리고 바공실랑안 홈스테이에서 만난 바얀 언니랑은  나이차이가 크게 안나 한국 가서도 편하게 연락하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좋은 추억들을 가지고 가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내가 영어를 잘 못했다는 거야.  이제 한국 돌아가면 영어 공부를 진짜진짜 열심히 해서  다음에 다시 왔을 때는 시트모 사람들과 홈스테이 가족들이랑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어.

 

 

여행 첫날 아직 필리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도 곧 느낄 낯섦 때문에 두려웠는데 여행 마지막 날 아직 필리핀을 떠나지 않았는데도 곧 느낄 그리움 때문에 두려워.  그래도 이번 여행이 나한테 좋은 경험과 기억을 많이 줬으니까  한국에 돌아가서 이 추억들을 잘 정리해서 끝까지 마무리 잘 하자!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있는 나에게.

 

 

이 글은 14년 여름 <루손섬 여행학교> 참가자 '조예반' 학생의 수기에서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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