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조이/ 사진_공감만세
014.1.21(화)~22(수) 코끼리 보호센터(Thai Elephant Conservation Center)에서 둘째 날
하늘엔 별이 한 가득, 고요한 숲속의 작은 오두막에서 편안하게 잠을 잤다. 숲속이라서 추울 것이라 예상하고 두꺼운 옷을 갖고 왔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아서 좋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쯤 코끼리를 만나러 나왔다. 센터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곳 마을에서 살고 있어서 그 분들의 자녀들이 아침 일찍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준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많이 만나니 반가웠다. 대부분 아침식사를 챙겨먹을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차안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코끼리들에게 줄 바나나를 한 손씩 손에 들고 출발!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아 약간 쌀쌀한 날씨다. 함께 산책도 하고 조련사가 코끼리 목욕도 시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른 아침 추위를 녹이려 누군가 지펴놓은 장작더미를 보고 그냥 지나칠 준이가 아니다. 숙소로 돌아와 샌드위치로 아침을 맛나게 먹고 하루를 준비한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끼리 교육기관과 조련사 교육기관이 동시에 운영되고 있어서 전 세계에서 여행자들을 포함해 교육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을 위해서 코끼리타기, 코끼리 쇼, 여행자들과 함께 목욕시키는 프로그램들도 진행되고 있었다. 코끼리조련사들이 아침산책도 시키고, 목욕도 시켜주고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이동해 오전 10시에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조련사와 한 몸이 되어서 움직이는데 이곳의 조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국인들도 몇몇 눈에 뜨인다.
통나무를 들기도 하고 코끼리 두 마리가 힘을 합쳐 통나무를 끌기도 하고 통나무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지런히 쌓기도 한다. 코로 붓을 잡고 물감을 찍어서(옆에서 조련사가 도와주지만) 하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재주도 보여주고 코끼리가 코끼리를 그린 그림 앞에서- 옆에서 도와 준 그림이지만 코끼리는 영리해서 그림을 제법 잘 그리는 것 같다. 실로폰처럼 생긴 악기도 두드리고 문지르면서 연주도 보여준다.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면 사람들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도 한다. 코끼리는 머리가 좋아서 훈련을 시키면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곳에서 코끼리를 조련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이 조련사 양성과정에 참여중인 사람들인데 그 중 한 분을 만났다.
공연이 끝나고 코끼리와 친해지는 시간! 가까이 보니 아주 귀엽고 애교도 많은 아이들 같다. 공연장 앞에 작은 사무실 같은 곳에서 코끼리가 그린 그림들을 판매하는데 그림의 완성도에 따라 값이 다른 모습이 이채롭다. 이렇게 판매된 수입의 일부도 역시 코끼리를 위해 쓰여 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를 구경하기 위해 우리가 낸 입장료의 수입도 보호센터에서 운영 중인 코끼리병원 유지에 쓰인다고 한다. 코끼리들이 사람들에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얻은 수익이 코끼리 자신들을 위해 돌아간다고 하니 마음이 한 결 가볍게 느껴졌다. 다만 코끼리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쇼를 준비하고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 센터에 있는 코끼리들이 내 눈엔 모두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길 옆으로 뻗어있는 죽은 나무뿌리도 코끼리 모습으로 재탄생되어 있다.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숲 속으로 비쳐드는 아침햇살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작은 창고 입구에서 코끼리에게 줄 먹이로 판매되는 사탕수수(Sugar Cane)을 다듬어서 묶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항상 코끼리에게만 먹이로 주고 우리는 맛을 한 번도 보지 못해서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고 싶다고 하니 아저씨가 제일 맛나게 생긴 것으로 하나를 건네 주셔서 맛을 봤는데 진짜로 달콤한 즙이 나와서 맛있었다.
다음은 코끼리 덩 페이퍼(Dung Paper)만드는 곳으로... 하루에 205kg정도의 풀 종류를 먹으면 약 20kg의 똥(Dung)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런 덩은 그냥 버려지지 않고 몇 가지 제조과정을 거쳐서 종이로 재탄생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여주고 방문객이 직접 종이 만드는 체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그런데 똥의 어원이 Dung에서 나온 것이 맞지 않을까? 발음이 너무 비슷해서 신기하다!
코끼리 덩에 어떤 약품을 넣어서 냄새를 제거한 뒤 물에 잘 섞어 손으로 여러 번 문지르고 이물질이나 너무 큰 입자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직접 냄새를 코에 대고 맡아 봤는데 신기하게도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코끼리가 식물들만 먹이로 섭취하므로 아마도 냄새가 덜 나는 듯 했다.
덩페이퍼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준! 덩을 여러 번 삶아서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체에서 얇게 펴주는 작업을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마치 한지를 만드는 과정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체로 걸러내서 그대로 햇볕에 말리는데 여러 종류의 천연염료를 이용해 다양한 색깔의 종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내가 종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지나가다 체험을 하고 싶다며 내가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인줄 착각하고 내게 가르쳐 달라고 한다. 내 모습이 그렇게 능숙하게 보였던 것일까? 아님 나도 태국인처럼 보였던 걸까? 바로 옆에는 이 종이를 이용해서 만든 여러 가지 아트상품들을 판매하는 작은 샵이 있었다.
덩페이퍼 샵 가운데에 붙어 있는 이 둥그런 현판이 코끼리 보호센터의 모든 것을 함축시켜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100% Circle of Conservation" 이곳에는 질이 좋지 않은 코끼리 똥은 발효시켜 바이오가스를 만드는데 이용된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코끼리 몸에서 나오는 어느 것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로 인해 다시 코끼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이 되고 사람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해 주고 여행자들에는 코끼리와 교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 코끼리 보호센터가 참으로 멋진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30분 동안 코끼리를 타볼 수 있는 코끼리 트레킹! 타는 동안 코끼리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코끼리야 고맙다. 무거운 내 몸무게를 견뎌 주느라! 앞으로도 더 많이 이들이 찾아와서 코끼리와 친구가 되어 주면 좋겠다. 짧은 1박2일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반찬(Baan Chan)으로 돌아왔다.
이 글은 김은아(Joy)님이 2014년 1월 4일부터 1월 30일까지 아들 허준(June)과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며 작성한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