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부탄 수기] 부탄, 사랑한다. 진심으로!

  • 공감만세
  • 2014-06-26
  • 6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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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행복한 은둔 왕국, 부탄(1차~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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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우연한 필연/ 사진_공감만세

 

왜 하필 부탄을 선택했냐고 많이들 묻는다. (정말 많이. OTL) 그래서 그 얘기부터 시작할까 한다.

 

인터넷에서 처음 이 부탄 여행 공고를 보았을 때, 곧바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라는 환상적인 이미지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남들이 많이 안 가는 특이한 나라에 가보고 싶은 약간의 허세였을 수도 있고도시 생활과 수많은 사람들에 부대끼는 일상에 지친 나머지그저 어디든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청정한 곳으로 가고 싶었을 수도 있다아니면 그저 운명의 이끌림에 순응했던 것일지도.

 

그 때문이었까다른 일반 여행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보고서도,  아마 공정여행이기 때문이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솔직히 그 땐 공정여행이 뭔지도 정확히 몰랐으면서!)

 

당시 내겐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기 위해 몇 년 동안 모아온 쌈지 돈이 있었고,  그래서 신청 버튼을 누르는데 주저하진 않았다. (미안해, 뉴욕. .)

 

하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설마 부탄 갈 사람이 20명이나 모이겠어?’라는 생각 때문에.  그저 모든 걸 하늘의 뜻에 맡기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인원수가 차지 않아 못 가게 된다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겼을 거다.

 

 

그런데 여행이 확정됐다고 연락이 왔다. 그것도 여행자가 나까지 포함해서 딸랑 4명밖에 되지 않는데도(나중에 보니 여행자는 4명인데, 인솔자가 무려 3- 한국인 인솔자, 부탄 현지 가이드와 전담 드라이버까지!)

'공감만세라는 여행사가 무척 기이하게 여겨졌다. (뭐지, 이 여행사? --a) 그렇게 나는 부탄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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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던 순간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그 눈부신 햇살, 그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 시원한 바람, 그 상쾌한 공기... 온 몸으로 느껴진 그 청량한 전율이, 바로 내가 만난 부탄의 첫인상이었다.  오랜 비행으로 몹시 피로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부탄 땅을 밟는 순간 리셋된 기분이랄까?

 

 

* 부탄에서의 자세한 일정별 여행기는 우리의 한국인 인솔자, 이형동씨가 공감만세 뉴스레터에 매주 연재하고 계시니까, 이제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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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누가 811일 동안의 부탄 여행 일정 중에서 제일 맘에 안 드는부담스러운 일정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부탄의 공무원들, 각 부서의 고위 관리들을 만나 Q&A를 갖는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공정 여행이니까, 그렇게 특별한 시간도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성격이 원래 뭘 물어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이왕 부탄에 와서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데굳이 그런 일정까지 소화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에,  오기 전부터 많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영어-한국어로 통역해 가면서 의사소통해야 하는 것도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얘기를 나눠보니... 이 사람들, 굉장히 멋지다!

 

부탄의 현재 모습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들 한결같이 소박하고 진솔했다.  나라를 위해, 또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고(개인의 영달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정치인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알고 또 보았던가! .)

 

 

심지어 현재 부탄의 산적한 문제들,  그들의 치부라 여길 수 있는 것들 또한 솔직하고 가감 없이 말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도 여행하면서 목격했던 여러 가지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고부탄 신세대들이 KBS TV에 너무 빠져버리는 바람에 방송을 금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개들 때문에 발생하는 곤란한 문제들과 대응책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들과의 Q&A가 거듭될수록, 나는 심지어 질문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무엇을 물어도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을까대화를 마칠 때 즈음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친밀한 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 관광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기회였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전율했다. 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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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에겐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논에 처박힌 사건이다. OTL

 

아름다운 치미 라캉 사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평화로운 논밭 사이 길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갈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갔던 길인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발이 미끄러져서 몸이 왼쪽으로 기울면서,  논두렁 바로 옆 진흙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 정말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방에서 손들이 달려들어 나를 논에서 끌어올렸다다친데 없냐고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엉망이 된 내 겉옷을 벗겨서 들어주고,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내 가방을 대신 매주고... 그 와중에 난 그저 창피하고, 창피하고, 또 창피했을 따름이었다. .

 

일어나 보니 아수라 백작처럼 몸의 왼쪽 절반은 온통 진흙 투성이었다할 수 없이 반대편 수로에 몸을 그대로 집어넣어서 일단 흐르는 물에 씻어낼 수밖에 없었다.  논에서 빠져나와 수로에 도로 들어가는 그 심정이란... OTL

 

원래 남 앞에서 실수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다치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알고, 매우 부끄럽지만 다 젖은 채로 차까지 무사히 돌아갔다차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멍하니 얼이 빠진 채 앉아 있었다.

 

창피한 마음이 조금 사라지면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그러다가 옆으로 쓰러져 있을 때사방에서 날아든 도움의 손길들을 떠올리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난 이제 논에 빠진 여자니까,  이보다 더 창피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에 왠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  (하지만 숙소에 돌아와서 하나 밖에 없는 운동화를 빨아야했기에, 다음 날 삼선 슬리퍼 바람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해야 했다는... O My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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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부탄에서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에 대해 얘기를 하려 하는데,  그 전에 알아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사람!

일명(aka.), 종로깡패 스님 되시겠다빨간색 가사 안에 밤색 가죽 잠바를 입고 계시는데그 행색이 특이할뿐더러, 무심한 표정을 언뜻 보면 진짜 종로 깡패처럼 생기셨다. ㅋㅋㅋ 우리의 가이드 상게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신 분이셨는데,  단순히 절 구경만 시켜주신 것이 아니라,  직접 내부 사무실 구경도 시켜주시고, (스님들 컴퓨터 바탕화면이 탤런트 이다해 사진이었다!!!) 스님들 휴식 공간에서 밀크티와 각종 간식들도 대접해주시고, 궁금한 건 뭐든 답해주셨다.

 

 

게다가 우리가 스님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허락해주셨다11시 반이 되자, 스님들이 모두 점심을 먹으러 뜰 안으로 모이기 시작했는데,  우리 일행도 스님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스님들 구경하느라 바쁘고, 스님들은 우리 구경하느라 바쁘고, 서로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점심을 배급받았다쌀밥 위에 감자 조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