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조이/ 사진일부_공감만세
2014.1.18(토) 마을 둘러보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도 오래도록 천천히 보고 싶다. <풀꽃>처럼...
BaanChan에서 머문 시간들이 멈추지 않고 흐른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여행을 할때 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여행지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집에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여행처럼 매일을 소중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아침마다 가까운 시장으로 반찬거리를 사러갔는데 시장구경하는 것이 무척 재미지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두 언젠가부터 여러 번 본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야채들도 생선들도 모두 싱싱해 보인다. 집에서 특별히 요리를 하지 않고 바로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쌀국수도 많고, 꼬치구이와 찰밥, 알수 없는 다양한 소스들을 봉지에 담아 고무줄로 꽁꽁 묶어서 판다. 얼른 아침식사를 하고 학교로 일터로 가족모두가 출근해야 하는 태국인들에게 안성마춤인 메뉴같다. 우리나라처럼 반찬의 가짓수를 많이 해서 먹는 문화가 아니니 주부들이 아침일찍 요리하느라 수고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른 시간 장터 한쪽 모퉁이에 있는 쌀국수 집 - 서둘러 먹고 출근하는 사람들, 포장해서 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주인부부의 손이 무척 바쁘다. 우리가 단골로 가는 돼지고기꼬치 숯불구이(무삥)를 파는 부부. 어느 날 저녁에는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앳된 소년이(아마 아들인 것 같았다) 부부를 도와서 굽고 포장도 하고 열심히 돕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흐뭇하게 느껴졌었다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무삥! 나와 준이입맛에 딱 맞아서 매일 먹었던 메뉴다.
누군가의 손길로 하나하나 캐고 다듬어서 시장까지 나온 울퉁불퉁 고구마, 무, 당근,생강들. 우리나라 시장에서 보는 것과 똑 같은 모양들이다. 이름 모를 생선들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친다. 탐스럽게 생긴 튀긴만두도 먹음직스럽다. 부처님 앞에 드릴 음식들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을 돌아 보면서 피요와 준이가 함께 다니고 나는 잠시 혼자 떨어져 사진도 찍으면서 구경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다시 만났는데 피요가 웃으면서 내게 말한다. 시장에서 오랜만에 아는 분을 만났는데 준이가 피요의 아들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나도 웃겨서 한 바탕 웃었다. 준이 표정이 이상하다. 피요가 장가를 일찍 갔으면 아마 준이 같은 아들이 있었겠지?
활기찬 시장에서 아침을 시간을 보내고 오면 괜스레 내 마음도 덩달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아침을 먹고 나서, 내가 지내온 집 주변에 뭐가 있는지, 누가 사는지, 밤마다 들려왔던 그 노래소리의 근원은 어디였는지 둘러보고 싶었다. 부지런한 동네사람들은 일찍 일어나 일하러 갔는지 조용한 가운데 집집마다 키우는 개들이 낯선 이방인을 향해 무섭게도 짖어댄다. 눈길은 주지 말고 태연하게 앞만 보고 걷는다. (사실은 쫓아와서 물을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창문 안으로 푸른 하늘과 구름, 나무들 그리고 마을이 들어 있다. 서로가 서로를 품으며 살아가고 있는 마을 사람들 처럼 느껴진다. 울타리의 색이 다르고 서로 다른 집에 살지만 조화롭게 보인다. 가끔 이 길에서 큰뱀이나 실뱀도 출현할 때도 있다. 준이한테는 호기심 가득한 관찰거리가 되기도 한다.
내가 공정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행에 나의 스케줄을 맡기고 여행을 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을 여유있게 둘러 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름모를 꽃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웃들과 눈인사를 나눌 수 있었을까?
이 글은 김은아(Joy)님이 2014년 1월 4일부터 1월 30일까지 아들 허준(June)과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며 작성한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