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태국 여행기] Joy 와 June의 풀꽃 같은 여행 - 15

  • 공감만세
  • 2014-05-21
  • 5038

글_조이/ 사진일부_공감만세

 

2014.1.15() 34, 람팡(Lamphang)으로의 짧은여행 - 마을 둘러보기(2) 그리고 떠남

아침 새벽시장 보기마을엔 날마다 장이 열린다. 아침일찍 그리고 저녁에 두 번아침 6시가 넘어서 피룽’, ‘과 함께 장터로 갔다. 잠옷바람으로. 옷을 갈아입으려 하니 둘 다 잠옷을 그냥 입은 채 시장으로 가려는 분위기다. 여기서는 어떤 옷을 입고 장에가도 상관없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해서 털모자에 여러 겹 옷을 입고 갔다. (내 생에 잠옷입고 장보러 가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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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야채들도 싱싱하고 강에서 나는 민물 생선들도 고운 빛깔을 띤다. 대부분 그 전날 늦게까지 준비해 뒀거나 꼭두새벽에 일찍 만들어 준비해 온 음식들도 즐비하다.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얼굴도 피부색도 아주 다양하다. 아마도 고산족 마을에서 내려오신 것 같았다. 정말로 부지런하신 분들이다. 새벽시장이라 낮에 열리는 장과는 달리 아주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물건을 사고 돈 계산은 모두 꼬마 아가씨 이 다 한다. 아마도 엄마가 수학공부를 실생활에서 해보도록 하는 것 같았다.  태국사람들의 아침은 대부분 장에서 간단한 한 끼 음식(대부분 작은 비닐봉지안에 음식을 고무줄로 묶어서 판다)을 사서 먹고 바쁘게 일터로 가는 것 같다. 우리도 아침에 먹을 음식들을 이것저것 샀다. 레몬그라스를 달여서 마시면 몸에 좋은 차가 된다고 한다.

준이는 전날 아이들 학교에 가서 종이접기 선생님을 하느라 많이 피곤했는지 밤새 열이 나고 아팠는데 레몬그라스(레몬향이 나는 식물)와 다른 몇 가지 태국 약초들을 넣어서 황토항아리에 불을 지펴서 몇 시간동안 달인 건강차를 잠자기 전부터 마시고 아침에도 몇 번 마셨더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이 차를 마시면 소화에도 도움이 되고 배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진한 레몬향에 계피냄새도 나는 듯, 그 맛에서 홈스테이 가족들의 사랑과 향이 그대로 내게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장을 오가면서 마을을 돌아 흐르는 강에서 물안개를 보았는데 강가를 산책해 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어디서나 볼 수 없는 풍경을 다시 보고 싶어 다음 날 아침 일찍 꼭 가보고 싶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제일 먼저 학교를 간다. 태국방학에 맞춰서 왔더라면 준이가 친구들과 낮시간 동안 함께 실컷 놀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안타까웠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나짜가 다니는 학교가 있어서 끝나는 시간 즈음에 맞춰 놀러가기로 했다. 작은 소도시의 마을 이지만 크고 작은 학교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젊은 이들이 이 곳에 많이 살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짜가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5,60명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아담한 곳 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인 것 같았는데 운동장만큼 큰 채소를 키우는 밭에서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가기 전에 채소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시 속에 인조잔디로 깔아 놓은 운동장이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준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럽기까지 하다.

 

[태국 여행기] Joy 와 June의 풀꽃 같은 여행 - 15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그녀는 한국에서 온 나와 준이를 학생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서로 인사를 했다.  나도 이 학교의 선생님이 돼서 뭔가를 가르쳐주며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나중에 다시 방문하면 친구들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니까 다음에 꼭 다시 와서 가르쳐 주라고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아이들도 순해 보이고 교장선생님도 옆집 사시는 아주머니처럼 꾸밈없고 편하다.

 

나짜의 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사원의 벽화를 그리거나 그 안에 장식품들을 조각하는 일을 하신다고 직접 보여 주셨다.도자기로 만든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 내는 세라믹 공장에도 들러보고 연못에서 잠시 낚시도 하는 척?

 

이 마을에서는 어디든 공터가 있으면 야채와 채소를 기른다.  마을 둘러보기를 하고 나니 또 하루가 어느 새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위를 올려다 보니 전봇대 위에 전기줄이 이리저리 얽혀있는 모습이 정겹다. 나와 이곳 람팡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저 모습처럼- 한국이란 나라에서 이곳 태국의 작은 도시로 이어진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이어진 특별한 관계라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아니면 우리들의 만남은 이미 오래전에 예정되어 졌던 것은 아닐까하는 소설의 한 토막 같기도 하고,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고 함께 해 줘서 고마운 마음이 가득 차 올랐다. 준이가 좀 더 크면 꼭 다시 이 마을을 둘이서 방문하리라! 그리고 그 때 정말 고마웠었노라고! 다시 말하리라.

 

저녁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우리가 있는 피룽의 집으로 퇴근(?)하는 것처럼 하나 둘씩 모여든다. 함께 저녁을 먹으려나 보다. 대문을 걸어 잠그고 살지 않는지라 누구나 언제든지 드나드는 모습이 내 어릴 적 고향마을과 닮아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음날 다시 산캄팽으로 떠나야 하는 우릴 위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동네사람들과 모두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었다. 피요를 제외하고 거의 영어로 소통을 할 수가 없었는데 오히려 말이 안통해서 서로 못알아듣는 상황 때문에 더 재밌는 일들이 더 많았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언어란 단지 두 번째로 필요한 수단이 될 뿐 그리 중요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준이는 한국에서 가져온 마지막 남은 튜브고추장이 맛있다면서 힘을 주어 열심히 짜내서 얼쓰에게 먹어보라고 밥위에 놓아준다. 서로 키득키득 거리면서 먹고 노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잠자리에 들기전 다음 날 떠날 거라는 얘기를 꺼내니 아이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을 주고 싶어서 이것 저것 기념이 될 만한 물건들을 선물이라고 수줍게 갖다 준다. 우리도 준비한 작은 선물을 건냈다. 좀 더 며칠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다음에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떠나오는 날 아침 일찍 강가로 가서 산책을 하고 싶었다. 물안개를 보고 싶었기에!

 

Lampang, 일몰, 강

 

34일의 짧은 람팡(Lamphang)살이를 마무리하고 떠나는 날 아침 난 아침 일어나 강가의 물안개를 꼭 보기위해 피룽어쓰그리고 과 함께 강으로 갔다.(준이는 피곤한지 늦잠을 자느라고 못가서 아쉬웠지만...) 아침햇살이 맑고 투명하게 비친다. 쌀쌀한 아침날씨라서 강으로 뛰어들면 따뜻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옛날에는 이 강물에서 수영도 하고 놀았다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해서 안타까웠다이 강의 풍경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속이 얼마나 고요하고 부드러울지 생각해 본다.

 

가족처럼 편안하게 지내도록 해 준 피룽가족들! 모두 감사하고 항상 건강하기를 기도하면서 정들었던 홈스테이 식구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산캄팽 베이스캠프로 출발을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별없이 만남만이 있다면 어떨까? 그러면 이런 서운한 마음갖지 않아도 될텐데...'

 

이 글은 김은아(Joy)님이 2014년 1월 4일부터 1월 30일까지 아들 허준(June)과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며 작성한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