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조이/ 사진_공감만세
2014. 1.14(화) 3박 4일, 람팡(Lamphang)으로의 짧은여행 - 마을학교 방문
전날 밤엔 밤하늘이 유난히도 맑아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시력이 좋지 않은 내 눈으로 보는데도 반짝거려서 하늘에서 별이 모두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새소리도 참으로 맑고 투명하기까지 하다. 이 댁의 어르신인 아버님은 해도 안 떠올랐는데 일하러 나갈 준비를 하신다. 내 어릴 적 우리 집에서도 아버지가 제일 먼저 일어나셔서 새벽에 일을 하러 들로 나가시곤 했기에 갑자기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부지런하셨었는데 왜 나는 게으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침 일찍 피요와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들으며 마을 구경을 했다. 나도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지내서인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마을의 이름은 ‘나꽈우끼우‘인데 특이하게도 유엔개발협력기구(UNDP), 태국북부유기농연구회(NOSA)의 도움을 받아 ‘학남장’이라는 농민회를 만들어 협동조합의 형태로 공동경작지를 구매하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들을 판매하여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또 이 마을에는 한국의 공정여행사 ‘공감만세’도 함께 참여하여 만든 마을 도서관(아시아 평화도서관)도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지금도 ‘공감만세’는 공정여행을 통해 이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고 작은 봉사활동도 하면서 이곳을 공정여행 마을로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유익을 가져오는 일은 참으로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한 번의 여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유익과 즐거움만을 가져올 수도 있고 이렇게 나의 여행이 마을에 유익함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이 마을 사이로 큰 강이 흐르고 있어 이 물의 수력을 이용해 물을 끌어올려 경작지에 물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수력에 의해 흐르는 강물을 펌핑하여 관을 통해 물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강에서 끌어 올려진 물을 모야 밭에 물을 준다.
나꽈우끼우 아시아 평화 도서관 오픈을 위한 준비가 한창 이었다.(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오픈식을 갖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을 초등학교 방문하기!
얼쓰와 엄은 아침 일찍 학교로 가고 10시쯤에 우리도 아이들의 초등학교로 향했다. 이곳은 태국 대부분의 학교가 그런 것처럼 사원 안에 있었다. 오늘 방문 목적은 준이 이 학교에서 색종이 접기 선생님을 하는 것! 준이는 지금 보다 어릴 때부터 색종이 접기를 좋아하다 보니 색종이 접기를 또래보다 잘한다. 1년 전에 태국 카렌마을 초등학교에 가서도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여 놓고 색종이 접기를 함께 했었는데 이 번에도 이곳에서 색종이 접기를 함께 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색종이를 한 묶음 가져왔다. 가수 싸이의 인기가 이 곳 시골학교 아이들에게도 이미 알려져 있어서 준이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함께 재밌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점심시간! 친구들 사이에 앉았는데 앉자마자 너무 배가 고팠는지 먼저 음식을 한 입 입에 넣었는데 주위를 둘러 보니 아직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몰랐다. 어쨌건 우선 입에 들어간 것은 씹어 먹고 잠시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 주니 참고 기다린다. 선생님의 기도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시작으로 모두 함께 두 손을 모으고 긴 기도문을 큰 소리로 암송한다. 태국어라서 도통 알아 들을 수 없지만, 아마도 음식을 주신 하늘과 땅, 부처님, 음식을 만들어 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들어 있는 기도이리라.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이 마을 안에 새로 사원을 짓기 위한 예식을 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그 곳으로 향했다. 이 마을에는 사원이 여러 개 있다고 하는데 또 새로운 절을 신축한다고 한다.
스님들도 많이 계시고 일하시는 남자 분들도 많고 동네 아주머니들도 아주 많이 계셨다. 대부분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았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가까운 곳으로 돈을 벌러 직장에 나갔다고 한다. 멀리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왔다고 하니까 다들 반가운 인사를 건네 주신다. 아직 점심을 못 먹은 나는 때마침 점심식사 시간이라서 인사를 나누고 같이 앉아서 낯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커다란 원형 쟁반위에 빙 둘러서 온갖 야채가 가득하고 중심에는 우리나라의 된장소스 같은것이 나왔다. 그리고 찰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야채는 토란, 양배추, 모닝글로리, 컬리플라워 그리고 나머지 여러종류가 있는데 잘 모르는 야채들이 많다. 모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져 있었다. 어떤 야채는 입에 넣었다가 너무 써서 뱉을 수도 없고 다 삼키느라 표정관리하기도 힘들고 엄청 애를 먹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려니 생각하면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맛있게 먹어야 하는 이유로.... 된장맛이 나면서도 씁쓸하고 매운 소스도 빨리 적응이 안 돼서 열심히 찰밥을 입으로 넣으면서 고픈 배를 채웠다. 내가 먹기 힘든데도 잘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들이 계속 웃어서 나도 웃으면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시골에서 동네 아줌마들(어르신들이 더 많다)과 마주 앉아 먹으니 맛 보다는 정겨움으로 먹었다.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서 느낀 것은 이 분들은 특별히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이렇게 자연이 주는 음식을 통해서 온갖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실제로 연세가 많으신 대도 모두 건강해 보이셨다). 시골에 살면서 산과 들에서 나는 좋은 음식이 이렇게 많은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인공으로 영양제를 만들고 또 그것을 사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려한다는 것이 뭔가 앞뒤가 안맞는 논리로 여겨진다. 독이 든 야채나 과일 빼고 모든 것이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서 빨리 산과 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고 싶다.
이 글은 김은아(Joy)님이 2014년 1월 4일부터 1월 30일까지 아들 허준(June)과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며 작성한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