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수기 [태국 치앙마이 공정여행③] 여행지에서 묘목을 심는 것의 의미

  • 공감만세
  •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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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이영민/ 사진_공감만세

 

오후에 우리가 향한 곳은 태국 북부 지역에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프로그램과 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사오힌(Saohin) YMCA다.화사한 미소의 패차린(Patcharin Aviphan) 사무총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밝게 웃으시는 이 분이 사실은 현지 직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호랑이 총장이라는 얘기는 의외였다. 현지 스텝인 요는 이 분이 오셨다는 얘기만 들리면 슬금슬금 피해 다닌단다.

 

 

사오힌 YMCA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우리는 대체 에너지 전시관으로 향했다. 우리의 안내를 맡게 된 남자 직원은 손짓이 어딘가 섬세한 느낌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이면서 여성성이 다분한 성 소수자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특성을 가진 이를 기관에서 고용할 수 있을까? 물론 YMCA가 일반 기업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더 개방적인 태국의 모습이 존재한다.

 

태국의 대체 에너지관 탐방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참가자인 대전충남녹색연합 유병연 대안사회국장은 “여기 전시된 대부분이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모델을 도입하여 시행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체 에너지에 대한 지식이 없는 입장에서는 대체에너지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용이 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곳이다.

 


자전거로 물을 나오게 하는 장치, 태양열 난방,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름(자동차 용) 등을 보며 태국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이런 것들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요 사업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대체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패차린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하며 에너지 절약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가 묶은 치앙마이 YMCA 호텔은 태양열로 온수를 공급하며, 화장실에는 ‘계속 사용할 수건은 수건걸이에 걸어 두세요. 빨고 싶으면 빨래 바구니에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써 있다.

 

하루에 한 번은 모든 객실의 수건을 일괄적으로 가져가는 일반 호텔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빨래하는데 들어가는 물과 환경을 오염시키는 세제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온 나는 수건을 매일 바구니에 둘 수 없어서, 여행을 하는 6일 동안 수건 빨래를 딱 한 번 부탁하고 나머지는 쓰던 것을 계속 쓰고 왔다. 그것이 긍정적인 변화인 걸까? 한국에서도 에너지 절약보다는 귀찮음에 수건을 잘 빨리 않았던 내 습관의 연장은 아니었을까?

 

 

기념사진을 찍기 전 우리는 사오힌 YMCA의 정원에 미리 준비한 묘목을 심었다. 우리가 차를 타고 여행하며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을상쇄하기 위한 방편에 대한 고민으로 나온 것이 여행 중에 나무 심기이다. 여행 중에 땅을 파고 흙을 고이 덮는 우리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이것을 심는다고 배기가스가 사라지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변화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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