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조이/ 사진일부_공감만세
2014.1.8(수) Ajan Somsit과 Mona의 결혼식 참석을 위한 짧은 여행
나는 한국에서 출발 전에 부부가 될 신랑신부의 결혼식 초대 메시지를 페이스북을 통해 받았었다. 신랑신부는 The Royal Agricultural Station Inthanon에서 일하는 분들로 작년에 태국 북부 카렌마을로 공정여행을 가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다. (The Royal Project: 현재 푸미폰 국왕이 태국 고지대에서 재배되던 아편을 근절시키기 위해서 이를 대체할 작물을 개발하고 고산족들에게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일을 하는 사무국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다.)
여행계획안에 우연히 태국의 전통결혼식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서 기뻤다. 내가 머물고 있는 람빵에서 남쪽으로 4시간여 차로 달리면 신부의 고향집이 있는 우따라딧(Utaradit)이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는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내가 갖고 있는 두 권의 태국 론리플래닛(Lonely planet) 책자 에도 나오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가다 휴게소에 들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쌀국수 집의 풍경이 놀라워서 자동으로 내 손이 사진을 찍었다.식당 한 쪽 벽면이 온통 국왕과 왕비와 관련된 사진으로 장식이 되어있다. 물론 태국의 어느 집을 가나 가장 중요한 곳에 국왕사진이 항상 걸려있는 것을 알지만은... 태국인들의 그들 왕에 대한 사랑, 존경심이 엄청난 것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도착하자마자 결혼식 피로연을 위한 장소로 가보니 무대장식이며 꽃장식등을 하느라 분주 하다. 우리나라처럼 어디에 맡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신랑신부의 지인들이 와서 모두 도와주고 있었다. 그 곳에 내가 알고 있는 피페(치앙마이의 산캄팽 YMCA에서 일하는)도 먼저 도착해서 일하고 있었다.
잠시 뒤를 돌아 보니 준이는 벌써 꼬마 친구와 함께 빈 상자안에 들어가서 함께 만화책을 보고 놀고 있다. 아이들의 친화력! 특히 준이의 friendly한 성격! 둘 다 귀엽다!
도착한 그 다음 날 낯선 도시에서 아침을 맞는 기분이 상쾌하다. 결혼식은 아침 7시경부터 시작이 되었는데 신부집에 일가친적, 동네사람들이 모두 축하기 위해 일찍 모여들었다. 이른아침 부터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닭죽 비슷한 음식을 셀프로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때 입는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었는데 둘 다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다. 축하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담장 옆으로 뒤뜰에 가보니 손님들을 위한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고기와 생선 야채들을 정성껏 한 접시씩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장식을 하고 있었다. 아마 동네분 들이 모두 모여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의 어린시절 우리 고향집에서도 큰 언니가 시집갈 때 전통혼례를 치뤘던 기억이 났는데 아마도 이런 비슷한 풍경이 머릿속에서 겹쳐 지나갔다. 이곳 태국의 결혼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화려하고 절차도 더 많은 것 같았다. 결혼예식은 늦은 밤까지 이어진다 한다.
잠시 후에 8명 정도의 스님들께서 예식을 치르기 위해 오셨다.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방에는 가족들만 들어가고, 일가친척들과 그 외 손님들은 앞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미리 설치해 놓은 스피커를 통해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예식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태국에서는 중요한 일, 예를 들면 새로 이사를 하거나 결혼식등에 꼭 스님들이 오셔서 기도해 주시면서 축복을 해 주신다. 역시 불교의 나라이기에 부처님께 모든 평화과 건강과 행복을 비는 예식을 한다. 결혼예식을 지켜보기 위해 방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스님들께서는 둥근 실타래를 무릎위로 연결을 해서 신랑신부가 있는 곳까지 두고 주례를 하는 스님은 신랑신부와 마주 앉아서 뭐라고 하시면서 염불같은 것을 하신다. 태국말 인지 스님들만이 사용하는 언어인지는 몰라도 아마 신랑신부가 백년해로 하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비는 것만은 확실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도 하객들과 함께 같은 마음으로 따라서 절을 몇 번 했다.
“신랑 신부님! 지금 이 마음 변치 말고 행복하게 아들딸 낳고 잘 사세요”
밖에 있는 손님들도 모두 두 손을 모으고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숙함이 느껴진다. 순간 스치는 나의 생각! 나도 이렇게 남편과 결혼식을 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 때 ‘열심히 잘 살아야지‘라고 다짐 했는데 가끔씩 티격태격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잠시 반성 했다.
모든 과정을 더 함께 하고 싶었지만 아직 결혼식에 관심이 많지 않은 어린 아들 때문에 아쉽게도 긴 예식을 전부 함께하지 못하고 우린 이 낯선 도시에서 하루를 느긋하게 쉬기로 했다. 저녁 파티때 까지.
아주 작은 커피숍- 테이블이 하나 밖에 없는- 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그런데 아뿔사! 이야기가 길어지고 깊어지면 나는 조금씩 머리가 아파진다. 왜? 나의 짧은 영어실력이 고갈되고 나는 표정과 몸짓으로 바디 랭귀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행복을 맛본다.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시간으로 마음을 바꾸니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오전엔 불교식으로 엄숙한 예식을 치뤘고 저녁6시 부터는 내가 느끼기에 엄청나게 큰 홀에서 파티를 했다. 여러 명의 가수들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데 한국의 트롯트 비슷해서 친밀감도 느껴지고 흥겨웠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태국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노래들이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들과 우리의 감성이 비슷한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흥이 무르익어갈 무렵 신랑신부가 무대로 나와 큰 절도 하고 인사말을 한다. 그리고 이 파티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신부의 꽃다발을 던져서 받는 것도 했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처럼 신부부케를 다음 결혼식 할 사람이 받는 다 했다. 순서가 되자 20여명의 청춘 남녀들이 무대 아래 앞쪽으로 몰려 나왔고 신부는 무대 위에서 뒤로 돌아서서 구령에 맞춰 던질 준비를 했다. 하나, 둘, 셋! 꽃다발을 던지는 순간! 누가 받을까? ......
꽃다발은 맨 앞쪽에 서 있던 준이가 받았다 10살 밖에 안된 꼬마가....하하하! 파티장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우스워서 웃고 난리가 났다. 하필이면 ......
평소에 준이 아빠는 아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엄마 아빠가 너를 늦게 낳았으니 꼭! 일찍 장가를 가야한다” 라고, 정말로 준이가 일찍 장가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부케를 받았으니. 다행스럽게도 이 부케는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 진거라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아 Baan Chan 2층 북카페 장식장에 모셔뒀다. 10년 후에 꼭 다시 찾으러 갈거라고 피요에게 약속했다.
이 글은 김은아(Joy)님이 2014년 1월 4일부터 1월 30일까지 아들 허준(June)과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며 작성한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