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조이/ 사진일부_공감만세
2014. 1.4(토)
여행 첫날 오후 6시 비행기를 타고 태국에 10넘어서 도착 했다. 작년에도 1월 첫주에 이곳에 왔었는데... 그래서 인지 무척 낯익고 편안한 곳처럼 느껴졌다. 수화물을 찾으려고 기다리는데 아들 준이가 덥다고 난리다. 비행기 안 까지는 내복까지 여러 겹 껴입고 있었는데 하나씩 벗으라고 하다 보니 위아래 한 벌로 된 내복만 입고 있게 되었다.
준이가 어떻게 내복만 입고 여기에 있냐고 뭐라 하길래 “이곳 태국 사람들은 네가 내복 입은 줄 모를 꺼야! 그냥 입고 있으면 좋겠다. 더운데 어떻게 하겠어!“ 라고 말하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아뿔사 온통 대한민국 사람이다. 이 곳도 골프치러 오는 아저씨들이 많아 수화물이 온통 골프가방 뿐이네!
피요가 우리를 공항까지 데리러 와줘서 고마웠다. 두 번째 만남이라서 더 반갑고 반가웠다. 비행기안에서 가벼운 기내식을 먹은 덕분에 도착하니 배가 출출하여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을 두고 그 곳에서 맛있다는 쌀국수집으로 가서 맛나게 쌀국수를 흡입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평균 15도 이상이라 밤 12시가 넘으면 쌀쌀하면서 춥기 시작한다. 추위에 취약한 나에게 좀 참기 힘든 문제였다. 그래서 집에서 가져온 옷들을 여러 겹 껴입고 매일 취침하니 조금 견딜 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낮의 따뜻한 햇볕이 더 그립고 좋았다.
2014.1.5(일)
전 날의 여독도 풀겸 오전에 짐정리도 하고 집 주변도 살펴 보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매서운 추위로 점점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Wi-fi가 설치 되어있어 뉴스도 보고 페이스북이나 카톡, 보이스톡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아 행복했다. 바쁠 것도 없고 서두를 것도 없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개 짖는 소리, 닭장의 닭소리, 모터사이클 소리를 들으며 따스한 햇살을 만끽했다.
긴 여행 스케줄 안에 우리가 가고 싶고 체험하고 싶은 항목들을 넣어서 만들어 왔지만 상황에 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무리하게 뭔가를 할 필요는 없는 여행이 되길 바랬다. 점심을 먹고 나서 조금 쉬었다가 집을 나섰다.
오늘은 마침 일요일이라서 치앙마이 시내에서 유명한 Sunday Walking Street로 향했다. 우리의 여행 원칙 중의 하나는 그 지역의 대중교통이용하기 그리고 걷기! 썽태우를 타기 위해 집에서 걸어서 20분정도 큰 거리로 나왔다. 치앙마이 시내까지는 하얀 썽태우를 타고 가야한다. 렌트카를 타고 다니면 다른 누군가와 눈을 마주칠 일도 드물고 도움을 청해 보는 일도 할 수 없지만 썽태우(앉은 자리가 두 줄로 개조된 트럭사이즈의 차로 태국의 대중교통 수단)를 타면 많은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고 내려할 곳이 어디인지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도 좋다. 천천히 사람을 만나고 담장에 핀 꽃도 만나고 개와 고양이들도 만나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생각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난 이렇게 쓴다.
"천천히 걸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자세히 보인다. 사랑스럽다. 공정여행, 너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 여행의 제목을 “풀꽃같은 여행”이라 붙여 보았다.
가는 도중에 돌아가신 스님의 장례행렬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의차를 보게 되면 행운이 온다고 말했더니 태국도 그렇다한다. 믿고 싶었다. 무슨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Sunday Walking Street로 가기 전에 피요가 와로로 마켓이라는 곳에 내려서 너무나 멋진 카페 “타멜(TAMEL)"을 구경시켜 주었다. 나에겐 또 하나의 풀꽃 같은 TAMEL!
1층 옷가게를 거쳐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식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인도풍, 네팔풍인가 하는 이색적이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카페가 나타나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마치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벽화까지 모두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물론 커피와 아이스크림맛도 에덴동산의 맛이다.
그 곳에서 잠시 쉬었다. 치앙마이 구시가 거리에 있는 여행자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져 유명한 Sunday Walking Street로 가보니 외국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태국 란나왕국의 자취가 그대로 묻어있는 타페게이트에서 재밌는 하나의 만남이 시작된다.
Sunday Walking Street가 시작되는 지점의 타페 게이트 옆 담장 밑으로 신나게 연주를 하고 계신 뮤지션 발견!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들 둘러싸 사진도 찍고 몸도 흔들면서 신이났다. 우리도 덩달아 신이 나서 몸이 들썩거린다. 헌 페이트통, 쇠파이프, 기름통, 부탄가스통 등 두드려 소리가 날 것같은 물건은 다 갖다 놓고 신나게 두드린다. 무슨 곡인지 몰라도 어느 나라 음악인지 몰라도 그냥 박자가 맞으니 좋다. 준이도 신기한지 눈을 반짝거리더니 자기도 뭔가 아저씨처럼 두드리고 싶은 표정을 지으니 아저씨가 손에 막대기를 쥐어 주면 리듬하나를 가르쳐 주며 따라 해 보라 한다.
드디어 아저씨와 주니와 합동공연(?)이 즉석에서 이뤄진다. 내 느낌은 그냥 환상적이다. 어른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함께 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힘든 일 일수 있으나 준이는 쉽게 다가가 바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옆에 누런 포대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감사의 표시로 동전이나 지폐를 넣어준다. 주니도 작은 동전하나 넣어드리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해야 했다.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물건을 진열하고 준비하는 상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내가 좋아하는 생과일 쥬스(fashion fruit juice:소화도 잘 시켜주고 화장실을 잘 갈 수 있도록 도와 준댄다.)도 사먹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아주 착하다.
준이는 그림 그리는 것은 싫어하는데 관심은 많아서 자기가 사진을 찍어서 아빠한테 꼭 보여 줄거라며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아빠가 그린 것 보다 이 그림 더 잘 그린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서 안타까워 하는 표정을 짓길래 ”준아! 아빠가 이것보다 훨씬 잘 그리지! 무슨소리야!“ 너무 잘 그린 것은 맞는 사실인데... 그래도 준이는 자기 아빠가 그림을 최고로 잘 그리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소망 때문에 조금 속상했나 보다.
손으로 만든 아기자기한 물건들도 많았다. 태국사람들은 손재주가 아주 대단한 것 같았다.
썽태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가까운 재래시장(local market)에가서 과일도 사고 간식도 사먹고 저녁 찬거리를 사와서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는 큰 마트에 가서 사곤 하는 데 이 곳에선 물건 한 가지 살 때마다 태국사람들과 얼굴도 마주보며 눈인사도 하고 좀 더 싱싱한 야채와 과일이 많아서 좋았다. 태국인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강한 향내를 갖고 있는 야채들만 빼면 먹을 만 한 것 같았다.
이 글은 김은아(Joy)님이 2014년 1월 4일부터 1월 30일까지 아들 허준(June)과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며 작성한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