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조이/ 사진_공감만세
“Tourist는 구경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일 뿐이지만
Traveler는 만남과 배움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죠.”
-필리핀 민다나오 딸란디그 부족장-
나는 방학이면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아들과 여행을 떠난다. 사람과 지역을 만나는 여행을 하러 간다. 나의 무딘 일상을 깨우고 다른 시각에서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떠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코스로, 정해진 장소로 가서 구경하고 또 이동하는 여행이 아닌, 쉬엄 쉬엄 쉬어가면서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고 저녁엔 맥주 한 잔 서로 마시면서 노래도 부르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여행 말이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3박 4일 혹은 4박 5일의 짧은 여행이 아니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많이 머물려면 물론 돈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취소한의 경비로만 움직일 수 있도록 피요(우리가 한달 여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Baan Chan의 쥔장)가 함께 도와 줬다. 내가 돈 많은 아줌마도 아니고 ... 난 평소에 내 목표과 꿈을 여행에 두고 산다. 그래서 그를 위해 아끼고 절약하고 근검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산다.
이번 여행이 더 남다르고 특별했던 이유는 내 손으로 비행기 티켓팅이며 여행자 보험등을 준비했다는 것(이런 정보들은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과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살다온 여행’을 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부터 크면 꼭 세계여행을 꼭 하리라는 꿈을 꾸고 살았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도 항상 마음 안에서 여행의 꿈은 지울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아들이 하나여서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방학이면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내가 하고 싶었던 취지의 좋은 여행 프로그램을 찾았었다. 필리핀으로 떠나는 계단식 논 복원을 위한 공정여행! 12박 13일의 그룹여행 그리고 그 곳에서 연속해서 7일 동안 아들과 단둘이 자유여행을 시도 해 봤다. 그 해 겨울 태국 공정여행 5박 6일, 다음 해 라오스 4박 5일....
우선 여행경비도 줄일 겸 저가항공 비행기 티켓을 약 3개월 전부터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한 달 기간으로 너무 싸게 나와서 신나서 결제를 하고 났더니 아뿔사 오는 날 새벽이 설날(음력1.1)이다. 다시 오는 날짜를 변경하려 했더니 그 사이 내가 원하는 싼값의 티켓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난 가야한다.
내가 가서 홈스테이 할 곳은 태국의 북부 치앙마이시(Chiangmai City)에서 약 30분 정도 더 들어가면 산캄팽(Sankamphaeng)에서 지역사회 발전과 평화, 이웃과의 만남과 나눔을 시작한 ‘Baan Chan'이란 곳에 머물기로 했다. 이 집 주인장은 지난 10년 동안 산캄팽 YMCA에서 일을 하고 이제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지역사회에서 ‘Love and Care’를 조금씩 실천하려는 작은 운동을 시작했다.
태국어로 이 집의 이름은 ‘Baan Chan'이다. 'Baan'의 의미는 home이란 뜻이고 ’Chan'의 의미는 moon이란 뜻으로 ‘달의 집’이다. 피요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살려고 이 집을 마련했는데 함께 얼마 살지 못하시고 어머니가 아파서 작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한다. 그런데 어머니 이름안에 Chan(달)이 들어 있어서 어머니가 하늘 어디에서든 이 곳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 믿으며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나도 피요의 아름다운 마음이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항상 교감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잠시지만 오랫동안 살다 온 곳을 이 집을 먼저 소개 해야겠다. Baan Chan은 온통 나무로 만 지어진 태국 전통가옥으로 2층에 북카페와 홈스테이를 위한 방이 2개 있다. 내가 아마도 공정여행을 하러와 머문 홈스테이 1호 여행자인 것 같다.
Baan Chan의 아침햇살은 빛이 쏟아져 내린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따뜻하면서도 강렬하다. 집과 주변의 식물들과 여러 가지 물건들을 비추면 너무 아름답고 마음이 행복해져서 내 몸에 에너지가 그대로 스며드는 듯 하거니와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라 매일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한 장면 장면을 카메라 안에 담아 두기 위해 이곳 저곳을 서성거렸다.
집부터 안팎에 놓여있는 대부분의 집기와 장식물들은 모두 주인장의 손길로 재탄생 된 그야말로 재활용(Recycling) 천국이다. 피요가 어느 날 고향집에 다녀 오면서 낡은 헌 목재들을 잔뜩 가져다 놓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난 ‘저 것들로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는데 나중에 표지판을 멋지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도 남아있는 것들로 아마 뭔가를 또 만들지 기대가 된다. 자신의 손으로 하나 하나 꾸미고 가꿔놓은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또 뒤뜰엔 태국인들이 즐겨 먹는 야채 서너 가지와 한 쪽 담장 밑으로 해바라기를 심어놓은 모습도 정겹다. 건기라서 매일 호스로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하니 하루하루 다르게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보면 뭔가 기분이 좋아져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