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이두희 코디네이터
지난 5월 사무실로 전화가 한 통 왔다. “안녕하세요. 충남 태안에 있는 대기초등학교입니다. 5, 6학년을 대상으로 서울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데요, 인권을 주제로 한 공정여행을 갈 수 있을까요?” 당황스러웠다.
수학여행은 학생의 견문을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흔히 경주나 제주도를 생각하고, 서울로 가더라도 놀이공원이나 남산타워, 63빌딩 등 소위 ‘놀러’ 가는 여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춘기로 막 접어든 지방 학생들에게 ‘어디로 데려갈까?’, ‘무엇을 보여줄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담당 선생님과 몇 차례 회의 끝에 역사 속 인권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1일 차, 조선시대]
초등학교 5학년은 막 역사 교육을 시작하는 단계다. 교과서 내 글과 사진으로 배우는 역사는 아이들에게 지루하기만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작한 ‘역사&인권로드 서울 공정여행’은 우리나라 역사를 가볍게 훑어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석기시대 – 청동기시대 – 삼한시대 – 삼국시대 – 고려시대 – 조선시대 – 대한제국,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땅을 거쳐 간 각 나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장소는 ‘통인시장’이었다. 경복궁 서편 ‘서촌’에 위치한 ‘통인시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대형할인점’, ‘편의점’에 친숙한 요즘 어린 학생들에게 전통시장은 낯선 곳이다. 하지만, 2011년부터 통인시장 상인회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엽전 도시락’은 조선시대에 사용했을 법한 ‘엽전’을 시장 전용 화폐로 사용해 방문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전통시장의 낯섦도 잠시, 엽전을 받아 든 학생들은 이내 군것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