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로드 기획자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②: 거절의 힘
글/사진. 여행사업팀장 노진호
첫 번째 기록을 향한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제로 웨이스트 실천 2일차를 맞이했다. 오늘은 '(Refuse) 필요하지 않은 것은 소비하지 않을 것'. 즉, 거절의 힘을 깨닫는 하루였다.
미국의 제로웨이스트 인플루언서 Bea Johnson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자신의 블로그와 저서를 통해 [5R-Refuse, Reduce, Reuse, Recycle, Rot]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Refuse) 필요하지 않은 것은 소비하지 않을 것 ▲(Reduce) 어쩔 수 없이 소비해야 한다면 최대한 사용량을 줄일 것 ▲(Reuse) 모든 자원은 가능한 한 재사용할 것 ▲(Recycle)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자원은 재활용할 것 ▲(Rot) 쓰레기로 버려진다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품을 쓸 것.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됐다. 도시락을 챙겨 오는 동료들, 다른 일정이 있다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혼자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난 외롭지 않다. 혼자 먹으면 내 맘대로 메뉴를 정할 수 있어서 좋다. 정말이다. 발길이 닿는 대로 메뉴를 정해봤다. 돈가스였다. 식당에 사람이 많았다. 난 외롭지 않았다.
앉자마자 테이블을 마련해주셨는데 바로 쓰레기를 마주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저 휴지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돈가스를 열심히 자르다 칼에 소스가 묻었다. 휴지로 닦았다. 돈가스를 야무지게 먹다가 소스가 입에 묻었다. 휴지로 또 닦았다. 너무 열중해서 먹다 보니 콧물이 조금 흘렀다. 휴지로 닦았다. 휴지 한 장이면 많은 것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후에는 서울특별시관광협회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환대 교육'에 참가했다. 맛있는 떡과 유기농 사과&당근주스를 주셨다. 먹고 싶었다.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나에겐 그저 쓰레기로 보였다. 그대로 반납했다. 참고로 나는 떡을 좋아한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당이 떨어질 때쯤 팀원이 어떻게 알았는지 과자를 주었다. 이것까지 거절할 수 없었다. 나를 생각해주는 팀원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가했다. 그래서 딱 하나만 먹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다 보니 매일 설거지 거리가 생긴다. 마침 주방세제를 다 써서 구매를 해야했고, 화학물질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습관적으로 온라인 주문을 하려고 했으나, 포장지가 발생할 테니 직접 매장에 방문하여 구매를 했다. 아이쿱생협 조합원이기 때문에 퇴근하는 길에 자연드림 공덕아현점에 들렀다.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제로 웨이스트....... 쉽지 않다 ㅎㅎ
마스크를 착용한 나의 모습을 보고 팀원들이 면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본인들은 의문이라고 했지만 나에겐 '제로웨이스트 실천한다면서 일회용 마스크를 쓰다니, 어이가 없네요?'라고 들렸다. 면 마스크를 구매했다. 세탁법도 공부했다. 면 마스크는 비눗물에 담가 손으로 주물러야 한다. 뜨거운 물에 삶거나 소독제를 뿌리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자주 빨고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 매일 빨래를 해야된다. 고마워요, 우리 팀원들^^
잠시 할 일이 있어 카페에 들렀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고,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바로 실리콘 빨대다. 예전에 선물받았던 것을 드디어 사용하게 되었다. 그냥 컵에 입을 대고 마실 수 있었지만 굳이 실리콘 빨대를 사용했다. 자랑하고 싶었다. 실리콘 빨대는 세척해서 사용할 수 있다.
밖에서 점심, 저녁, 음료를 사먹으면 영수증이 발생한다. 이것도 쓰레기인데. 앞으로 제로페이나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해야겠다. 그럼 영수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서두에서 언급한 '(Refuse) 필요하지 않은 것은 소비하지 않을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환경과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잘 거절해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다. 거절의 힘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