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채식로드 기획자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①: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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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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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이 있는 태국 채식로드

채식로드 기획자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①: 시작이 반이다.

 

글/사진. 여행사업팀장 노진호

 

매주 일요일, 집 앞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음만 편치 않을 뿐 적극적으로 무언가 행동하지는 않았다. 가방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포크를 안 주셔도 된다'는 메뉴를 클릭하며, 웬만하면 이면지를 활용하여 인쇄하는 정도였다. 거기에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에 정기후원을 하는 정도로 정신승리를 하고 있었다.

 

작년,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과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따금한 일침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분리수거를 잘 해야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실천하기는 여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여겼고, 환경운동가나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사명감'을 가지고 불편함을 무릅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태국을 배경으로 '채식로드' 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난 채식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채식로드'를 기획했던 것은 공정여행을 하며 '채식주의자'를 많이 만났고, 그들이 어떤 이유로 시작했는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직접 듣고, 보며 공감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는 단순히 채식만 다루진 않는다. 채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생활방식인 '제로 웨이스트'도 여행의 한 축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자원과 제품을 재활용 가능하도록 디자인해 궁극적으로는 그 어떤 쓰레기도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원칙을 일컫는 신조어로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이 시작됐으며,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정책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수용하고 있다.

 

여행기획자로서 실천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채식'보다는 '제로 웨이스트'가 시작하기 좋다고 느꼈고, 오늘부터 일주일 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했다. 매일 기록을 통해 일상에서 '제 로웨이스트'를 어떻게 실천하는지 많은 분들께 공유하고자 한다. (혹여나 제가 잘못하고 있으면 질타를 해주셔도 좋다 ㅎㅎ)

 

 

자, 오늘부터 시작이다. 텀블러와 수저, 수납통, 손수건을 챙겨 집을 나섰다. 자신감이 넘쳤다. 기필코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시작했다. 벌써 뿌듯했다. 그것도 잠시, 첫 쓰레기를 배출했다. 소중한 내 몸에 비타민C를 채워줄 '레모나'였다. 예전에 사둔 거라 버릴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됐다. 손수건을 챙겨 식당으로 갔다. '닭곱새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날 유혹했지만 테이블 종이를 과감히 반납했다. 밥먹을 때, 항상 쓰는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했다. 성공적인 점심시간이었다. 함께 밥을 먹은 동료들에게도 제안할 걸 그랬다.

 

 

사무실도 돌아오는 길에 또 하나의 고비를 만났다. 지나가는 길목에 할머니께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셨다. 순간 고민했다. '다른 길로 가야되나, 그냥 받지 말아야 되나' 소싯적 게임 CD를 사려고 전단지를 돌려본 사람으로서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전단지를 받았고, 난 헬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전단지는 곧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모든 전단지는 반드시 재생용지로 제작해야한다'라는 법을 제정하는 망상을 했다. 

 

 

두 번째 고비를 만났다. 팀원이 커피를 사주고 싶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텀블러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 지난 주에도 말했던 기억이 나서 거절하지 않았다. 절대 더운 날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겨서 거절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난 절대 스스로를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침에 자신만만했던 기세는 사라지고 일상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반나절만에 깨달았다. 저녁에는 식사를 하며 미팅을 진행했는데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 먹은 용기는 깨끗이 씻어서 재활용했다. 

 

 

화장실 갈때마다 손을 씻고 항상 휴지를 한 장씩 썼는데 (가끔 두 장은 썼다) 오늘은 손수건을 사용했다. 하루 동안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휴지 10장은 쓰지 않은 것 같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도한 지 하루,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는 16가지 방법을 소개하며 오늘의 기록을 마친다. 

 

시작이 반이다.......

 

 

다음편 - 채식로드 기획자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②: 거절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