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_여행운용 1팀 표소진 코디네이터 # Intro 어느덧 동유럽 인문학 여행학교 일정의 중반, 동유럽 체코 프라하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더 가면 체스키크룸로프라고 하는 작은 도시가 나타납니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독일 등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이룬 체스키크룸로프는 중세 때 모습과 역사적 성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1시간이 채 안걸리는 작은 마을로 특별한 코스가 필요 없는 곳. 블타바강이 감싸고 도는 작고 아담한 마을, 길바닥을 채운 둔탁한 돌길마저 정감 있게 느껴지는 곳, 체스키크룸로프로 향했습니다.
# 1월 15일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300년 동안 커다란 변화 없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중세 마을. 고딕, 르네상스 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마을은 절반은 유적과 상점이고, 나머지 절반은 펜션, 민박집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마을의 관문인 부데요비츠카 문을 지나면 옛 영주들을 모시던 하인들이 거주했던 라트란 거리가 이어집니다.
보헤미아 지역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성은 르네상스 양식의 방, 바로크 양식의 홀 등 귀족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13세기 크룸로프 영주가 성을 건축했지만 그 후 시대별로 유행하던 건물들이 하나하나 덧씌워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세계 300대 건축물로도 지정된 바 있다고 합니다.
팔다리에 실이 달려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인형, 바로 '마리오네트' 인형입니다. 체코는 이 '마리오네트' 인형을 사용한 인형극으로 특히 유명한 나라입니다. 체코 인형극의 역사는 300년 전부터 시작되는데 왕족과 귀족들이 집에 광대를 불러 오락거리로 삼던 유희가 체코를 비롯한 전 유럽 지역으로 퍼져 인형극 열풍이 불게 되었다고 합니다. 후에 18세기에 이르러 독일의 영향력이 커지자, 체코 정부에서는 자국 문화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인형극에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체코어가 금지되고 독일어가 강요되었던 식민지 시절에도 마리오네트 인형극에는 체코어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어 자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1900년대 초반에는 체코 전국적으로 아마추어 인형극 운동이 벌어지면서, 체코를 대표하는 문화로 발전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마리오네트 인형과 인형극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체코로 유학을 왔다고 합니다. 체코의 인형극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로 오스트리아 출신인 모차르트가 작곡했지만, 그 초연을 1787년에 프라하에서 했기 때문에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프라하에서 '돈 지오반니' 공연을 즐기며 꼭 들려야하는 필수 코스로 선정합니다.
라트란 거리를 따라 계속 걷다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가면 옛 시가지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발사의 다리는 귀족과 이발사 딸의 비극적 사랑이 담긴 곳으로 다리 위에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과 성 요한 네포무크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다리에 얽힌 이야기로는 과거 합스부르크 왕가 루돌프 2세의 아들과 가난한 이발사의 딸이 결혼했는데, 정신병을 앓던 남편은 아내를 죽였다고 합니다. 왕은 이를 백성들에게 추궁, 며느리를 살해한 범인이 나올 때까지 한 명씩 죽였고 피바람을 막기 위해 이발사가 거짓 자백을 해 대신 죽음을 택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마을 주민들이 이발사를 추모하기 위해 이 다리를 세웠다고 합니다. 다리 아래로는 프라하에서 이어지는 블타바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돌길을 따라 오르면 시청사가 자리잡고 있는 스보르노스티 중앙광장이 보입니다. 주말이면 흥겨운 공연과 함께 예전 수공업으로 빚어낸 각종 물건들을 파는 장이 서기도 한다는데요. 중앙광장은 13세기에 형성된 체스키크룸로프의 또 다른 상징으로 마을길이 방사선으로 뻗어 있으며 광장 주변의 오랜 건축물들은 호텔,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체코 요리인 크네들리키라는 찐빵과 함께 먹은 슈비코바. 슈비코바는 쇠고기를 저며서 구운 것으로 크림 소스와 함께 나옵니다.
체스키크룸로프의 관문인 망토다리는 버스주차장에서 구시가지로 갈 때 만나게 되는 곳으로 서쪽 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요새화했기 때문에 망토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3층으로 된 아치모양의 다리는 무거운 돌기둥이 버티고 있는데요. 낮은 통로는 극장 무도회 홀과 연결되어 있으며, 가장 위쪽 통로는 성 정원이 있는 갤러리로 통합니다. 이 망토다리를 경계로 체스키크룸로프와는 작별 인사를 하였습니다.
수도 프라하와는 다른 매력의 체스키크룸로프, 프라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기도 하지만 돌길따라 걷다 중세시대로 빠져들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포근한 곳이기도 합니다. 본래 꽁꽁 숨겨져 잘 알지 못했던 중세 도시는 그림 같은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가 되고 프라하 못지 않게 유명해졌는데요. 체코어로 '체코의 오솔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 마을 이름처럼 오솔길이 주는 낭만적 정취를 느끼고, 숨어있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마을, 체스키크룸로프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우라나라, 우리 마을이 가진 이야기와 지켜야 할 문화는 무엇이 있는지 떠올려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