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표소진 코디네이터
# Intro
2015년 1월 9일부터 21일까지, 독일과 체코, 오스트리아를 공정여행 하고 돌아왔습니다. 동유럽 인문학 공정여행이라는 이름의 여행을 준비하고, 함께 하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지냈는데요.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유럽 공정여행은 어떤 형태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모두가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까?' 등. 몇몇 질문들을 끊임없이 되뇌곤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배움, 학습의 여행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일탈과 자유, 누군가에게는 쉼과 여유, 즐거움 목적의 여행. 정의되지 않았고 정의할 수 없는 여행을, 마치 어떤 시험을 대하듯 마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평소와는 다르게 시공간을 초월해 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실질적으로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 시공간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더하여 평소보다 더 촘촘하고 길게 하루를 산다는 느낌이랄까요? 학생이든 성인이든 시간에 쫓겨 사는 요즘,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일상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여행이 나아가 일상의 활기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동유럽 여행은 시작 되었습니다 :)
# 동유럽과 인문학 동유럽, 동유럽이라는 이름은 동쪽에 있는 유럽이기도 하지만 본래 지리적 개념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서유럽과의 관계에 따라 역사적, 정치적 관점에서 생겨난 말로 지역적 범위가 일정하지 않죠. 서유럽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동유럽은 일반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했던 유럽의 국가들을 뜻하는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지역적 개념으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을 칭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독일의 베를린과 드레스덴, 체코와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는 유럽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여행 중 한 친구가 "인문학이 뭐에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분명 인문학을 말하였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두루뭉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교육학용어사전의 정의를 보면, 인문학이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으로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학문 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보통 언어학,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등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포함됩니다. 자,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사람과 문화를 중심으로 우리의 여행을 바라보고 상상해보기로 합니다!
# 1월 9일 출국 오전 8시 30분, 체크인 카운터에서 참가자들을 만나 영국항공을 타고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친구도 있지만 어딘가 서먹서먹한 분위기, 다양한 친구들이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이라 그런지 시간이 곧 해결해주더군요. 참고로 중간에 경유한 히드로 공항은 개항 당시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취항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공항 중 하나로 꼽힙니다. 파리 드골 공항, 로마 다빈치 공항,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함께 유럽의 4대 공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경유 후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을 거쳐 마.침.내. 도착한 베를린의 유스호스텔. 한국과 달리 다양한 연령층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이곳, 유스호스텔에서 3일을 지내며 베를린 곳곳을 누볐습니다.
# 1월 10일 독일 베를린 독일 통일과 함께 독일의 수도가 된 베를린.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베를린장벽기념관으로 동서베를린 지역이 어떻게 나뉘었고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사실 베를린 장벽은 대부분 철거되었고, 현재 베를린 시내 3군데에만 잔해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박물관 근처에는 장벽이 지나간 자리를 녹슨 쇠파이프로 표시한 곳이 있었는데요. 지나간 과거의 의미를 녹슨 쇠파이프로 표현한 거죠. 단절을 의미하는 '벽'은 일반적으로 '보호'의 의미를 갖지만 베를린 장벽은 유일하게 동독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했다는데서 기존과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훔볼트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신 선생님과 동행하며 독일의 정치, 역사,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연방제 국가인 독일, 한 도시가 4등분 되기까지의 역사, 땅굴 그리고 화해의 교회에 얽힌 이야기, 경계를 중심으로 죽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각자 조금씩 다른 형태로 각인되었겠지요. * 베를린장벽기념관과 테러박물관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방문한 토포그라피 데스 테러(테러박물관)에는 나치 통치 시절에 자행된 비밀 경찰 게슈타포, 히틀러의 범죄와 테러에 관한 기록이 베를린 장벽을 따라 죽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대인 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 독일 분단 시절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박물관으로 다소 파격적인 지그재그 형태로 건축되었습니다. 이것은 유대인을 나타내는 다윗의 별을 왜곡시켜 놓은 모양으로 상징성이 있으며 박물관 안에는 25m 높이의 홀로코스트 탑이 있습니다. 한줄기 빛만이 비치는 홀로코스트 탑 안에서, 숨죽여 외부 소리에 귀 기울였던 순간은 아마 모두가 잊지 못할 거에요.
베를린 장벽이 잘 보호된 이스트사이드갤러리, 1.3km 구간의 장벽에는 세계 21개국 작가 118명이 그린 벽화가 있습니다. 벽화의 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
일정의 마지막엔 폭격 후 파괴된 모습이 썪은 이빨 같아 충치 별명이 붙은 카이저빌헬름기념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전후에 세워진 신교회 내부에서는 마침 미사 전, 오르간 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겉과는 사뭇 다른 푸른빛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푸른 하늘을 연상시킵니다.
# 1월 11일 독일 베를린 베를린을 공정여행하는 여행학교 친구들, 베를린에서의 둘째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평소보다 많이 걸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중앙역으로 가 브란덴부르크문을 기점으로 이동했는데요.
브란덴부르크문은 독일의 개선문으로 위에는 올리브 가지를 든 여신을 태운 '승리의 콰드리가 전차 조각상'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되었다가 복원된 이 문은 분단 이후 접근이 금지 되었다가 1989년 독일 통일 이후 다시 많은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19세기 이후 전쟁에 승리한 프로이센군 및 독일군이 개선할 때 반드시 통과하는 장소였습니다. 베벨광장은 독일 사회민주노동당의 창립자인 아우구스트 베벨의 이름을 딴 곳으로 근처에 독일 국립 오페라하우스, 구 대학도서관, 성 헤트비히 대성당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광장은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처참한 비극이 벌어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훔볼트대학은 1809년 설립된 베를린 최초의 대학으로 마르크스, 헤겔, 아인슈타인, 그림 형제 등을 배출한 곳으로 통일 전, 동독이 운영하던 대학으로 본관에 적힌 마르크스(Karl Marx)의 문구가 유명합니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다양하게 세계를 해석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라는 뜻을 지녔다고 해요.
사정상 본관 내부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광장에서 우리는 대학 졸업시 사각모가 의미하는 학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에서부터 나치 집권 기간 중 장서가 불태워졌던 장소 앞에 서, 그 당시 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당했을 고초를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1933년 5월 10일, 히틀러와 나치는 베벨광장 앞에서 책을 불살랐는데요.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하이네 같은 유대인 석학들의 책은 물론이고, 토마스 만, 에리히 레마르크 등 독일 작가들의 책도 불탔습니다. 이후 독일은 그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광장 한가운데 지하를 깊이 파고 텅빈 서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 동판에는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책을 불사르는 곳에서 결국 인간도 불태워질 것이니!'라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분서가 일어나기 113년 전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예언처럼 남긴 글이라고 합니다.
브란덴부르크문 동쪽의 운터 덴 린덴 지구 일대, 점심시간에는 조별 점심 자유식 미션(?)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