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일본 답사 여행기_공감만세 송수민 코디] 놀멍, 쉬멍 규슈 타카치호 올레
  • 공감만세
  • 2014-07-05
  • 2056

여행정보

여행장소
일본 미야자키 일대
관련상품
신(神)의 비경, 다카치호 협곡과 올레길

글/사진_송수민 코디네이터 

미야자키 현의 북서부에 위치하며 규슈 산지의 중앙에 있는 다카치호 마을은 중앙에 넓은 고카세 강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흐르고있다. 고카세 강이 인근 아소산이 폭발했을 당시, 용암을 침식하면서 V자의 협곡을 만들어 냈는데, 여러번에 걸쳐 만들어 진 협곡이다보니 날카롭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지층의 색깔과 모양도 다양하다.

 

[큐슈][다카치호 올레][180928] 7. 다카치호 타로의 무덤을 지나  가을느낌 물씬 마을올레길로

 

그 다카치호 협곡을 중심으로 올레길이 만들어졌다. 20122월 제주 올레를 벤치마킹해 차례대로 그 수를 늘려가고 있는 큐슈 올레길 중, 놀라운 자연의 신비를 맛 볼 수 있는 코스로 일본 국내인들에게도 가장 인기있는 코스 중 하나다.

제주 올레의 상징인 '간세', 제주도 말로 '게으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데, '게이름'이라는 뜻을 가진 조랑말이라..

말처럼 길게 뻗은 다리와 바람에 휘날리는 깃은 없지만 짧고 탄탄한 다리로 제 갈길을 천천히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저 나를 돌아보며 놀멍, 쉬멍 걸으면 그게 바로 올레의 참 매력인것 같다

다카치호 올레는 쉬엄쉬엄 걸으면 대략 6시간정도 걸리는 코스로, 협곡부터 산, 차밭 등 다양한 일본의 자연경관들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6시간 동안 걷는 게 무슨 재미냐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턴데, 걸어보지 않은 자 그 재미를 모른다.

 

출발 이전, 주린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가기 위해 다카치호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을 사용하는 식당에 들러 메밀면으로 배를 채웠다. 일본 사람들은 '노도고시(목구멍을 지날 때의 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메물국수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실제로 메밀을 먹는 일본사람들을 보면 먹구멍을 지날 때의 그 맛을 느끼기 위해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며 호쾌하게 메밀면을 먹는걸 볼 수 있다. 

메밀국수에 얽힌 또다른 사실, 메밀은 면으로 만들기 어려운 곡물이기에 모든 메밀면에는 밀가루가 첨가된다고 합니다. 밀가루가 첨가되는 양이 적을수록 값 비싼 면이 된다고 하니, 비싼 메밀면일수록 '향으로 먹는 면'의 호칭에 어울리는 메밀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사용하지 않은지 꽤 되보이는 다카치호의 기차역, 기차 차고지가 있는걸 보니 아마 기차역의 종점역할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차역도 꽤나 크게 만들어진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던 기차역이 아니었을까 싶다. 왜 이 역에 더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식당에서 발견한 작은 책자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과거 매우 큰 태풍이 다카치호를 지나갔는데, 다카치호로 기차가 들어오기 위해 건너야 하는 절벽위의 철로가 무너졌고, 이를 복구하기에 위험요소가 많다고 판단 아직까지 복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더이상 역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커버스토리] 규슈 속살 느끼러 올래? : 뉴스줌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마을을 벗어나면 다카치호 협곡으로 가기위한 산책로가 나온다.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위엄, 양쪽으로 뻗어있는 암석절벽될과 일본에 유독 많은 쭉쭉 뻗은 침엽수들이 즐비하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보면 숲속의 풍경이 왜 모두 우거친 침엽수렵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길은 잘 다져저있었고, 울타리도 잘 갖추어져 있어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중간중간 올레길의 표식을 알려주는 파란,빨간리본들을 찾아 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20여분을 걷다보니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안그래도 땀이 나기 시작하던 찰나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보통 산바람을 맞는 느낌이 아니었다. 좀 더,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다카치호의 협곡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한 청록색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이 콸콸 쏟아졌고, 좌우로 둘러쌓인 암석들, 그 크기와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세월의 흔적이 주는 경이로움은 그 어떤 경이로움을 따라가지 못 할 것 같다. 약 12만년 전과 9만년 전, 2회에 걸쳐 진행된 아소산의 화산활동으로 용암류가 분출되어 만들어진 주상절리 절벽들은 80~100m의 높이와 7Km 길이를 자랑한다.

미야자키 여행] 다카치호 협곡

 

협곡의 절경이 드러났다. 마나이노 폭포. 협곡의 부분중 가장 깊은 통로에 어느 유명한 폭포들고하는 달리 웅장하지도 물줄기가 많지도 않지만, 비단처름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가느다란 폭포는 신선들이 놀음을 하기 위해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했다. 실제로 수위가 높지 않을 때는 노 젓는 배를 타고 저 협곡 사이를 지나갈 수 있다고 하나, 물이 많은 요즘은 배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궂이 배를 타고 저 협곡사이를 건너지 않아도 그 매력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협곡이 보이는 한 자리에 서서 한동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온 몸에는 소름이 돋았고,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협곡을 지나 꽤 긴시간 국도를 따라 걸었다. 국도라고 하지만 차는 30분에 한대가 지나갈까 말까하는 산속으로 이어지는 도로였기에 쉬엄쉬엄 주위를 둘러보며 걸을 수 있었다. 조금은 긴 시간이 지나고, 숲을 헤치고 나오니 이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고, 오르고 또 오르니 나카야마 산성터 캠핑장이 나왔다. 캠핑시즌이 아니다 보니 캠핑 사무소는 문을 닫았지만, 오히려 사람없는 넓은 잔디받에서 내려다보는 다카치호의 전경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지친 발과 눈에 휴식을 주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었고, 산 속 작은 마을들과 차밭들이 보였다. 마침 내가 산 속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너구리 몇 마리가 나를 보곤 쏜살같이 도망간다.
 

구 무코야마키타 초등학교, 이 초등학교를 만나면 거의 다 왔다는 증거, 폐교라고 하기엔 넓은 잔디운동장, 학교는 텅텅비어있고 예전 아이들이 남겨 놓은 낙서들이 곳곳에 있다. 폐교된지 4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현재 건물은 사용하지 않고 있고 초등학교 별관은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농구장이 었고, 그 한켠에 작은 공방이 있다.

 

이 초등학교에 방문한 이유는, 운동장 한켠 다카치호가 내려다보이는 이 곳에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시집왔다는 사장님은 남편과 아들이 모두 이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초등학교 한켠에서 이런 식당을 하는게 정말 좋다고, 한국사람들도 꽤 오는데, 참 좋다고. 그래서일까, 한국어 메뉴판도 마련해 놓았다. 다카치호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이 식당은, 일본스러운 정갈한 메뉴들을 내놓고, 메뉴만큼 가게안의 분위기도 여행자들의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는 분위기다.

 

차 밭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 덧 다시 마을어귀다. 최종 도착지에 다다르니 다리가 풀린다. 정말 아무생각 없이 걸었다.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잡다한 생각도 내려놓고 걸었다.

올레의 의미처럼 쉬엄 쉬엄 게으름 피며 걸었다. 6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언제 걷나 싶었는데, 어느 덧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과 걷고 싶은 길이었다. 마음이 복잡한 친구를 데려와 같이 걷고 싶었고, 취업에 힘쓰느냐 여유가 없는 친구들과도 걷고 싶었다. 자식 키우느냐 삶에 지쳐있는 부모님께도 권하고 싶었고, 시험기간을 막 마쳐 힘든 동생들도 데려오고 싶다. 그런 매력이 있는 길이었다. 궂이 멋진 자연광견이 아니더라도 길 자체로 매력이 있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밌는 길이다.

몇 번 더 걸어봐야겠다. 그러고 싶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