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_이형동 실장
1일차 : 부탄이요? 북한이요?
6월 1일 오후 6시 30분.
한국에서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으로 떠나는 국제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예상보다 막히는 고속도로 위에서 발을 동동구르기도 했고, 덕분에 땀을 뻘뻘흘리며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공항에 나와계셨던 여행자님 두 분(조누님, 우누님*)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 숨을 돌리자 '부르르' 진동과 함께 주머니속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 편의상 일행자 두분은 성과 누님(누나)로 표현하였습니다.
발신자의 이름없이 번호만 떠오르는 전화를 조심스럽게 받자 우리 여행의 마지막 참가자 오교수님과 사모님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습니다."우리 도착했어요."라는 짧지만 경쾌한 교수님의 목소리, 뒤이어 이어지는 "어디로 갑니까?"라는 울림있는 목소리를 들으며, 먼저 인사드렸던 누님들과 함께 캐리어를 끌고 교수님과 사모님이 계시는 E카운터로 향했습니다.
잠시 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서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교수님과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드디어 공감만세의 첫번째 부탄 공정여행에 참여할 여행자와 인솔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담소를 나눈 뒤 바로 부탄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항공수속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생각하지도 못한 이벤트가!
생글생글 웃으며 우리의 항공권을 하나씩 수속하고 짐표도 붙여주시던 항공사 직원분께 덩달아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직원분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방콕에서 환승대기했다가 다음날 아침에 부탄으로 가야하는데요, 짐 따로 안찾고 항공기 탈 수 있도록 부탁드려요^^ "
"네^^, 바로 처리해 드릴께요~"라는 대답을 들을 것을 생각하고 긴장의 끈을 놓으려는 찰나 데스크에서 나오는 한 마디!
직원 : 네, 부칸이여?
나 : 네, 부칸ㅇ...네..넵? 부..부칸여??
직원 : 네, 손님, 부! 칸!
나 : 저.. 부칸이 아니구요, 부탄이라고 거기 그러니까 네팔이랑 인도사이에 히말라야 산맥을 끼고 있는 산악국가인데요, 거기가 국제선은 자기 국적기밖에 안들어가서 저희가 그러니까 방콕에서 환승을 해야하는데......(중략) 항공사가 달라서 짐을 환승처리하고...(중략)...부탁드립니다^^;;
'아, 우리가 가려는 부탄. 가는 한국사람들이 정말 없나보구나.. 데스크에서도 부탄이 어디인지를 잘 모를 정도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에 '앞으로 우리여행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는 생각에 긴장도가 조금 더 높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하는 기분이 들면서 앞으로의 일정이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명의 인솔자와 4명의 여행자는 한국에서 방콕으로 그리고 8시간의 환승대기 후 인도를 잠시 거쳐 부탄 파로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태국, 인도, 부탄의 하늘을 오갔던 부탄 공정여행의 첫째날이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둘째날이 밝았습니다.
2일차 :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다만 행복해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뿐입니다.
길었던 첫째날의 피로를 뒤로 하고 일행은 공항이 위치한 파로에서 우리의 첫 여행지이며 부탄의 중심지역이기도 한 팀푸로 향했습니다.
팀푸에 마련된 숙소에 도착해 간단한 정리를 마친 뒤 일행들은 숙소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에 다시 올랐습니다.
'행복의 나라, 부탄'의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여행인만큼 여행의 첫째날에는 부탄의 행복정책(GNH)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행복이 개인의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부탄의 행복'.
그래서 우리는 그 행복을 평가하고, 계획을 세워가는 중심에 있는 부탄연구소(Center of Bhutan Study)와 부탄국민총행복위원회(GNH Commission)를 방문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부탄연구소의 새롭게 소장님으로 부임한 체링 푼쵸(Tshering Phuntsho)님과 부탄국민총행복위원회의 조사분과장인 쿤장 라무(Kunzang Lhamu)님과 각각의 기관에서 간단한 인사와 함께 그들이 바라보는 행복과 부탄의 모습, 그리고 GNH에 대한 야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두개의 기관에서 두명의 사람들에게서 전해들은 부탄의 모습은 놀랄만큼 동일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전문가들이 말하는 GNH는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물질적으로 만족된 상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GNH에 바탕을두고 모든 국가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지만, 부탄정부는 행복을 정신, 건강, 교육, 문화, 시간, 삶의 질, 환경, 공동체, 그리고 합치(Good Governance) 8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생각하고 관리하며 평가하고 있습니다.
부탄의 모든 정책의 결정기준은 바로 GNH입니다. 그래서 각 국가기관이 어떠한 정책을 만들거나 바꾸고자 할 때 위의 8개 항목에서 각 정책을 평가하고, 평가결과 GNH의 기준에 미달될 경우 아무리 좋은 정책이었다 할지라도 통과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국가가 국민들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합니다. 였습니다.
국가가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한다는 당연한 생각, 사람은 결국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모여 등장한 GNH는 특별할 것 없는 두 개의 상식이 모여 전혀 새로운 생각으로 다가왔습니다.
국가가 개발정도가 경제발전이라는 또다른 상식을 '행복의 정도'로 바꾸어가는 부탄정부의 모습은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던져주었습니다. 하지만 한 국가의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대단함을 느꼈지만 감동을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아직 정책과 국가를 연관지어 큰 생각을 하기에는 연수가 아닌 개인적인 여행을 하는 우리들에게는 조금은 큰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마무시하게 궁금했던 것을 부탄연구원의 푸초소장님께 물어보았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푼초소장님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글쎄요, 우리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라고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행복은 이러한 것이다라고 정의내리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행복은 완벽하게 채워진 상태일 수 있는데 우리는 누구도 그러한 상태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행복해 지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탄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부족한 점들이 여전히 많이 있지만 우리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을 믿습니다."
무엇인가 대단한 의미를 찾기위해 던졌던 것이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으로 물어보았던 '행복의 의미'.
늘 완벽한 상태가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행복은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상태를 의미라는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언제나 저만큼 멀리에서만 보이는 '내가 생각하는 완벽하게 행복한 나의 모습'에 좌절하고 힘들어했습니다.
어쩌면 파랑새는 나와 가장 가까이있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일거야라는 '파랑새'라는 동화.
행복에 대한 소장님의 이야기는 동화 '파랑새'에서 이야기하는 메세지에는 동감하지만 결코 나의 행복은 그렇지않아! 라고 생각하며 행복만을 찾아 쫓아왔던 나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습니다.
긴 항공일정탓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던 일행들을 위해 분위기를 바꿀겸 건내었던 단순한 호기심 가득했던 질문이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짧고도 길었던 부탄과 행복 그리고 부탄이 말하는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GNH정책에 대한 이야기로 머리도 마음도 조금 무거워질때쯤 정해졌던 시간을 마치고 국가에서 말하는 부탄의 모습이 아닌 우리같은 평범한 부탄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 호기심이 동했던 일행들은 짧게나마 팀푸시내에서 머무를 숙소까지 마실나들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신호등이 단 하나도 없는 유일한 수도 팀푸의 모습을 눈에 담기도 하고, 부탄 전통의상이 고(남자용)와 키라(여자용)가 원피스, 청바지, 티셔츠와 한데 어울려 활기를 더하는 팀푸거리를 걸으며 일행들은 부탄을 사진기와 눈에 새겨넣었습니다.
그렇게 팀푸시내를 걸어걸어 숙소에 도착하였고 그렇게 부탄에서의 첫번째밤을 맞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