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관광] 합천평화고등학교 2학년 인도네시아 해외이동학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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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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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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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롬복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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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평화고등학교 2학년 인도네시아 해외이동학습 후기

 

글/사진_방은수 코디네이터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5일까지 합천평화고등학교 2학년의 인도네시아 현장 이동체험학습이 이루어졌습니다! 공정여행을 직접 경험하고 깨닫기 위해 여정을 떠난 아이들. 과연 어떤 곳을 방문했으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 사양이부에 방문한 합천평화고

 

합천에서부터 장장 14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롬복! 그리고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5월 30일에는 사양이부학교에 방문했습니다. 사양이부학교는 합천평화고와 같이 대안학교로, 자연주의와 과학, 환경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교육을 진행하는 학교입니다. 사양이부 학생들과 어울리며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 사양이부 문화교류 활동 중인 합천평화고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학교를 소개해 주셨고, 사양이부 학생들이 준비한 전통 무술 공연 등을 보았습니다. 합천평화고 학생들도 각자 준비한 공연과 독도 홍보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첫 활동에 첫 무대라 많이 떨렸을 텐데, 열띈 호응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점심식사 후, 이슬람 대안학교이기에 사양이부 학생들이 하루에 5번씩 하는 기도인 살라트(salat)를 직접 볼 수 있었답니다. 오후에는 각 활동 그룹별로 모여 부채 만들기, 제기차기 등 한국 문화 체험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짝꿍의 부채 색칠을 도와주는 훈훈한 모습도 포착했답니다. 부채와 제기는 사양이부 학생들이 계속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선물해주었답니다!

 

"우리학교를 소개할 대표자라 처음에는 많이 떨렸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떨지않고 잘한 것 같다. 사실 조금 뿌듯했다. 내 옆에 있던 친구 ‘아와’와 처음엔 부끄러워서 빤히 쳐다봤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학교 탐방을 할 때 내 옆을 지키며 학교를 소개해 준 아와가 너무 고마웠다."

- 합천평화고 김*지

 

▲ 누사 텡가라 바랏 주 박물관에 방문한 합천평화고

 

사양이부학교와의 교류 후, 누사 텡가라 바랏 주 박물관(West Nusa Tenggara Museum)과 이슬라믹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누사 텡가라 바랏 주 박물관은 1982년에 개관한 국립 박물관으로 롬복 원주민인 사삭족과 숨바와족, 비마족의 결혼식 문화와 의상이나 가내수공업 제품,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유물 등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내부에 에어컨이 없어 더웠지만, 꽤나 집중하며 들었던 합천평화고 친구들. 이슬라믹 센터는 이슬람교의 중요성과 롬복 지역의 문화적 특징을 담고있는 건축물로 이슬람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롬복과 인도네시아 역사와 종교에 대해 한 발 짝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 탄중 고등학교에 방문한 합천평화고

 

더욱 깊은 교류와 홈스테이를 위해 방문한 탄중 고등학교! 많은 학생들이 몰렸고, 성대한 축하를 받으며 학교로 입장했습니다. 더운 날씨임에도 땡볕에 전통악기를 연주해 주는 모습에 감동했답니다. 축하 인사와 환영 무대인사를 주고받은 후, 2박 3일 동안 홈스테이를 하게 될 호스트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소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많이 더웠던 아이들을 위해 바다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 탄중 고등학교에서 문화교류를 하고있는 합천평화고

 

다시 탄중고로 돌아와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보기보다 어려운 박자 맞추기에 한참 애를 먹었답니다. 다음엔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주었습니다. 딱지치기, 공기놀이, 닭다리 싸움, 종이비행기 접기, 제기차기 등 직접 방법을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주고 게임도 진행했습니다. 1:1 게임 짝을 짓기 위해서 합천평화고 친구들이 종이비행기를 접어 탄중고 친구들에게 보냈는데, 우연하게도 홈스테이 호스트와 짝이 된 운명적인 만남도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우리를 환영해 준 악기를 체험해 보았는데, 직접 제험해 보니 그 친구들이 얼마나 우리를 환대해 주었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았다."

- 합천평화고 김*경

 

▲ 홈스테이 미션을 진행하고 있는 합천평화고

 

문화교류 활동 이후, 아이들은 각자의 홈스테이로 가서 홈스테이 미션인 부채 만들기와 공기놀이를 알려주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는 모습의 친구들도 있었고 나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이 없는 방을 겪은 아이, 생애 처음 재래식 화장실을 마주한 아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 인도네시아 식문화를 경험한 아이 등 인도네시아 현지인의 찐 라이프를 몸소 겪었습니다. 여러 투정이 튀어나왔지만, 그러면서도 다음 날 영웅담처럼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조금은 안도했답니다.

 

▲ 탄중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합천평화고

 

홈스테이 2일 차! 봉사활동을 위해 탄중 초등학교에 방문했습니다. 공휴일임에도 많은 아이들이 합천평화고 학생을 환영하고 마주하기 위해 나와주었습니다. 아직도 격한 환대가 어색한 아이들은 쭈뼛쭈뼛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크게 2개의 팀으로 나뉘었습니다. 교실 내 벽화 그리기 팀은 미리 구상한 스폰지밥 마을을 스케치 및 색칠했고, 플라스틱 재활용 화분 팀은 플라스틱 물병을 잘라 화분으로 만들고 꾸몄습니다. 그리고 학교 옆 작은 공터를 텃밭으로 재탄생시켰답니다. 심은 씨앗들은 자라서 탄중초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고수와 샐러리가 될 예정입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봉사활동을 마친 아이들은 빠르게 홈스테이로 복귀해 가정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 홈스테이 가정과 바다에서 자유시간을 가지는 합천평화고
 

"제바(호스트)의 사촌을 만났는데,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과거사에 대해 얘기했다. 둘 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공통점이 있었기에 더욱 얘기가 잘 통했던 것 같다. 다음에도 얘기하고 싶다고 하자 어른이 되면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오라고 했다. 진짜 그럴 생각이다."

- 합천평화고 최*희

 

"홈스테이 마지막 날. 호스트에게 팔찌와 귀여운 머리핀을 받았다. 서로의 나라말로 이름도 지어주었다. 의미까지 달아줘서 나랑 지민이도 한자까지 찾아가며 이름을 지어주었다. 홈스테이 친구들에게 줄 선물도 같이 샀다. 내일 서프라이즈로 줄 생각이다. 벌써 기대된다. 생각보다 너무 재밌다."

- 합천평화고 최*지

 

"매우 재밌었다. 인도네시아 친구들과 얘기하는 것도, 친구들 집에서 첫날 밤을 보내는 것도. 특히 인도네시아 숲속 밤풍경은 매우 흥미로웠다. 엄청 큰 바나나 나뭇잎과 거대한 야자수들이 압도했다. 신기한 야생동물이 나타나거나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내일도 다시 숲으로 갈 거다. 매우 값진 경험이 될 것 같다."

- 합천평화고 권*영

 

▲ 홈스테이와 작별인사를 하는 합천평화고

 

홈스테이를 떠나던 날, 처음 방문했을 때와 생각이 많이 달라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시설은 불편했지만 가족분들은 친절하고 너무 고마웠다', '왜 이틀이나 하냐고 짜증이 났는데, 2일 차에 더 재밌게 보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다' 등. 물론 당장은 낯설고 덥고, 힘든 환경에서 앞으로 홈스테이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인도네시아 가정집을 직접 경험하고 그들에게 받은 따스함과 사랑이 남아 훗날에는 미소 짓는 추억으로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 길리 트라왕안에서 자전거 투어와 스노클링을 하고있는 합천평화고

 

홈스테이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뒤로 하고, 아이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액티비티가 있는 길리 트라왕안으로 떠났습니다. 길리 트라왕안은 휴양지로도 유명하나, 환경보존을 위해 자동차나 그 흔한 오토바이 대신, 걷거나 자전거, 마차를 이용해서 다닙니다. 힘들었던 봉사활동과 낯선 홈스테이에 대해 보상받기라도 하듯, 신나는 바다 스노클링과 자전거 투어를 즐겼습니다. 하지만 길리 트라왕안에서는 만만치 않은 관광지의 현실을 마주했는데요. 관광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념품 바가지 그리고 쓰레기 산이었습니다.

 

▲ 길리 에코 트러스트에 대한 강의와 견학을 하고있는 합천평화고

 

길리 에코 트러스트(Gili Eco Trust)는 길리섬의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보호 단체입니다. 산호초 훼손을 막기 위해 관리하고 쓰레기를 줍는 등의 활동을 한답니다. 합천평화고는 길리 트라왕안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모인 산과, 쓰레기들을 업사이클링하기 위한 시설에 방문했습니다. 불쾌함을 뒤로 하고, 수많은 작업 중 트레이 옮기기를 실천해 보았답니다.

 

"도착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이 엄청 높게 쌓여있었고 전부 우리가 어디서나 아무 생각 없이 버렸던 쓰레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산 위에 내가 좋아하는 음료병을 보았을 때는 정말 기분이 묘했다."

- 합천평화고 허*

 

▲ 사드사삭족 마을과 블록솔루션에 방문한 합천평화고

 

롬복으로 돌아온 합천평화고는 롬복으로 다시 돌아와 폐플라스틱을 블록으로 만들어 집을 짓는 블록솔루션과 롬복 원주민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드사삭족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전통 기우제를 직접 체험해보고, 설명도 들으며 그들의 문화와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엿보았습니다.

 

"생각보다 환영해줘서 좋았고 이상한 분장을 할 것이란 편견도 깨졌다. 그들의 배웅 노래를 들으며 마을을 떠날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외국인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는 잘 반겨줄까?’ ‘이들처럼 환대해줄까?’하는 심오한 생각을 여행 내내 했다."

- 합천평화고 허*

 

▲ 모나스 광장과 올드타운(코타 투아)에 방문한 합천평화고

 

인도네시아 여정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올드타운과 모나스 대성당, 자카르타 대성당,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짧게 방문했습니다. 올드타운에서는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 역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폭넓게 종교를 포용하는 나라답게, 성당과 이슬람 사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도 했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빠질 수 없는 기념품 쇼핑시간! 이때까지 기념품을 많이 못 산 것이 아쉬웠는지, 이때다 싶어 두 손 가득 장을 봐온 학생들! 무거워진 가방을 가지고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 후, 아침을 먹은 뒤 합천평화고로 떠났습니다.

 

“여행에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편한 여행이 아니라, 안좋은 모습도 살펴보고 여러 굴곡이 있는 그런 여행이 공정여행 인 것 같다.”

 

한 친구가 정의한 공정여행. 이 한마디로 저는 이 여행이 성공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혹여나 25명의 친구가 모두 공정여행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지라도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있음을 알고, 인도네시아가 단순히 휴양지 중 한 나라가 아닌 생생한 경험과 기억으로 남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청소년 시절, 공감만세의 청소년 여행학교를 경험하고 입사하여 첫 여행학교 인솔을 하게 된 저로써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합천평화고 학생들이 이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세상을 따스하게 품는 성숙한 성인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