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양구 ⑧: 양구사람에 대한 정의
글, 사진: 신소연 코디네이터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늘 맑은 가을 하늘은 하루를 행복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문득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양구사람인가?
양구에서 지낸 지 어언 8개월.
제가 24년간 살았던 부산의 한 동네보다 더 많이 알게 된 지역이 된 양구. 저는 양구사람일까요?
그 해답을 이번 에세이에서 다루고자 합니다.
▲ 양구의 가을 하늘
우선 양구 가을 하늘을 소개합니다. 너무나 맑고 또 아름답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풍경에 사진을 많이 담아버렸습니다ㅎㅎ
▲ 파로호 꽃섬
여러 가지 일들로 한동안 방문하지 않았던 파로호 꽃섬도 언제 자랐는지 모를 갈대와 가을꽃들로 풍성해졌습니다.
▲ 파로호 꽃섬
저는 양구에서 여유를 주로 이런 곳에서 찾습니다. 생각만 해도 따스하고, 맑고, 개운한 여기에서요. 양구에서 가장 유명한 한반도섬보다 저는 파로호 꽃섬을 더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여기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 파로호 꽃섬의 가을
가을의 꽃섬을 공유하니 랜선으로라도 즐겨보세요 ㅎ 다음 가을에는 꼭 방문하시어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양구는 추석을 지나고 기온이 많이 내려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월 초에 내리기 시작한다는 눈 소식을 믿지 않았지만,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를 느끼고 있자면 10월 말에도 눈이 내릴 것 같습니다.
▲ 양구 배꼽축제
9월 1일에서 3일은 양구 배꼽축제가 있었습니다. 9월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져 축제에 많이 방문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주었습니다.
곰취 축제에 불참했던 저는 이번 축제에 많은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재밌고 신날지 궁금했죠.
▲ 축제에서 먹은 라면과 축제 공연
축제 식당가에서 판매하는 라면과 메밀전도 먹고, 저녁엔 공연도 봤습니다.
▲ 배꼽축제 모습
집 앞에서 진행하는 축제인 만큼 매일매일 출석하여 축제를 살펴보았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 설치된 놀이기구를 즐기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 배꼽네컷
줄을 어마무시하게 서 있던 배꼽네컷도 열심히 기다려서 찍었습니다. 혼자서 찍었는데 두 장이 나와서 곤란하지만, 어쨋든 무료이니 한 번 체험했습니다. ㅎㅎ
▲ 인스타그램 이벤트와 축제 공연
축제에서 진행하는 인스타그램 이벤트와 각종 거리 공연도 즐겼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제이니만큼 준비된 볼거리가 다양하고도 많았습니다.
▲ 9월 1일과 2일에 진행된 불꽃놀이
축제의 꽃은 불꽃 축제!라고 생각한 저는 불꽃놀이를 꼭 봐야지 하고 다짐했습니다. 9월 1일과 2일, 양일간 진행된 불꽃놀이는 서천 레포츠공원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전쟁 난 듯했거든요.
접경지역이라 축제가 진행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소리와 거대한 크기에 환호하며 불꽃놀이까지 즐겼습니다.
▲ 양구 일주일 살이 프로그램 참가자의 문자
지난 7월에 진행했던 양구 일주일 살이 프로그램 <양구탐험대,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발굴 프로젝트>의 참가 청년들에게 양구 전통한과 대표님께서 곧 다가올 추석 선물로 유과를 보내주었습니다. 이에 고맙다며 한 청년이 메시지를 보내주었는데, 저는 이 순간 '이렇게 관계 인구가 되어가는구나'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마 이 청년은 '한과' 하면 양구전통한과가 먼저 생각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 양구의 가을
다시 가을의 풍경으로 돌아와서, 꼭 파로호 꽃섬이 아니더라도 양구 여기저기엔 가을 냄새가 물씬 느껴집니다.
▲ 양구의 한 순대국밥 집
이번 에세이에서는 양구 국밥 중 순대국밥 맛집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조부자 매운 순대가'의 순대국밥입니다.
물론, 조부자 매운 순대가는 체인점으로 다른 지역에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양구의 맛집이 아닌 건 아니기 때문에 소개해드립니다 ㅎ 여기는 신기한 양쪽 선풍기도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먹어본 순대국밥집 중 계속 생각나는 집 중 하나이기 때문에 꼭 가서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 5일장에서 산 꽈배기
양구는 매월 5일 단위로 시장에서 장터가 열립니다. 오일장이라고 하죠.
장터에서 많은 것들을 팔지만, 특히 떡볶이와 꽈배기가 인기입니다. 저는 오일장에서 꽈배기를 먹어봤고, 3개 2,000원이라는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꽈배기를 잔뜩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점심 먹고, 꽈배기를 후식으로! 완벽한 한 끼가 되었답니다.
▲ 파로호
지난 에세이에서 소개해 드렸던 파로호에 저는 또 들어갔습니다. DMO사무국의 최고의 특권(?) ! 양구의 곳곳에 가보기입니다.
▲ 파로호와 빠지(어구관리장)에서 먹은 쏘가리회
배를 타고 들어간 빠지(어구관리장)에서 쏘가리회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민물고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저는 '쏘가리회는 시가'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 파로호의 모습
또 한 번 들어간 파로호에서는 DMO간담회에 대한 주제 논의와 공수리마을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수리마을은 체류형 관광지로서 거듭나고 싶어 하여 특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고, 마을 차원에서 마을 축제를 기획하여 '주막할매축제'를 기획,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로호를 둘러싸고 있는 공수리마을은 파로호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축제에서도 파로호에 잠깐이나마 가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양구의 가을
양구는 다른 지역보다 가을이 빨리 오기 때문에, 추수도 빨리합니다. 노랗게 익은 벼들이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휑한 밭에서 모가 있던 푸르른 논이 되더니, 이젠 황금색 땅을 만들었습니다.
▲ 양구문화복지센터와 센터의 옥상에서 바라본 양구
강의실을 대관하러 잠깐 출장(?) 갔던 양구문화복지센터의 옥상에 출입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양구에 눈이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할 때 여기서 양구의 전경을 바라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양구를 2월에 왔지만, 이미 내리고 쌓인 눈만 보았기 때문에 눈이 내리는 양구가 무척 궁금합니다. 부산에 줄곧 살아서 눈이 온다는 것 자체가 설레기도 하고요.
▲ 강원도민생활체육대회의 모습
9월 중순에는 강원도 내 모든 지역민이 참가한 <강원도민생활체육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의 군수님들과 지역민들이 양구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 체육대회 말미에 이어진 드론 라이트 쇼
체육대회 축하공연 말미에 이어진 드론 라이트 쇼는 양구에서 처음 진행된 드론 쇼라고 하는데, 저도 양구에서 드론 쇼를 처음 접했습니다. 너무나 신기하고 인상 깊었던 쇼였습니다.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와서 드론 쇼를 못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론 쇼를 진행하는 그 시간 동안만 비가 그쳤습니다. 양구의 첫 드론 쇼라는 것을 하늘도 알아주었나 봅니다.
▲ 한국관광공사 주관, <지역 체류형 관광 활성화 세미나> 모습
9월 20일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고 용산에서 진행된 <지역 체류형 관광 활성화 세미나>에 DMO 네트워크 분들과 다녀왔습니다. 지역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분야의 우수사례, 모범사례를 소개해 주셨고,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해 사업체에서 할 수 있는 일,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토론도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지역 체류형 관광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앞으로 각 기업뿐만 아니라 행정에서도 다양한 분야, 주제로 지역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도모할 것이 예상되었던 세미나였습니다.
▲ DMO 월례간담회
세미나 다음날에는 DMO 월례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공수리 마을 분들과 이장님의 협조로 공수리 어구 관리장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매번 색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는 간담회는 양구 분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끼곤 합니다. 배를 타고 파로호에 들어가는 경험을 대부분 처음 해본다고 하셔서 놀라기도 했고요. 저는 이번으로 무려 3번이나 들어가 봤는데, 이쯤 되면 제가 양구를 더 잘 아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파로호와 밤
양구에 처음 왔을 때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첫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양구에서 처음 경험할 게 없다고 생각하던 순간, 여전히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밤을 주워보는 것. 그 밤을 쪄서 먹어보는 것. 여태 밤 한 번 안 주워 먹어 봤냐고 하실 수 있지만, 정말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도토리 정도는 주워봤습니다. ㅎ 아무튼 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구경하고, 떨어진 밤을 주워서 먹어보면서 가을을 느꼈습니다. 벌써 모든 계절을 조금씩은 느껴봤지만, 양구는 참 계절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양구에서 즐긴 문화생활
흔히들 지역에 내려가면 문화생활 즐기지 못하는 것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문화생활은 지역에 내려가는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물론, 매주 주말 이틀 내내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꼭 필요한 사람은 제외입니다.
아무튼, 막상 지역에 내려오면 문화생활을 더 즐길 수 있습니다. 우선 저는 서울살이 6개월보다, 양구 살이 3개월 차에 영화, 공연을 더 많이 봤습니다. 그때 접한 공연은 무료로, 영화는 절반 가격으로 접했죠. 서울에서와 같은 일을 해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조금 더 있습니다. 그렇기에 남는 체력으로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예약해서 볼 수 있죠. 지역 문화생활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은 조금 내려놔도 좋습니다.
▲ 공정관광포럼 제19회 월례포럼 포스터
9월 26일에는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에서 진행하는 <공정관광포럼>에서 양구탐험대 내용으로 발제를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제 양구 살이 이야기도 조금 담았고요. 양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관해 얘기하다 보니 '진짜 양구 사람 다 됐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경주의 바다와 핑크뮬리
추석 연휴에는 경주에 다녀왔는데, 바다와 핑크뮬리를 보고는 너무 예뻐서 '양구에도 이런 데가 있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제가 참 놀라웠습니다. 그저 신기하고 친구가 없어서 심심했던 양구에서 진짜 '내 지역'처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음, 엄밀히 말하면 부산에서는 이런 고민 자체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일이 엮여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모처럼 연휴에 타지역에 가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당장 먹고살기 바쁘고 살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양구가 조금 더 발전하고 활성화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일명 '푸쉬'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양구는 이런 상황이고 이것이 필요하니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걸 제가 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제가 만나고 얘기 나눈 지역 주민들 마음 한편에는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 양구의 노을
이번 에세이 처음에 저는 양구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는데요, 읽으시면서 저는 양구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우선 양구사람이 무엇인지부터 정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양구에서 태어난 토박이만 양구사람일까요? 양구에서 태어나지않았더라도 초,중,고를 나오면 양구사람일까요? 기간은 어떨까요. 양구에서 한달을 살면, 그땐 양구사람일까요? 10년 이상살면 양구사람일까요?
무수한 이야기들을 통해 저는 '양구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었고,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나는 양구 사람이 아니다'입니다. 그러면 전 '부산 사람'일까요? 뭐,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론의 첫 장에는 대한민국 사회는 특히 이분법적 사고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역에 내려가면 그 사고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죠. 토박이와 외지인에 대한 태도, 본인을 소개하는 것 등등 다양한 순간에 드러납니다. 특히 20대때 양구에 시집와서 80이 된 할머니는 여전히 외지인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사람은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저는 부산에 24년간 살면서 지역문제에 대해 거의 고민해 보지 않았지만, 양구에 와서 8개월간 누구보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밤낮으로 일했습니다. 부산에는 모르는 장소가 많지만, 양구에는 모르는 장소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잘 압니다. 저는 그 지역의 사람이라고 확정 짓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어느 지역에서 머무를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 지역을 위해 고민할 수 있습니다. 머무르고 고민하는 순간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기준으로 구분 짓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는 선이 생깁니다. 양구를 위해 고민하고 일했지만, '양구 사람' 이였던 적이 없다면 그보다 서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양구에 지내면서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나는 외지인'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힌 적도 많습니다. 저를 소개할 때조차도 '저는 부산에서 왔다'고 먼저 얘기하고, 저에 관해 물어볼 때도 '어느 집 딸이냐'고 묻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지역에 살아보며 느낀건, 지역에 사람을 머물게 하는 첫번째 단계는 토박이와 외지인을 구분짓지 않으려는 노력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양구에서 접하는 새로운 일들이 많지만, 이미 양구는 제게 익숙한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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