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탐험대, 지정기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타지 청년 8명이 양구에 방문했고, 일주일간 살아보며 양구의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발굴하였습니다. 청년들은 일주일간의 활동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낀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아래 내용은 직접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조금의 편집만 이루어진 글입니다.
본 사업은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의 <2023 청년 미래일자리 모델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회의 지역, 양구
글, 사진: 양구탐험대 1조 최유진
▲ 출처 : 네이버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
양구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커다란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양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산소포화도가 높아 공기가 깨끗하고 맑다고 한다. 양구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10년은 회춘을 할 수 있다는 로컬의 특성이 잘 묻어나는 재밌는 슬로건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기라도 한 듯 양구에는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별을 본 적이 있는가? 한두 개 밤하늘을 듬성듬성 떠 있는 별이 아닌 정말 밤하늘을 이불 삼아 낭만이 느껴지는 그런 밤하늘을 말이다.
양구에서는 망원경이나 다른 도구가 필요 없이 고개만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양구에는 국토 정중앙 천문대와 바로 옆에 캠핑을 할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고 한다. 천문대를 가보진 못해 아쉬웠지만, 양구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과 쉼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매력적인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양구
앞서 양구를 대표적인 군사지역이라고 언급했듯, 곳곳에 과거 전쟁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가 많았다. 그중 하나가 우리가 방문하였던 “펀치볼”이었다. 양구군 해안면에 위치한 펀치볼은 주위가 마치 화채(Punch) 그릇(Bowl) 같아 이같이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펀치볼 트래킹은 문화해설가님의 동행으로 여러 가지 해설을 들으며 올라갈 수 있었다.
▲ 여러 의미가 담긴 전적비와 펀치볼 배경의 인증샷
펀치볼에는 특이한 전적비가 있었는데, 문화해설가님은 펀치볼이 6.25 전쟁 당시 펀치볼 전투, 도솔산 전투, 가칠봉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라며, 이를 기념하고 기리기 위한 전적비라고 설명해주었다.
마냥 푸릇푸릇한 자연과 경치를 감상하던 나는 문화해설가님의 설명에 신기하고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곳곳에 있었던 “지뢰” 푯말 역시 이 영향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끝내주는 경치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고 알지 못했던 역사를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못난이 사과, 멋쟁이 사과
‘못난이 농산물’이란 신선도, 영양 등 품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나 울퉁불퉁한 외모, 푸르른 멍, 상처 등 약간의 흠으로 인해 소비자가 원하는 기준에 못 미쳐 버려지는 비규격품을 의미한다. 양구에는 그런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한 매력적인 카페 “까미노사이더리”가 있었다.
▲'까미노 사이더리'의 간판과 대표 상품들
'까미노'는 스페인어로'길','사이더리'는 '브루어리'처럼 맥주를 만드는 곳, 즉 '사이더'를 만드는 곳을 뜻한다고 한다. 10여 년 전 양구로 귀촌하신 두 대표님께서 양구의 특산품인 사과 중 버려지는 못난이 사과를 활용하여 콤부차, 사과파이 등 다양한 메뉴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까미노라는 단어 “길”이라는 의미처럼 도시와 지역을 잇는 길,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 등 대표님들만의 단호한 경영 철학이 느껴졌다.
대표님이 해주신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었다. 도시에서 할 수 없는 기회가 로컬, 즉 양구에는 있었다고 말이다. 도시 생활을 해오던 대표님께서 양구로 내려와 이렇게 “양구 사과”를 이용하여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열정과 꿈이 있다면 도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면으로 기회가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양구 백토, 양구 백자
백토는 조선시대 분원백자(왕실용 자기)의 주원료로, 양구의 백토는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한 특성에 맞게 양구에는 “백자박물관”과 “백토마을” 등 양구 백자와 관련된 관광지가 있었다. 백자박물관은 양구 백자의 600여 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었다.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양구 백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 백토, 천 개의 빛이 되다. (전시 사진)
그중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일명 “양구의 백토, 천 개의 빛이 되다”라는 전시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우리나라 1,000여 명의 도예가가 양구 백토 3kg을 각자의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을 기증받아 전시한 곳이었다. 즉 같은 재료로 만든 1,000점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 것이었다. 의미를 모르고 보았을 때도 놀라운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의미를 알고나니 우리나라에 멋있고 재능있는 도예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방문하여 아이와 함께 체험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손에 흙을 묻히며 열심히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서툴지만 열심히 만든 결과물은 언제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 전통가마 사용 사진 (출처 : 네이버)
이후 우리는 “백토마을”로 이동하여 레지던시에 거주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는 조은미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다. 작년 양구군에서 백토마을 활성화를 위하여 레지던시 입주작가를 모집하였다고 한다. 입주작가에게는 연간 500만 원의 창작활동 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작가님 또한 이 기회를 통해 서울에서 양구로 귀촌을 하게 되어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백토마을에는 전통가마부터 전기가마까지 다양한 가마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전통가마를 쓸 때는 엄청난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며 가마의 규모부터가 엄청났다. 작가님은 도시에서 사용하는 전기가마가 아닌 전통가마를 사용하면 “요변” 즉 도자기가 가마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일을 통해 자연스러운 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비록 내가 도예를 전공하거나 예술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양구는 확실한 기회의 지역이었다.
양구에서의 일주일을 경험한 나는 양구가 얼마나 매력적인 지역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양구에 대하여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이 매력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양구라는 지역조차 몰랐던 나조차도 양구의 매력에 빠졌으니 말이다.
양구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느꼈던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양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난다는 것이다. 양구의 사람들은 낯선 우리에게 한없이 친절했고 자기 삶의 터전을 사랑했다. 나 역시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게 된 양구가 소멸하지 않고 오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