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지방소멸대응] 양구탐험대 활동수기③: 젊은 양구에서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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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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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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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탐험대, 지정기부 발굴 프로젝트」(양구에서 일주일 살기)

<양구탐험대, 지정기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타지 청년 8명이 양구에 방문했고, 일주일간 살아보며 양구의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발굴하였습니다. 청년들은 일주일간의 활동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낀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아래 내용은 직접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조금의 편집만 이루어진 글입니다.

본 사업은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의 <2023 청년 미래일자리 모델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젊은 양구에서의 수기

 

글, 사진: 양구탐험대 3조 권혜미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

 

위 문장은 도로를 타고 양구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양구의 캐치프레이즈다. 21세기에 젊어지는 샘물이 있을 리 없다. 나사에서도 개발 못 한 시간여행장치를 양구군에서 몰래 개발해 10년 전으로 관광객을 시간여행 시켜줄 리도 없다. 이에 대해 양구군민분들께 설명을 부탁하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젊어질 수 있음을 어필하는 문구라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양구군의 좋은 환경을 드러내고자 젊음이라는 말을 쓴 것일 테지만, 어쩐지 ‘젊어집니다’에 눈이 갔다. 젊어집니다. 젊어진다. 젊다. 젊음. 젊음? 젊음이란 뭘까.

모르는 말이 생기면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는 한다. 이번에도 그리해 보았다. ‘젊어집니다’의 원형을 따져 ‘젊다’를 국립국어원에 쳤을 때 나오는 의미는 아래와 같다.

 

「형용사」

「1」 나이가 한창때에 있다.

「2」 혈기 따위가 왕성하다.

「3」 보기에 나이가 제 나이보다 적은 듯하다.

 

20대인 나는 젊은 축에 속하니 아마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일 터다. 그러면 저 정의가 딱 들어맞아야 하는데 이상하다. 크기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기만 하다. 내 나이가 한창때인가? 숫자는 그러해도 인생의 한창때인지는 잘 모르겠다. 혈기가 왕성하다? 좀 걸으면 힘 빠지고 놀다가도 힘들어 구석을 찾아 자리 잡고 흐린 눈을 뜬다. 나이가 적어 보인다? 성인치고는 키가 작아 어린 듯 보이나 어린 얼굴인 동안(童顔)인지는 잘... 하나하나 따져보자니 더 애매한 것 같다.

젊은 대한민국 청년으로 살다 보면 이런저런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여러분은 기회가 많다. 실패해도 된다, 열정이 부럽다. 뭐든 해보아라. 내 오늘에 얹어지는 한마디, 두 마디가 어떤 날은 반갑다가도 어떤 날은 필요 이상의 관심 같아서 밉게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상대보다 많은 이들이다. 그들에게 지나온 젊음은 아쉬울지 몰라도 당장 발밑의 젊음은 불안하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옳은 일일까? 혹시나 틀렸으면 어떡하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당장 나오지 않는, 불확실한 답에 불안을 느끼고 때로는 그 불안에 매몰될까 겁이 나 고민 자체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고민 자체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되 무의식적으로 질문 속 불안을 느끼며 사는 청년이다. 이러한 불안과 불확실함이 이번 양구에서의 일주일 통해 조금은 해결되었다.

 

 

잊지못할 소중한 사람들

 

일주일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일주일간 양구를 둘러보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작게는 이번 일주일을 함께한 양구 탐험대 구성원들, 크게는 양구 주민과 양구를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외지인이 있었다. 이 중 크게 기억이 남는 이들을 꼽자면 양구에서 만난 양구 주민분들이다.

펀치볼 트래킹을 하며 뵌 해설가님, 못난이 농산물을 체험하며 만난 까미노 사이더리의 두 사장님, DMO 네트워크 만남과 사업장 방문을 통해 뵌 산나물 박사님과 귀농 농사꾼님, 백토마을을 방문하여 가마와 백자에 관해 설명을 해주신 도예가님까지. 더 꼽자면 일주일 살이 활동 내내 편의를 봐주신 공무원분들과 식당에서 말을 걸어주신 주민분들도 있는데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분들은 같은 양구 안에서도 서로 다른 방법으로 다양한 모습과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계신 분들이었다.

 

 

나를 환기할 수 있던 시간

 

도시에 살다 보면 자연히 어딘가에 소속되어 주어진 일을 하는 직업을 상상하게 된다. 나의 미래는 그런 것들을 하며 지낼 것 같았다. 하지만 양구에서는 그런 것들 말고도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각자가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아서 한다.

고향이 좋아 다시 내려오신 귀농 농부님, 박수근 작가의 그림을 보고 마음에 큰 울림을 받아 작품을 하신 마리오네트 작가님 등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양구에서 살고 계신다. 물론 자의가 아닌 경우로 양구에 오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은 좋아서 남아 계시며 이곳에서 어떤 일을 앞으로 더 해나갈지 그리고 계신다. 그렇게 그린 미래와 바램을 인터뷰와 대화를 통해 들었다.

그리 들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 꼽자면 까미노사이더리를 방문한 것과 백토마을을 방문한 것이다. 아래 사진은 까미노사이더리에서 못난이 농산물 체험을 하기 전 먹었던 파지 사과를 활용한 디저트 메뉴이다. 그 옆의 사진은 백토 마을에서 도예가님의 설명을 들으며 먹었다. 양구의 농산물로 만들어진 에이드와 다과가 놓여있고 양구에서 만들어진 백자와 비누, 액세서리들을 활용하여 티 테이블을 꾸며 놓으신 것이다.

 

 

 

까미노사이더리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체험하며 사장님께서 자신이 이곳에 와 파지 사과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들었다. 아깝다는 마음에 사과를 술로 만들어 보고자 했지만 불가능해지자 식초로 방법을 트셨단다. 만든 식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해외에 나가 꾸준히 공부했던 열정 섞인 이야기까지 들었다. 백자마을에서는 작가님께서 양구 백자가 도예가에게 어떤 식으로 제공되는지, 작가님이 관심 있는 도예 작품의 방식을 설명해 주셨다. 도자기는 한 번 구우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런 특징을 거슬러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계신다고 들었다.

두 곳을 방문하며 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었지만, 공통으로 환경과 자원의 아까움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다. 도시에서 살다 보면 이러한 이야기는 미디어나 제품 속의 말처럼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도시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나 대신 누군가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나는 그저 그것들을 사면 된다. 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떤 제품이 왜 필요했는지 그 목적을 잃는 때가 있다.

그에 비해 시골은 좀 더 목적을 고민하게 하는 곳 같다. 원재료에 가까울 기회가 많다.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가 그 주체가 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든다. 느낀 바를 고찰해 새로운 도전, 작품을 만들고 노력하는 모습은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양구에서 누군가가 시골에는 비교적 기회가 많다고 이곳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 이유가 이러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이 양구에서 가질 수 있는 시각이자 가능성이 아닐까.

내가 사는 곳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떤 미래를 그리고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보여줄 것인가. 그런 고민이 느껴지는 양구군민들의 마음은 선하고 따뜻하다. 고민 속에서 이루어지는 각자의 역동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MO 네트워크에서 나누니 그날 참여해 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함께 고민해 주셨다. 어떤 의견을 제안하면 진지하게 검토해 주시고 양구에 대해 질문을 드리면 그와 관련하여 아이디어를 낼 만한 요소들을 콕콕 찔러 알려 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양구에 대해 함께 고민할 때면 진지한 모습과 열정으로 화답해 주신 것이 감사하기도 하며 동시에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나의 고향에 대해 이렇게까지 고민하며 노력할 수 있을까? 저런 마음은 어디서 올까.

생각이 맞는 이가 있다면 함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면 기꺼이 돕고 그러한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있는 곳이 시골인 것 같다. 누군가는 밤이면 어둡고 벌레 나오고 지루한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직접 겪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 같다. 밤이 어두워 별이 잘 보이고 벌레가 나와 그 계절의 소리를 느낄 수 있고 지루하기에 너무 많이 신경 쓸 필요 없는 그런 곳이 내가 겪은 양구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확실히 정이 있는 곳. 외지인이 오면 오늘은 어디 들렀냐는 안부와 함께 여름 수박이나 옥수수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곳. 그런 곳이다.

 

 

비로소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들

 

나에게 시골은 벗어나야 할 곳이자 가끔 들르는 고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양구 못지않게 나의 고향 또한 굉장한 시골이다. 무의식적으로 비교를 하게 된다. 어디가 더 좋으냐를 따지기보다는 무엇이 다른가를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사람 사는 모습이나 양구는 확실히 다른 시골보다 젊은 지역인 것 같다. 누군가는 되돌아오고 누군가는 가능성을 보고 누군가는 이곳을 살리고자 열정을 가진다. 이곳에서 나는 고향의 향수를 느끼지만 동시에 고향과 다름을 느낀다.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이 있는 한창때를 열정을 가지고 미래를 그리며 무언가를 한다.

저렇게 그리는 미래를 보면 부담스럽지 않게 나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까미노 사이더리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와 함께 어딘가에 정착해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렸다. 백자 마을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훼손하지 않으며 나의 행동이 누군가의 이로움을 도모하는 삶을 그렸다. 열정이 묻어나는 공무원분들을 지켜보며 저렇게 무언가를 한다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그렸다. 그리 구체적이지도 않고 먼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미래를 순간순간 그렸던 것이 양구에서의 일주일이었다. 그렇기에 언젠가 마음 한구석에 양구가 생각날 것 같고 다시금 와있을 내가 그려지기도 한다.

아래 사진은 양구에서 온 첫날 양구탐험대 구성원 중 한 명에게 삼각대를 빌려다가 찍은 양구의 밤하늘 사진이다.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15초를 기다리고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당연하게도 플래시를 터트린다. 하지만 별은 플래시를 터트린다고 보이지 않는다. 별을 찍고 싶다면 따로 노출을 높여 설정을 하고 별빛을 오래 받을 수 있게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찍는 데에도 오래 걸리고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사진을 망친다.

 

 

주위가 너무 밝으면 이리 공을 들여도 소용없어 장소도 잘 골라야 한다.

그럼에도 사진 한 장이 예뻐 몇 번이고 찍기를 반복한다.

 

양구, 사진 속 별 같은 곳이다. 오래 보고, 있어야 더 많이 볼 수 있는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