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탐험대, 지정기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타지 청년 8명이 양구에 방문했고, 일주일간 살아보며 양구의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발굴하였습니다. 청년들은 일주일간의 활동 과정과 그 속에서 느낀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아래 내용은 직접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조금의 편집만 이루어진 글입니다.
본 사업은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의 <2023 청년 미래일자리 모델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청년들의 양구안에서, 양구를 위한 일주일
글, 사진: 양구탐험대 2조 권소정
일주일간의 양구 탐험대 프로젝트가 끝났다. 양구를 여행하면서, 양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하는 프로젝트였다. 즉, 우리는 일주일간 공정여행을 한 것이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공정여행을 ‘여행/관광이 어떤 이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공감만세 측은 우리가 일주일간 ‘어떤 여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주었다. 양구는 인구감소가 치명적이며, ‘양구’라는 도시가 소멸하지 않기 위해 ‘관계 인구’를 늘려야만 한다고 제시하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형성하는 인구를 관계 인구라고 한다. 그리고 보통 관계인구는 관광객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관광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여러 외부 자원을 끌어오면 되겠는가? 여기서 ‘관광 누손율’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관광 누손율이란,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 중 지역 외부로 빠져나가는 돈의 비율’이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누손율이 적어져야 한다. 따라서 최대한 양구만의 특색, 양구만의 무언가로 일구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로써 우리는 ‘양구만의 것으로, 양구의 관계 인구를 끌어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간의 여행도 ‘양구만의 것’을 알기 위한 탐구과정인 것이다.
1. 양구전통한과
양구 전통 한과의 대표님과 만났다. 양구 전통 한과 대표님께서는 본래 공무원이셨지만, 퇴직 이후 현재 할머니부터 내려오신 가업을 3대째 잇고 계신다. 할머님의 영향으로 함경도식 한과를 만들고 있으며, 전통을 잇고 있는 한과로 큰 자부심을 갖고 만들고 계셨다.
‘전통’이라는 글자를 나는 쉽게 생각했다. 옛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겁고, 큰 책임이 따르는 단어였다.
‘전통’은 어디에나 붙을 수 있는 단어이다. 하지만 ‘전통 인증’을 받은 전통은 다르다. 전통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국산만 사용해야 하고, 공정 과정 또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경제적 손실과 소모되는 정성은 현대 상품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한다. 이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전통 인증 마크’하나이다. 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이를 모른다. ‘전통’이 붙고 값이 싼 한과와 ‘전통’과 ‘전통 인증 마크’가 붙은 비싼 한과를 비교한다면, 대부분 값이 싼 한과를 고를 것이다.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러한 전통 유지의 사정을 도울 수 있는 지원은 없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통의 맥을 유지한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고, 사투이다.
전통한과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이영수 대표님은 정확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과를 만들고 계셨다. 보통 ‘손맛’이라고 하는 맛의 오차를 줄이고자 함이다. 유과의 ‘바탕’을 만들면서 과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비교하며 최상의 유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다. 발효 온도, 날짜, 날씨, 색깔 등을 기재하시며,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을 유지하고 계신다. 정확하고 일정한 관리가 high quality의 비결이다.
양구 전통 유과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카사삭-하며 부서졌다. 이에 붙지 않으며 달달한 내음이 돌았다. 쫀득쫀득 입 안을 채우는 것이 먹어본 유과중에 제일 맛있었다. 안에 기포가 크게 맺혀 자글자글한 것이 식감의 비밀이었다. 나중에 큰 어른에게 인사 가는 자리가 있다면, 꼭 가져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손가락 마디만 한 유과 바탕이 유과 밀로 튀겨지는 모양새가 번창, 융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쌀은 계약재배하신, 양구 햅쌀을 사용하신다. 모든 과정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주도하기 때문에 더 맛있다. 유과 속 기포는 다 사람이 치대어 숙성했기 때문에 크고 맛있게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곧 MZ 맞춤 신상을 뽑아낼 예정이라니 매우 기대가 된다.
양구전통한과 이영수 대표님과 우리. 한과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유지하는 것의 고충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유과 바탕의 숙성실. 최상의 유과를 만들기 위한 기록
2. 펀치볼 트래킹
양구군 해안면은 오목하게 들어간 분지 형태이다. 이를 본 종군기자가 화채 그릇(Punch bowl) 같다고 하여, 펀치볼이라고 불리고 있다. 너무 오랜만에 해본 트래킹에 몸이 놀라 많이 헉헉거렸지만, 그만큼 얻는 성취도 컸다. 해설가님께서 여럿 설명해 주셨기에 더욱 풍부했다. ‘해안면’의 유래에 대해 듣게 되었다. 뱀이 너무 많아 돼지를 많이 기르게 되었고, 돼지(亥)를 써서 편안(安)해졌다하여 해안면이다. 이름에 이런 뜻이 있었다니. 아마 이 풍경과 해설은 잊지 못할 것이다.
3. 까미노사이더리
못난이 농산물은 어디로 가는가? 양구의 못난이 사과는 여기서 소비된다. 까미노 사이더리는 양구의 ‘못난이 사과’로, 양구 애플 사이더 비니거, 사과 발사믹 식초, 사과 콤부차 등을 판매하고 있다.
원래 도시의 삶을 살다가 귀농하신 여성 대표님 두 분께서 운영하고 계시며, 프랑스에서 애플 사이더를 만드는 법을 배워 오시는 등 전문성을 갖춘 사이더리를 운영 중이다.
양구의 특산품인 ‘사과’를 최대한 버림 없이 이용하며 양구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의미 깊다. 버려지는 사과들이 부패하여 탄산가스를 배출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막고자 양구애플프로젝트를 구현한다.
‘까미노’란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이다. ‘사이더리(cidery)’란 사이더를 만드는 곳이라는 뜻이다. 까미노 사이더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사이다’가 아닌, 사과를 원료로 만들어진 탄산 애플사이더를 만들고있다. 양구에 온다면 꼭 소개하고 싶은 작은 카페이다. 나는 양구 사과를 이용한 애플케이크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고소한 타르트지 안에 가득 메운 사과가 정말 달콤하다. 사과는 양구 사과가 제일임을 이렇게 알게 되었다.
사과콤부차와 애플케이크. 최고의 맛.
사과농장을 방문하다.
4. 백토마을
백자박물관을 방문하여 과거와 현재의 양구 백토로 만들어진 백자들을 보았다. 이후 백토마을을 방문하여 조은미 작가님을 만났다. 조은미 작가님은 SAI entertainment의 대표로, ‘예술과 환경,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도자 주얼리를 포함하여 도자, 목공, 라탄 등 지속 가능한 지역 기반 작품을 내고 있으며, 상품은 자연 재료와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한다.
조은미 작가님은 도예가로서 양구를 선택한 이유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셨다. 양구 백토의 우수성은 물론이고, 양구가 도예가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공간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양구 백토는 철분이 거의 없어서 공정 과정이 매우 적다고 한다. 또한 환경문제로 가스가마, 장작가마가 금지된 서울과는 달리, 양구에서는 이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가스가마와 장작가마로는 요변을 기대할 수 있어 작품에서 재밌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장작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노출된 시간, 온도 등에 따라 위약이 뜻하지 않은 작품상을 내기 때문이다. 현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양구의 작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작가님은 이 백토마을이 일본의 ‘아리타’처럼 공예마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다. 내가 도예가라면, 양구를 선택했을 것이다.
장작가마와 장작. 장작가마를 한번 사용하는 데에 위의 장작이 전부 사용됨
5. 파로호 꽃섬
계절마다 다른 꽃을 볼 수 있다. ‘양구 가 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꼭 나오는 장소 중 하나이다. 원래 가기로 하였으나, 일정상 가지 못했던 곳이다. 자유일정인 6일째에 조원끼리 방문하였다.
이외에도 국토정중앙천문대, DMZ 자생식물원, 한반도섬 등 여러 곳을 들렀다. 여러 곳을 다니는 데 필요한 차량은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청 행정복지국 자치행정과 인구정책팀의 이정후 주무관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차량뿐만 아니라, 양구 토박이로 ‘양구’라는 지역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양구가 누군가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라는 것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어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꽉 막힐 듯 뭉클했다. 운 좋게 도시에 태어나 내 고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고민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내가 떠올랐다. 지역소멸은, 누구나 도시에 가고 싶은 현실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고, 도태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음을 반성한다. 어느덧 나는 양구의 관계 인구가 되었고, 누구보다 양구를 응원하고 있다. 양구의 ‘지역소멸’이 ‘지역소생’으로 되길 응원한다. 이번 겨울, 나는 꼭 다시 양구에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