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필리핀 바공실랑안 어린이 공부방 이야기
글/사진_박누리 연구원
편집_오민정 연구원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는 2012년부터 필리핀 도시빈민지역인 바공실랑안에서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곳을 다녀간 공정여행자들이 운영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조금씩 후원을 시작했고, 지역의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학교에 진학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이집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공부방 선생님 윌마(Welma)는 두 달에 한 번씩 공부방 운영 보고서와 사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래는 해당 보고서를 번역한 내용입니다.
▲ 시험을 보고 있는 아이
아이들은 5월 30일에 졸업을 위한 마지막 시험을 치렀습니다. 이 시험은 다른 시험들과 달리 알파벳, 색깔, 라인, 숫자 등 일 년 동안 배운 것들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시험이었으며, 쓰기와 구술 평가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구술 평가는 부모님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 속에 진행되어 아이들이 많이 긴장했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필리핀 어린이 공부방을 나온 아이들이기 때문에 모두 무사히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모두 베테랑 윌마 선생님 덕분입니다!
▲ 졸업식 준비를 위한 마지막 회의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윌마 선생님은 어머니들과 함께 졸업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논의하였습니다. 회의 결과, 돈이 들지만 졸업식 때만큼은 아이들에게 Toga(필리핀 졸업 가운)를 입히기로 결정했는데요! 다행히도 어린이 공부방에 남은 예산이 있어 어머님들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었습니다.
▲ 예행연습 중인 아이들
그리고 이어진 3일간의 졸업식 예행연습! 일 년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서인지 윌마 선생님의 걱정보다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줬다고 하네요. 그래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텐데 너무 대견합니다.
▲ 졸업식 당일, Toga를 입은 아이들
졸업식은 다른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합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에 아이들이 많이 보이죠?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사진 앞쪽에 있습니다.
▲ 윌마 선생님(주황색 옷)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일 년간의 배움 과정이 분명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무사히 졸업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공감만세는 너무 기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린이 공부방을 지원하여 더 많은 아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 Toga를 입은 우리 귀여운 아이들
아이들이 졸업해서 공부방은 잠시 쉬지만, 윌마 선생님은 아쉬움을 토로할 새도 없이 새로운 아이들 모집에 나섰습니다! 부디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 공부방과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 Toga를 입은 셈비(6살, 가명)
6월의 아이를 소개합니다!
셈비는 공부방의 유일한 6살 아이입니다. 공부방은 보육반(4세 이하)과 K1(5세)반을 운영하는데, 보통 마을의 6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유치원 격인 Preparatory school을 갑니다.
하지만 셈비는 그곳에 가지 않고 어린이 공부방을 다니고 싶다 떼를 썼고, 셈비의 엄마는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아이의 손을 잡고 윌마 선생님을 찾아왔다고 하네요. 윌마 선생님도 셈비가 행복하게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공부방에 등록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셈비가 처음 등원했을 때는 다른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것도 낯설어했습니다. 하지만 곧잘 적응해서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는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윌마 선생님은 걱정과 달리 잘 적응해 무사히 졸업한 셈비가 대견하다고 하시네요.
또한, 특이하게도 셈비는 정리를 무척이나 잘하는 아이라고 합니다. 사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가기 마련인데 셈비는 늘 자기가 사용한 자리는 철저하게 정리합니다. 윌마 선생님은 그런 셈비가 신기하다고 말합니다. 셈비도 이번에 무사히 졸업을 했는데요. 셈비의 무한한 성장을 응원해주세요!
▲ 윌마 선생님과 아이들
윌마 선생님의 6월의 말말말!
"어린이 공부방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겁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글자를 읽고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질 때면 뿌듯함과 함께 그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던 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비록 어린이 공부방은 열악하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고,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이제 저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역할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다가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합니다. 저 또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발전하고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면 좋겠습니다."
6월 필리핀 바공실랑안 어린이 공부방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7월 달 소식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