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양구 ⑥ : 양구의 봄
장소_강원도 양구군
일시_2023년 4월 ~ 5월
글/사진_신소연 코디네이터
편집_오민정 연구원
어느새 시간이 흘러 양구에서 5번째 달(月)을 마주했습니다. 긴팔은 넣어두고 반팔만 고집하는 생활을 보내던 중 주어진 업무가 많아 잊고 있던 워케이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쓰기로 했습니다. 양구는 그저 추운 동네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춥다는 건 많이 들어보셔서 아실 테니 저는 누구도 어필하지 않았던 따뜻한 양구의 봄에 대해 전해드리려 합니다.
양구에서 꽃이 핀다는 건, 조금 더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느끼기로는 타지역보다 한 달 정도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양구에는 많은 꽃이 있습니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웠던 진달래는 곳곳에 아름답게 피어 봄의 시작을 알리고, 매일매일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들은 하루를 기분 좋게 해줍니다. 뒤늦게 피는 꽃들을 보며 꼭 인생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처음 양구에 왔을 땐 피지 않는 꽃들을 향해 언제 피느냐고 소리친 적도 있는데, 결국 꽃은 피기 마련인걸 그땐 몰랐나 봅니다. 조금 느리게 필수도 있는데 말이죠.
양구에 살다 보니 감사하게도 설악산에 갈 기회가 생겨서 태어나 처음 가보았는데 '외국에 온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양구가 아니라 인제를 어필하는 것 같지만, 설악산은 그 자체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계속 부산에 살았더라면, 아마 설악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이날부터 제 인생 목표(?)는 '혼자 운전해 설악산 방문 및 등반하기'입니다. 아, 2월부터 시작했던 운전면허는 양구의 봄이 한창인 4월에 취득했습니다.
부모님이 직접 부산에서 양구까지 차를 끌고 와주셨지만, 아직 초보운전이라 양구에서조차 운전하기 겁이 납니다. 언젠가는 혼자 설악산까지 쉽게 갈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처음엔 기능시험도 벌벌 떨었지만, 이젠 아니니까요. 안전운전 화이팅!
따뜻한 봄이 되고 얼마 후, 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저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양구에서 많은 분을 만나고 저녁을 함께하다 보니, 언젠가 한 번 체력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양구 종합운동장을 한 시간 정도 걷고 달리기 시작하다, 겨울에 황량했던 파로호 꽃섬에 한 번 가봤습니다. 겨울에 본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 아름다운 꽃섬은 저에게 매일매일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끼들이 꽃섬에 있습니다. 토끼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지금은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귀여우니 꼭 한 번 토끼 보러 오세요. 토끼만 보러와도 될 만큼 무척 귀엽습니다.
꽃섬은 새벽엔 개운한 공기가 반겨주고, 오후에는 따뜻한 햇살이, 저녁엔 산 중턱으로 넘어가는 아름다운 노을이, 밤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언제 방문해도 여유롭고,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 파로호 꽃섬까지 달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만나는 그림 같은 풍경에 달리기의 힘듦은 금세 잊고 휴대폰을 꺼내 얼른 풍경을 담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을텐데요. 여기가 봄의 양구랍니다.
봄의 양구는 곰취가 철입니다. 5월 초에는 매년 곰취 축제도 열립니다. 저는 관광정책팀 이경은 팀장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곰취로 참치김밥을 해 먹었습니다. 곰취로 뭘 할지 고민하다가 깻잎과 비슷하게 독특한 향이 나길래 김밥을 해 먹었는데 솔직히 깻잎 들어간 김밥보다 맛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그런 거 아님) 곰취는 정말 매력적인 풀입니다. 곰취를 알게 해준 양구가 참 좋습니다. 곰취 축제에는 곰취 핫도그, 곰취 피자, 곰취 아이스크림, 곰취 크레페 등 정말 다양한 곰취를 즐기실 수 있으니 곰취 축제에 오셔서 곰취도 저렴하게 사 가시고, 축제도 곰취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봄에는 나물이 빠질 수 없으니 이번 에세이에서는 봄의 양구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국토정중앙면 '청수골쉼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지런히 나오는 나물을 원하는 만큼 밥과 함께 담아 비벼 먹으면 되는 산채비빔밥입니다. 이 모든 것이 1인 8,000원입니다.
솔직히 산채비빔밥이 맛없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여기, 진짜 맛있습니다. 감자전과 도토리묵도 별미라고 하니 같이 드셔보세요. 물론 제가 갔을 땐 많은 분이 백숙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ㅎㅎ
이번 봄에도 역시 새로운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DMZ ART TOY의 박광순 대표님과 양구사진관의 전수자 대표님은 모두 양구에 오신 지 얼마 되지않으신 귀촌 청년들이십니다. 소중한 분들과 DMO에 함께 하며 좋은 협력관계를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월 이루어지는 월례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만나 뵀던 모든 분을 모시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시간 내어 오시고 이야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양구를 위한 일에 마음이 모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조직이 양구를 위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양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양구의 봄에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제가 공유하고 싶은 양구의 따스한 봄은 여기까지 소개하겠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양구의 여름은 혼자 지내게 되었습니다. 혼자가 언제까지나 혼자이진 않을 것 같지만, 당장 혼자인 양구는 조금 두렵기도, 때로는 지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혼자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응원도 받고, 걱정과 위로도 받았습니다. 많은 분이 걱정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든,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고,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보려고 합니다. 남들보다 늦게 핀 봄 양구의 꽃처럼 저도 양구 안에서 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곧 피어날 테니까요.
그래서 양구의 봄은 그 어느 지역보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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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양구 ⑤ : 지역에 워케이션이 도움이 되는가? (어쩌다 양구 전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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