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고향사랑 이야기] 거창군 고향사랑기부제 연구: 어느 청년 농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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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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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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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거창군 고향사랑기부제 연구 : 어느 청년 농부와의 인터뷰

 

 

장소_경상남도 거창군

일시_2023.05.03.(수)

글/사진/편집_오민정 연구원

 

 

 

 지난 5월 3일, 고향사랑기부제 연구의 일환으로 경상남도 거창군을 방문하여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창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될농(청년 농부), 거창 YMCA, 상상생활문화센터 4곳에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거창군의 이슈와 의제를 찾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중 청년 농부 '될농' 대표와의 인터뷰는 받아 적기도 벅찰 만큼 다양한 소스를 던져주어서 인상이 깊다.

 

 될농은 '농업으로 잘 될 놈들'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3명이 모여서 팀을 만들었고, 인터뷰를 진행한 이건희 대표는 정보통신 빅데이터가 전공인데, 우연치 않게 18년도에 스마트 팜을 데이터로 연계해 보다가 재미를 느껴 필드로 들어왔다고 한다. 농업에는 농사 이외에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서, 이젠 딸기 수출을 생각 중이고 그 작업을 위해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될농 이건희 대표는 고향이 아닌 거창에 귀촌해 뿌리를 내렸고, 전공과 전혀 다른 농업에 종사하면서도 본인의 일과 거창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듯했다. 이건희 대표는 자신이 받을 혜택보다 앞으로 거창에 들어올 청년들을 위한 혜택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귀농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면서 본인이 겪어야 했던 인고의 시간들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거창의 현 문제점과 그에 따른 해결 방안, 궁극적으로 거창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의견을 계속해서 내놓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향이 아닌 곳에 이토록 애착을 갖고 직접 발로 뛰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이렇게 총체적인 안목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을 했을지가 그려졌다. 그리고 본인뿐만이 아니라 내색을 하지 않을 뿐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 하고 있는 청년 플레이어들이 거창에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시야는 한참 좁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지방 인구 소멸이다. 나도 소멸되어 가고 있는 한 도시에서 상경해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조차도 지방 인구 소멸에 한몫하는 중이다. 서울에 올라온 지 2개월이 된 지금, 확실히 느껴지는 서울과 지방의 차이에 놀랍기도, 우물 안 개구리 같았기도 하면서 언제든지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기도 하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처럼, 젊을 때 서울에서 살아보지 않으면 뭔가 세상을 덜 경험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이 사회의 암묵적인 동의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세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끝은 있을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변화가 생긴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바로 이 고질적인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내 업무 중 하나가 각 지자체 별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동향을 매주 정리하는 것이라, 자매결연도시끼리 상호 기부를 하고, 지자체 핵심 축제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기금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기도 하고, 특정 순번 기부자에게 혜택을 주기도 하는 등 지자체들이 각고의 노력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업무가 반복될수록 어느 순간 지역도 비슷비슷해 보이고, 몇백만 원 기탁, 1억 모금 달성 이런 숫자들이 당연해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지역 인터뷰를 나서기 전까지는.

 

 

 

 

 

 

 

 

 될농 대표뿐만 아니라 같은 날 인터뷰를 했던 거창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상상생활문화센터 문화이장, 거창 YMCA 사무총장, 심지어 하루 전 광주 남구청에서 진행했던 실무자 인터뷰까지도 누구 하나 진심으로 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광주 남구청의 한 주무관도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광주 남구에서 쭉 자라서 그 일대를 훤히 꿰고 있었고, 밤 12시에 자료 요청을 해도 괜찮으니 필요하면 얼마든지 소통하자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말로도 글로도 다 담을 수 없는 그 열정들을 직접 마주하고 나니, 내가 맡은 자리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덩달아 동기부여되는 기분이었다. 지역 연구를 하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내보고 변화를 만드는 데 작게나마 일조한다는 사실은, 내가 꽤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을 뿐,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녹아있다는 점, 그래서 더욱 이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가 그 사람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일까? 그보다는, 내가 추구하려는 가치가 나만을 위한 가치인가 공동체를 위한 가치인가를 스스로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P.S. 이건희 대표는 거창 귀촌 15년 차인 '뿌에블로 젤라또' 전효민 대표를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추천했다. 

뿌에블로(Pueblo)는 스페인어로 '작은 마을'이란 의미로 , 이곳에선 거창산 딸기·포도·쌀·사과·흑임자 등 제철 농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