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누리 팀의 관계는?
글/사진_박누리 연구원
편집_오민정 연구원
안녕하세요. ㈜공감만세입니다. 지난 시간 두 번째 인터뷰 '정보접근권'을 주제로 데프누리의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데프누리 행보를 응원하고 지켜봐 주시는 후원자분들께 활동 소식을 전달하고자 기획되었으며, 총 7회차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 인터뷰에서는 데프누리 팀원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이들이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데프누리 팀의 단체사진
1. 사진 속 다섯 팀원들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사진 왼쪽→오른쪽 순서대로 ①→⑤)
① 팀원: 예전에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데프누리에서 여러 사업 기획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② 임시 팀원: 현재 AUD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실현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③ 대표: 배리어 프리 환경 조성에 관심이 많으며, 데프누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④ 임시 팀원: 해외봉사단 경험이 있으며,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⑤ 임시 팀원: 데프누리의 막내로 대학생입니다. 데프누리 로고와 심볼은 제가 디자인했어요.
⑥ 추가된 팀원: 올해부터 데프누리를 함께 하게 된 새로운 팀원이며, 디자인 전문성을 살려 데프누리를 더 열심히 홍보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2. 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2020년 7월에 KCOC 커뮤니티 ‘도전하다 시즌’을 계기로 국제 개발 협력,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은 농 당사자 3명(임서희, 김소희, 조윤주)이 모여 데프누리를 구성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진행했던 UN CRPD(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스터디는 해당 협약을 모든 농인들이 읽기 쉬운 언어로 홍보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이후 한국 농인 당사자로서 남북한 농인의 교류 협력을 촉진하고 평화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남북 수어 아이템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데프누리 팀원 모두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에도 남북 수어가 얼마나 다른지 잘 몰랐습니다. 농인에게 북한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한 민족’이라는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이들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남북 수어 아이템과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 11월 남북수어 차이를 기반으로 한 '남북수어 여행회화 책' 발간을 아이디어로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값진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남북수어 여행회화 책'의 취지는 배리어 프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과 여행 상품들은 비장애인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정보접근권 이슈 그리고 사회의 다양성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데프누리는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인은 물론 모두가 함께하는 포용적인 배리어 프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눈으로 보며 교육을 얻는 여행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3. 다섯 분 각자가 느꼈던 일상 속 차별 이야기를 짧게나마 나눠주실 수 있으실까요?
▣ 대표: 고등학생 때 일인데요. 헌혈을 하려고 친구들과 같이 헌혈하는 곳으로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몸 상태나 컨디션을 봤을 때 헌혈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왜 어려운지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어요. 돌아오는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의 피와 비장애인의 피가 섞이면 안 돼서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청각장애인의 피가 뭐 어때서요?" 이해가 안 되니 이해할 수 있게끔 다시 설명해 보시라고 요청했음에도 의사 선생님은 본인의 생각과 입장을 고집하셨어요. 결국 제가 하얀 종이에 “이는 명백한 차별이다. 청각장애인의 피를 그렇게 생각하시다니 실망스럽다”라는 식으로 온갖 감정을 꾹꾹 담아 적어서 데스크 직원한테 넘긴 후 박차고 나왔어요. 당시 어렸을 때라 성숙한 태도로 대처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때 받은 차별로 충격이 엄청났어요.
그리고 사회적기업가 육성 관련 사업에 선정되어 의무 교육, 네트워킹, 1:1 멘토링 등의 일정을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수어, 문자)통역을 지원해 줘야 하는데,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 측에서 통역비 지원은 어려우니, 자부담으로 해결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통역비를 별도로 책정해달라고 요청드렸지만, 기관 측 관계자가 “통역비를 예산 내에서 책정하는 한, 다른 팀들에게 줄 수 있는 사업비가 줄기 때문에 이는 역차별이 된다. 그러니 통역비는 자부담하여 사업비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혹 자부담이 부담스럽다면, 사업비 안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활용해도 된다”라고 하시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사업비에서 통역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크게 되면 이 또한 다른 팀이 쓰는 사업비에 비해 적은 건데... 차별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씀드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시더라고요... 너무 속상하고 서러웠어요.
▣ A 팀원: 저는 대학교 공간 안에서 겪은 차별에 관해 적어보았어요.
① 대부분 전화로 안내가 이루어져요. 인공지능 챗봇이 있긴 하지만, 정해진 대답만 들을 뿐 상세한 정보를 알아보려면 전화 통화를 해야 하더라고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대신 알아봐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채팅 상담사가 따로 있으면 좋겠어요.
② 청각 장애 학생이 참여하기 어려운 수업 방식. 현재 다니는 전공에는 토론 수업이 많아요. 원격 속기 지원을 받고 있어 그나마 일부분 참여할 수 있지만, 교수님께서 원격 속기 지원을 더 늘리든지 수업을 감상문으로 대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감상문으로 대체하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는데 수업에서 배제되는 느낌이라 속상했어요.
③ 속기 지원 정보가 부족해 속기사 구인난에 시달리는 장애 학생과 대학교들. 이번 학기에는 다행히 지속적으로 속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작년과 이번 학기 초에는 항상 속기사를 구하지 못해 힘들었어요. OT 수업이라도 놓치지 않고 듣고 싶은데 말이죠. 간신히 정보를 구했지만 장애학생지원센터 연구원님과 원격 속기 지원 담당자님이 말씀하시길 많은 대학교가 발등에 불 떨어지듯 속기사를 구한다고 하네요. 학교가 지방에 있을수록 이런 현상은 치열해지는 것 같아요.
▣ B 팀원: 최근에 경험하면서 느낀 일인데요. 어느 카페에 가서 핸드폰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그 직원이 다시 주문을 확인할 때 필담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계속 마스크 낀 상태에서 뭐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귀가 안 들리니 필담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뭐라고 얘기를 했어요. 괜히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습니다. 또 다른 볼일이 있어 방문할 때마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담을 요청하면 대부분은 친절하게 해주지만 일부 귀찮아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아쉽습니다.
▣ C 팀원: 저는 TV 공익 광고를 보면서 아쉬움이 느꼈던 게 있어요. 최근에 산불 화재 예방 광고에서 엄홍길님이 나오시고 오른쪽에 조그맣게 수어 통역사가 나와요. 엄홍길님이 주인공인 걸 알지만, 수어 통역사도 똑같이 서서 나온다면 농인도 정보 접근성을 가지고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 D 팀원: 문득 생각난 걸로 이야기해볼게요.
①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교수님 면담을 했는데, 표면적으로는 다른 이유를 들기는 했지만 은연중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함께 연구 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들은 경험이 있어요.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요소가 있을텐데 은연중에 그것만을 이유로 해서 거절 의사를 듣고 속상했던 경험이 있어요.
②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문자통역, 수어통역, 음성통역 등) 그저 발화가 매끄럽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프로젝트(ex.방송 출연 등)에 함께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 식인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러웠던 경험도 있네요.
어떠셨나요? 이번 인터뷰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지 않았나요?
앞으로도 데프누리 팀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D
아래 글로벌기빙 모금함에서 데프누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globalgiving.org/projects/support-deaf-youth-entreprene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