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누리에게 '정보접근권'이란?
글/사진_박누리 연구원
편집_오민정 연구원
안녕하세요. ㈜공감만세입니다. 지난 시간 첫 번째 인터뷰 '기부금의 활용'을 주제로 데프누리의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데프누리 행보를 응원하고 지켜봐 주시는 후원자분들께 활동 소식을 전달하고자 기획되었으며, 총 7회차까지 전달 드릴 예정입니다. 두 번째 인터뷰로는 데프누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정보 접근권'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뤄보았습니다.
정보접근권
정보에 대한 접근은 개인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고 사회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불행하게도, 청각 장애인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은 정보 접근에 있어 종종 상당한 장벽에 직면하며, 이는 불편을 넘어 학습 기회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모든 개인이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된 정보접근성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더 큰 포용성과 다양성을 이끌어내고,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데프누리팀 행사 참여 사진
Q1. 한국은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음에도 정보접근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느꼈던 사례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 UN CRPD에 의하면 ‘장애인 모두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차별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많은 농인들은 평등하고 포용적인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의 기회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어요. 저는 외국어 공부를 좋아해서 자막과 수어가 제공되는 인터넷 강의를 찾으려고 했지만, 하나도 없는 거예요. 다행히 자막이 제공되는 강의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오래전에 업데이트한 거여서 최신 정보를 찾기가 힘들어요. 제가 듣고 싶은 인터넷 강의 측에 자막과 수어를 삽입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같았어요. “내부에서 논의하고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답변이 없어요.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농인들은 평등하고 포용적인 교육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에요.
B : 고등학교 3학년 때 있었던 일인데요. 누구나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수능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인터넷 강의에 자막이 많이 없었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건의사항을 올렸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안됐어요. 몇 번이고 반복하다가 100%는 아니었지만 80% 정도 자막 방송을 확대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덕분에 인터넷 강의를 그나마 들을 수 있었던 경험이 있어요.
A : 제가 작년 가을쯤에 배리어 프리 영화위원회에서 진행한 ‘배리어 프리 포럼’때 발표한 내용인데요. 2020년을 기준으로 청각장애인 수가 30만 8천 명, 대충 31만 명에 가까워요. 시각장애인 수는 13만 2천 명, 대충 14만 명이에요. 두 인구 수를 합치면 대충 44만 명이나 되는데, 문제는 현재 국내에서 배리어 프리 영화가 기존 영화 전체 비율의 10%를 차지한다는 점이었어요. 이는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중 거의 85%가 비장애인과 같이 영화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국내에서 OTT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드라마와 한국 영화를 시청하려 해도 자막이 없었어요. 제가 그 OTT 플랫폼 측에 자막 삽입을 요청했어요. 돌아오는 답변이 비슷했는데 예산 상 어려움이 있다거나, 오히려 비장애인에게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자막이 삽입되어 있으니까 모든 농인들이 우르르 이용하게 되는 거예요. 이제 농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 마저도 자막이 있는 게 훨씬 더 좋다고 하는 거예요. 넷플릭스 이용자 수가 늘어나니까 국내 OTT 플랫폼들도 뒤늦게 자막 도입이 시작되었는데 마음이 정말로 안 좋았어요. 디지털 문화 접근성 이슈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두가 이를 우리의 이슈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C : 국내 OTT 플랫폼에는 자막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히, 오래된 한국 영화와 명작들은 자막 도입이 안 되어 있어서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어요. 예전엔 자막방송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때가 많아요. 관련 모든 프로그램(예능, 시사,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등)에 자막이 하루빨리 도입되었으면 좋겠어요. 뿐만 아니라 유튜브가 대세고 요즘 트렌드잖아요. 예전에 비해 많은 유튜버들이 자막을 직접 달아주시는데 아직까지 자막을 안 달고 올리는 몇몇의 유튜버가 있어요. 해당 영상 콘텐츠가 재미있어 보여서 보려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겠더라고요. 저는 보청기를 껴야만, 유심히 들어야만, 알듯 모를 듯 알아들을 수 있고, 이마저도 100%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접근권이 박탈되는 경험을 하게 돼요. 실시간 음성인식 앱을 이용해서 확인하거나 유튜브 자동 생성 자막을 켜서 보는데 정말로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로 번역되어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유튜버가 대세인 만큼, 보는 농인들이 디지털 문화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데프누리팀 행사 참여 사진
Q2. 정보접근권 제한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거나, 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A : 정보접근권 분야 중 ‘인터넷’과 관련된 경우, 문제해결을 하려면 아무래도 IT 기술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데프누리 팀원 중 IT 기술 관련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아직까진 없어요. 그래도 그나마 한 팀원은 코딩과 웹 개발 쪽에서 짧은 경험을 갖고 있어요. 올해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농인, 한국수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청인, 청각장애인구(구화인, 난청인)를 위해 ‘수어도 배우고 외국어도 수어로 배우는’ 여행회화 콘텐츠(웹) 개발을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해요. 시도해 보고 IT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예정이에요.
인터넷 관련 말고, 작년 국립 통일교육원의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외국농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북한’을 주제로 외국농인 4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집필을 했어요. 한국 농인들도 서적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기 때문에 농인의 언어인 ‘수어’를 영상으로 찍어서 이를 담은 QR 코드를 삽입시켜놨어요. 올해 3월 중순에 책이 발간됩니다! 반응이 좋으면 추후에 국제수화 영상 버전까지 삽입할지 고민 중에 있어요.
또한 2021년에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때 ‘남북수어를 활용한 수어 여행회화 책’을 아이디어로 구체화한 일이 있어요. 이를 업데이트하여 시제품 2차가 나왔지만, 사진 저작권 구매 등으로 작업이 멈춰져있는 상황이에요. 올해 2월부터 데프누리의 새로운 팀원 1명, 기존 팀원 1명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남북수어 여행회화 책’ 작업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기존의 시제품과 달리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올해 중으로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많은 후원이 필요합니다!
어떠셨나요? 데프누리팀의 활동은 물론 정보접근법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지는 시간이지 않으셨나요?
다음 인터뷰는 데프누리 팀원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