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진행된 월례포럼은 "(문화)관광재단의 성공적인 설립과 운영을 위한 설계 방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올해 민선 8기 기초단체장 신년사 중,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문화관광재단 설립>에 대한 언급이 다수 있었습니다. 재단이 없는 기초지자체는 신규 설립을 검토하며, 당초 '문화재단'을 운영중인 경우는 관광 기능을 추가하여 명칭변경(문화관광재단)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석 대표는 발표에 앞서 "2015년 기초단위에서 처음으로 관광재단 운영을 시작하여 내년엔 10년을 맞이하는 강진의 사례가, 타 지자체의 재단 설립 검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하며, 현재 재직 중인 전남 강진군의 '강진문화관광재단' 사례를 포럼 참여자와 함께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문기관의 중요성
"흔히들 재단이 있으면 어떻게든 활성화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간단치 않다."로 포문을 연 임석 대표는 재단 설립 검토 초기 단계부터 행정에서는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재단의 기능·역할, 활용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강진군 역시 재단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주요 역할이 시설물 등에 대한 '관리' 중심인 경우가 많았는데, "지역주민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관광객 대상으로 주민들과 합심하여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으면 정책의 방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참고로, 강진은 재단 설립 검토과정에서 당초 '(가칭)관광마케팅재단'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마케팅이란 단어에서 보듯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문화'의 추가 이유는 '고려청자'라는 강진이 가진 지역문화적 특성, 즉 "청자 산업을 어떻게 관광에 녹여 살려나갈 것 인가?"에 더욱 중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문화'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함축하는 넓은 의미(=광의적)가 아닌, 지역문화 특성을 고려한 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진은 '문화관광' 재단의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99% '관광'에 대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단 설립과정
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재단의 설립 과정은 크게 3가지(①타당성 조사, ②주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공청회 개최, ③조례 제정 및 예산 수반)로 나뉘는데 그 시기는 아주 빠르면 1년 반~2년으로, 타당성 조사의 부적격, 주민 반대와 의회 부결, 담당 공무원의 인사이동 및 지방 선거 등 다양한 사유로 재단은 설립을 그 시기를 단정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광역지자체를 포함하여 최근까지의 문화관광재단은 '통합 운영'이 아닌 '분리 운영' 기조였습니다. 관광이면 '관광재단', 문화면 '문화재단'으로 독립적 역할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공공기관 통폐합'과 같은 정책 기조의 변경으로 일부 광역 단위에서는 다시 합병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임석 대표는 이와 관련하여, 문화와 관광을 동시에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표이사 급의 인적 자원은 사실상 찾기 힘들고, 상대적으로 관광 전문가는 많지 않아 강진 역시도 대표이사의 전문분야 이력에 따른 관심도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지적했습니다. 각각 독립적으로 만드는 것이 재단의 명확한 방향성 설정 및 사업 효과성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재단의 수익성?
재단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하면 일반적으로 '수익성(=지속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다만, 강진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의 사례를 살펴봐도 직접적으로 수익성을 거두는 재단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단은 그 형태 자체가 '비영리 기관'이며 목적사업으로 어느 정도 참가비를 받을 순 있지만, 실질적으로 세금으로 움직이는 기관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고 사업을 계획했을 땐 지역 내 이해관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재단과 같은 형태의 사업을 하는 민간(=군민)은 공공기관을 이길 수 없는 형태로 흘러가므로, 공적인 역할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가진 재단이 직접적인 수익성을 가지고 갈 순 없는 부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함을 당부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단은 재단의 활동과 사업이 지역민의 참여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드는 등의 '간접적 효과'를 추구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군
1993년 '나의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교수)' 1권 1장에 강진과 해남이 소개되며 '남도답사 1번지'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강진군은 크게 4개의 관광권역(하멜권, 다산권, 영랑권, 청자권)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월출산, 하멜기념관, 백련사, 다산 박물관, 청자 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진군은 농촌지역 특성에 따라 호텔 등 숙박시설이 도시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이를 보완코자 2015년 재단이 설립된 후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농촌민박과 농촌관광, 농촌체험 3가지가 결합된 강진형 민박체계 '푸소(FU-SO/Feeling Up-Stress Off)'를 선보입니다. 농촌지역 민박에 대한 우려(청결도 및 접근성 등)를 보란 듯이 뒤집은 '푸소'는 2018년 일만 명대 까지 성장하다 2020~2021년 코로나를 겪으며 참가자가 주춤합니다. 다만, 2019년 대비 '1/10' 수준으로 줄어든 참가자 수와 달리 매출은 1/2 감소를 기록하며 객단가의 상향으로 수익성을 방어합니다.
푸소의 전체적인 시스템은 군에서 관리하지만, 마케팅이나 푸소라는 근간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재단에서 담당하는 등 민관 특성을 고려한 분업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는 100농가 정도가 푸소와 함께 하고 있고, 코로나 시기 문체부로부터 공모를 따내어 만든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은 40개 농가가 움직이고 있는데요. 전라도 특성의 음식문화 제공을 통한 관광객 만족도 제고로 관광상품의 질 유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무리하며,
임석 대표는 강진문화관광재단을 우수 사례로 전국에서 다녀가는 이유는 크게 4가지(신뢰성, 독립성, 신속성, 연계성)에 기인한다고 밝혔습니다. 행정, 의회, 주민들에게 높은 신뢰가 있으며, 재단 독립성 보장을 위해 주무부서(관광과)는 협의의 대상이나 이사장(=자치단체장)에게 직보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에 있고, 기획 및 아이디어를 군수님의 결정을 받고 움직이는 부분의 신속성과, 관광과를 넘어 타 부서와의 소통하는 구조 등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추가적으로 행정과 재단은 가족과 같은 '운명 공동체' 성격이 있다고 말하면서, '관광'은 사업 특성상 여러 사람이 모여 의논하고 성공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데, 상하관계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상호 간의 벽이 생기고 업무에 대한 칸막이가 발생하여 궁극적으로 재단 운영 성과의 저하를 불러온다고 짚었습니다.
재단을 위한 목적성을 확실하게 가져가고, 선택과 집중을 분명하게 하자는 말과 더불어, 주민과 함께하는 재단을 만들어야 비로소 성공적으로 갈 수 있다는 제언을 끝으로 제15회 월례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