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관광 지방정부협의회 일본연수]
고향세 본고장을 찾아서(사가, 후쿠야마, 오카야마)
사진/글 _ 이범근 페어트래블재팬 코디네이터
한국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라고도 부른다)를 시행한다고 하는데요, 고향사랑기부제라니.. 이름부터 정겹지 않나요??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안부에 따르면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서 시행한다고 합니다. 요즘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지방 소도시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뉴스에서도 떠들썩하고 지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자주 나오는 주제인데 좋은 방법 같네요!
내가 사는 지역을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한다고. 하긴 요즘 시대는 고향에서 주거하기보다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게 대부분이니까 맞는 말 같네요 하하.. 그래도 기부하고 답례품을 받는다는 건 좋은 시스템 같아요. 요즘은 기부나 봉사활동을 잘 못했지만(안 했지만 ㅠㅠ) 학교 다닐 때는 비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가끔 답례품(?) 같은 걸 받았었는데 뭔가 뿌듯함과 의욕이 샘솟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ㅎㅎ
지난 2월 8일, 저희 공감만세와 전국의 8개 지자체(광주 동구, 광주 서구, 광주 남구, 광주 광산구, 전라남도 영암군, 충청남도 부여군, 강원도 양구군, 경기도 광명시)가 모여 3박 4일간의 짧은 여정으로 고향세의 본고장인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한겨울의 막바지에도 후끈했던 열의로 후끈했던 일본 고향세 연수의 후기를 시작할게요!
1일차(2/8) 인천국제공항 → 후쿠오카국제공항 → 사가현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공항이 다행히 한산했습니다. 복잡한 곳 가면 어질어질해서 힘들더라구요.. 참가자분들도 멀리서 오시느라 아침부터 피곤해 보였지만 기대감이 어린 표정은 가려지지 않았어요. 흐흐흐
출발 전 단체사진
사가현청 공무원 간담회
일본에서의 첫 고향세 간담회는 사가현에서 진행했습니다.
사가현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조직(CSO : Civil Society Organization)과 지자체 사이에 연계가 매우 활발한 지역으로, 저출산 사회의 인구 감소로 인해 지자체의 활동이 위축되어 CSO의 활동을 장려하고 있었어요.
사가현은 고향세가 시행되고 현재 15년 차로 접어드는데, 고향세를 활용해서 CSO를 지정하여 기부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CSO가 더 활발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사가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향세로 모금된 기부금은 지자체에서 지정한 CSO로 90%의 기부금이 전달됩니다. 이러한 지자체의 지원 속에 CSO 순위에서도 더욱 고향세 모금에 참여하는 의지가 강하게 되고, 서로 상생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답니다.
또한 답례품의 경우, 지자체가 아닌 CSO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하여 제공한다고 해요. 그 이유는 행정에서 사용처를 정하고 운영하면 CSO에서 하는 것보다 예산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전문성이 떨어지므로 법적인 제도 설비 아래 CSO에게 일임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고용 창출과 경제적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고 있에요. 와우!
이렇게 정해진 사용처 중에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민간 플랫폼인 ‘후루사토 초이스‘가 있는데요, 이 플랫폼은 지자체와 다른 시민단체 사이의 중간단계 역할을 하며 원활한 업무처리를 돕고, 동시에 거버먼트 클라우드 펀딩(GCF)를 운영하여 고향세의 기부금을 모금해주고 있답니다. 이 구조는 지자체와 CSO 사이의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네요!
고향세에서의 중간 지원조직은 약자의 입장이 아니라 현과 동등한 입장에서 서명하고 협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현지 언론사(사가TV)과 인터뷰를 진행중인 임택 광주 동구청장
2일차(2/9) 후쿠오카 → 진세키고원정
이곳에서는 고향세에 있어서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에 대하여 연수를 진행하였는데요.
진세키 고원에서는 특이하게도 민간 단체장(Nina NPO)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으셨던 분 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대한 현황과 한계점을 잘 파악하여 CSO를 설립해서 행정이 지원하지 못하는 곳을 민간 단체가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빈집은행(아키야뱅크)이라고 지역 고령화로 빈집이 늘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행 중인 사업이라고 해요. 원래는 행정 주도로 사업 진행을 했지만, 행정은 인사이동에 의해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점과 전문 분야의 재원이 부족해서 민간 단체에 위탁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스고이!
다음으로 CSO의 입장에서 고향세로 모금된 기부금의 흐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Nina NPO의 고향세는 2022년을 기준으로 8,900만엔 정도 확보되었는데 이 기부액 중 30%를 답례품으로 활용하고 그 외의 경비로 답례품 운송비, 포장비용, 수수료, 인건비 등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비용으로 운영에 사용한다(재해 지역, 피해지역에 의료 지원 등)고 하네요.
그리고 기부금이 모이게 하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답례품의 선정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활용하여 답례품을 선정한다고 하는데요, 답례품으로 하는 활동으로 생산자의 수입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도시에서 지역사회로 이주해오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 간담회로, 고향세를 활용한 지역 만들기에 관하여 진행되었는데요. 기부금 중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금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고향세를 모금하는 이유는 지역을 알리고, 답례품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역 내에서 생산한 물건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면 지역 생산자의 소득이 향상된다고 하네요. 우리 지역 외에도 다른 시나 마을에서 답례품으로 지역의 매력을 향상하고 국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선물 증정식을 진행하였습니다.
진세키 고원에는 고향세를 이용한 사업 중 ’고향세를 활용한 살처분 제로 도전’을 하는 CSO인 피스 완코가 있습니다. 피스 완코는 일본 재단법인 피스윈즈재팬이 세워지고, 갈래로 세워진 단체인데요.
피스윈즈재팬은 해외 인도 지원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써, 현재 36개국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터키 현지에 재해지원팀이 파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고향세를 활용하여 히로시마 내의 유기견, 고양이를 보호하고 훈련하여 새로운 가정에 입양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각종 재해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재해구조견,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테라피견 등의 훈련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해 구조견의 경우 재해가 일어난 지역에서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힘입어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국 1위의 살처분이던 히로시마가 현재는 살처분 제로를 실현하고 있다고 해요! 대단하죠??
이러한 사업이 지속되는 이유는 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유기견에 관한 사업이 고향세를 통하여 자금 충당이 가능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개인의 기부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자리잡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재원들이 지역사회에 유입이 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재정이 개선되어 안정화되는 시스템으로 자리잡혔기에 상부상조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3일차(2/10) 후쿠야마 → 세토우치시 → 오사카
어느덧 연수도 무르익어 3일 차가 되었습니다. 3일 차는 세토우치시 역사 활용 지역 활성화 사례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하였는데요. 소개로, 세토우치시는 역사적으로 도검장인 마을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또 현재로는 일본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있으며(부지 260헥타르, 최대 235메가와트, 패널 90만 장) 이는 쓰임이 없던 땅을 무상으로 대여하여 사업자들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시마도정의 항구에는 과거 조선통신사가 12번 방문을 하며 지내고 갔다고 해요.
역사 자원의 활용으로는, 고향세와 개인 모금을 이용하여 국보로 지정받은 개인이 소유한 검(야마토리게)을 고향인 세토우치로 돌려받는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고향세 모금과 개인의 모금을 통한 프로젝트로 히토쿠치 하이토(한주씩 나눠 갖는다)라는 공동소유라는 방식으로 기부금에 따라 3년, 5년, 10년, 영구 오너권으로 분류하여 법적 소유권은 없지만 박물관 관람 시 무료 관람, 오너 이름이 새겨진 현판 전시 등을 진행하여 현재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례가 되었다고 합니다. 돌려받은 검은 현재 고향세로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에서 보존, 관리 중이고 이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 지역사회의 활성에 도움을 준다고 해요. 선순환의 선례네요! 특이한 점은 기부 모금이 단발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지속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이유가 검의 팬이 되어 단순한 팬심으로 검의 관리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팬심이란…. 숭고한 것…. 메모!
4일차(2/11) 오사카 → 인천국제공항
대망의 마지막 날! 유종의 미를 장식하기 위해 마무리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마무리 워크숍에서는 지자체 참석자 한분 한분이 이번 연수에서 지자체에서 가진 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은 점을 공유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해 주셨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새로이 시행되는 정책에 있어서 서로가 어떻게 보면 경쟁상대가 될 수 있지만, 서로의 나침판이 되어주며 함께 나아가고 공생하는 단단한 공정관광 지방 정부협의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