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환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대표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따른 지역상생방안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여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의 이슈와 쟁점'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는데, 일본에서 고향세를 운영한 경험과 법안 통과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내용을 연구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이슈와 쟁점을 다룰 예정입니다.
아래는 행사를 주관하는 박진도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의 인사말 전문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조건
- ‘돈’에 홀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고향사랑 마음을 사야-
안녕하십니까.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진도입니다.
올해부터 고향사람기부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지자체가 커다란 기대를 갖고 나름대로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충,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 관계인구의 증가 등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소기의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면서,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바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째, 고향사랑기부제가 과연 얼마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충에 기여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를 변형해서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입니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첫 도입한 2008년에 납세건수 5.4만 건과 납세액 81.4억 엔으로 시작해서 2015년 726만 건과 1,653억엔, 2021년 4,447만 건과 8,302억 엔으로 13년 사이에 건수 기준으로 824배, 금액기준으로 102배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성장세는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고향납세 총액은 일본지방정부의 일반세출회계(2021년 108조엔)의 0.77%에 지나지 않습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흥분할 정도의 금액은 아닙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에 비해 소액기부자(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금 공제를 받고 3만원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음)에게 유리하지만 고액기부자에게는 매력이 적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기부금의 상한이 500만원으로 세액 16.5%를 공제받지만, 일본의 경우는 자기부담금 2천엔(2만원)을 부담하면 세금공제에 상한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1억 원 소득인 사람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를 기부하든 최고 82.5만원의 세금 공제를 받게 되지만, 일본은 가족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부부와 두 자녀(대학생+고교생) 가정이라면 대략 143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습니다. 만약 소득이 3억 원인 사람이라면 우리나라는 최고 82.5만원, 일본은 최고 893만원의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소액기부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고액기부자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어, 실제로 지자체의 재정확충에 대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일본의 경험을 보더라도 고향사랑기부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2021년 일본의 지자체는 고향납세 모집에 3,851억 엔(납세액의 46.6%)의 비용을 사용하였고, 모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결국 모금액의 약 절반만이 지자체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둘째,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일본의 경험을 보면, 2021년 답례품에 사용한 금액이 2,267억엔(납세액의 27.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약20%가 행정비용 등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답례품이 지역경제에 약간의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지방에 가면 그 지방의 특산물을 구입해서 선물로 가져오는 풍습이 있습니다. 따라서 각 지방마다 나름의 특산물이 상당이 발달해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방 특산물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매력적인 답례품 개발이 중요한 과제인데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셋째, 지역 간 과열 경쟁 및 지역간 격차가 크게 우려됩니다. 고향기부금을 얼마나 받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각 지자체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답례품 위주로 고향기부금 활동을 하게 되면 답례품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 격차가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2021년 고향납세실적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기준으로 하면, 최고 홋카이도 747만 건에 1,217억 엔, 최저 도쿠시마현 10만4천 건 21억 엔으로 금액기준으로 72배, 건수 기준으로 58배의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을 1,746 기초자치단체(市町村) 기준으로 보면, 1위인 홋카이도 몬베츠시(紋別市)는 110만 건에 153억 엔을 모집한 반면, 상위 20위인 가미미네초우(上峰町)는 29만 건에 45억6천만 엔으로 각각 약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위 자치단체의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그 격차는 수백 배에 달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으로 각 자치단체는 납세액 모집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지만, 납세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또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납세액 모집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불법 모집도 성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고향사람기부를 둘러싸고 지자체 간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지역 간 상생 방안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넷째, 고향사랑기부가 아니라 답례품 사랑기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부모의 고향이나 자신의 출생지가 아닌 연고지나 성장지도 고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향이란 개념이 매우 애매합니다. 그래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면 어디에도 기부할 수 있도록 고향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고 있습니다. 법률의 목적도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고 추상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고향보다는 답례품을 보고 기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한 취지에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지방에서 나고 자라서 도시로 나간 사람들은 고향에 은혜를 갚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세제를 통해서 고향에 공헌하도록 하는 제도”(일본 총무성)입니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고향납세의 취지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향납세에도 고향사랑보다 답례품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지방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답례품으로 기부를 유도하여 지방재정을 약간 확충하는 것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향에 기부하는 것은 답례품 때문이 아니라 고향 사랑 즉 내가 나서 자랐거나 연고지가 있는 지역이 활기를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이 소중합니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좋은 답례품을 개발해서 더 많은 기부금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사업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기부금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기부를 지속할 의의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지역(고향)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고향의 자연, 환경, 문화, 공동체, 먹을거리 등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기부금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기부금 모금에 지자체와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로부터 돈을 받아 70억3000만원을 들여 ‘고향사랑e음’을 구축하여 기부금 모금을 독점하고 있고, 운영비도 지자체에 청구합니다. 지자체나 민간이 관여할 여지가 없습니다. ‘고향사랑e음’에는 기부절차와 답례품 종류만 소개할 뿐 기부금 사용목적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고향사랑기부제의 근본 취지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지자체간 답례품 경쟁만 부추기는 셈입니다. 행안부의 독점망인 ‘고향사랑e음’을 통한 기부금 모금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고향사랑마음’을 움직여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력과 역량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고향납세도 초기에는 지지부진하였으나 민간 기부플랫폼이 활성화된 이후 납세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지금은 납세액의 90% 이상이 민간 플랫폼을 통해 모금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사회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지정기부’가 민간 중심으로 활성화되면서 기부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그 효과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기부금에 대한 세금 공제를 확대하고, 정부가 아니라 민간 중심의 모금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답례품 중심의 기부금 모금으로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습니다. 기부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내 고향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간다는 믿음을 주어야 됩니다. 시작 단계부터 ‘돈’에 홀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고향사랑 마음’을 살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