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2022 대기초등학교 수학여행] 역사&인권로드 서울 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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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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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기초등학교 수학여행] 역사&인권로드 서울 공정여행

 

글/사진_이두희 코디네이터

 

  지난 5월 사무실로 전화가 한 통 왔다. “안녕하세요. 충남 태안에 있는 대기초등학교입니다. 5, 6학년을 대상으로 서울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데요, 인권을 주제로 한 공정여행을 갈 수 있을까요?” 당황스러웠다. 수학여행은 학생의 견문을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흔히 경주나 제주도를 생각하고, 서울로 가더라도 놀이공원이나 남산타워, 63빌딩 등 소위 ‘놀러’ 가는 여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춘기로 막 접어든 지방 학생들에게 ‘어디로 데려갈까?’, ‘무엇을 보여줄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담당 선생님과 몇 차례 회의 끝에 역사 속 인권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1일 차, 조선시대

  초등학교 5학년은 막 역사 교육을 시작하는 단계다. 교과서 내 글과 사진으로 배우는 역사는 아이들에게 지루하기만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작한 ‘역사&인권로드 서울 공정여행’은 우리나라 역사를 가볍게 훑어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석기시대 – 청동기시대 – 삼한시대 – 삼국시대 – 고려시대 – 조선시대 – 대한제국,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땅을 거쳐 간 각 나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장소는 ‘통인시장’이었다. 경복궁 서편 ‘서촌’에 위치한 ‘통인시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대형할인점’, ‘편의점’에 친숙한 요즘 어린 학생들에게 전통시장은 낯선 곳이다. 하지만, 2011년부터 통인시장 상인회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엽전 도시락’은 조선시대에 사용했을 법한 ‘엽전’을 시장 전용 화폐로 사용해 방문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전통시장의 낯섦도 잠시, 엽전을 받아 든 학생들은 이내 군것질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이었다. 미래세대에 물려줄 우리 문화유산을 알고, 찾고, 지키는 궁궐 지킴이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의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창덕궁을 거닐며 ‘위로부터의 개혁’과 ‘하층민 소외정책’을 개선하고 백성들의 인권을 중요시했던 ‘정조’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되었다.

      

 

 

  2일 차, 일제강점기

  1910년 8월 29일, 일본제국은 ‘한일병합조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독립운동가는 각지에서 우리나라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서울 공정여행 2일차 첫 일정은 독립운동 비밀결사 단체인 ‘광무회’ 요원이 되어 독립자금을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야외형 방탈출 게임인 ‘정동밀서’ 체험으로 시작하였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미래세대 참여 캠페인으로 제작된 [작전명 소원]을 리뉴얼한 ‘정동밀서’는 서울 정동 일대에서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를 직접 방문해 장소별로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되는 퀴즈를 맞추어 가며 독립운동단체의 일원이 되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흥미로운 ‘방탈출’ 형태의 역사 게임이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학생들은 다소 힘들게 느낄 수 있었다.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 한두 팀 임무를 완수해 독립운동을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경험을 했다. 다음 장소는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였다. ‘서대문형무소’에는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투옥되었던 곳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19세기 발전소’는 100년전 독립신문을 현대언어로 해석, 아카이빙 해 우리 역사를 보존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19세기발전소’ 송종훈 대표와 함께 ‘서대문형무소’와 ‘옥바라지길’에서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던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이 겪은 고통과 슬픈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3일 차, 근현대 민주화운동

  3일 차 일정은 ‘국립4.19민주묘지’ 참배로 시작하였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6.25 전쟁으로 우리나라는 분단되었다. 왕정국가에서 식민시대, 전쟁기를 거쳐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체제가 이 땅에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아픔과 성장이 공존했던 격변의 시절이 있었다. 부정선거를 바로잡기 위해 일어난 ‘4.19혁명’, 노동자 인권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전태일’, 군사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화를 이룩하고자 했던 ‘6월 민주항쟁’ 등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국립4.19민주묘지’, ‘전태일기념관’, ‘연세대학교 이한열동산’ 등 민주주의의의 씨앗이 뿌려진 역사적 현장들을 방문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일 수 있지만,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씨앗이 심어지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며 3일차 일정을 마무리 했다.

    

 

  4일차, 현대

  지금까지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보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모두가 모두로부터 서로 배우는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모모’와 함께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평화 인권’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서로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간단한 몸풀기를 시작으로, 상상을 자극하는 질문과 상호 공감을 위한 상황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재와 미래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평등’과 ‘평화’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어린 시절에는 여행이 싫었다. 안락한 집을 떠나는 것은 늘 두려웠고, 피하고 싶은 현실이었다. 집에서 TV를 보는게 좋았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며 노는게 좋았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어느샌가 내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핵심 요소가 되었다. 초등학교 5, 6학년에게 이번 ‘역사&인권로드 서울 공정여행’은 기대와 달리 공부의 연장이 되었고, 어렵게 느껴지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정여행을 통해 학생들에게 심어진 씨앗이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와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인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