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바꾸는 공정여행’
2021 아이쿱생협 활동가기금 제주 공정여행
글, 사진_여행사업팀 윤혜린 코디네이터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까?’
공감만세에 입사한지 어언 7개월, 그동안 캐치프레이즈를 볼 때마다 우리가 진행하는 공정여행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여행을 해야 세상을 바꾸는 공정여행을 하는 것일까’
‘그 여행은 얼마나 부담스럽고 재미없는 여행일까’
공감만세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비밀스럽게 가지고 있던 ‘공정여행’에 대한 팽배했던 의구심과 선입견은 아이쿱 생협 활동가기금 제주 공정여행 보조 인솔에 참여하게 되며, 비로소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공정여행’은 ‘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바꾸는 여행’ 이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냐고요?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여행을 통해 지역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만나며, 그들의 인생을 함께 만났습니다.
그렇게 배운 그들의 인생철학은 여행이 끝난 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더 나아진 발걸음’을 뻗으며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그 발걸음이 모여지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귀감이 되는 인생을 많이 만난 날인 3일차입니다.
낮에는 ‘프로젝트그룹 짓다’ 에서 반은 농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삶인 ‘반농반X’를 추구하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진심을 다해’ 농사를 짓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들은 총 2만 원을 들여 ‘제주판 칸트의 식탁’이 될 작은 커뮤니티 공간을 수리했습니다.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를 더 끈끈하게 연결하기 위한 공간을 지은 이들과, 그들의 귀농을 도와준 지역 어른들과의 만남은 우리가 이뤄내야 할 ‘화합’을 싱그럽게 상기시켰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모든 곳이 ‘칸트의 식탁’이 되고, 우리가 만나는 모두가 ‘칸트의 친구’ 일 수 있다고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고향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에서 150킬로미터 이상 바깥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지만, 식사시간을 활용해 매일 여행가, 교수,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위대한 철학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녁식사로 방문한 ‘해녀의 부엌’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해녀의 인생을 다룬 해녀 극장식 레스토랑이었습니다.
70년간 물질을 하신 90세 해녀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고, 제주해녀 분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서울에서 나고 자란 20대인 저랑 아무런 공감대가 없는 것이 분명한데도, 괜스레 눈물을 훔치게 되었습니다.
70년간 한 직업에 종사한 분에 대한 존경심, 그 힘과 아우라는 제 가슴 깊이 다시금 ‘꾸준함과 끈기’라는 요소를 굳건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제주해녀 이야기가 전 세계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정여행을 통해 만난 제주가 너무 좋아서, 주말에도 제주에 있기로 했습니다.
남은 제주에서의 시간은 ‘공정여행’ 아닌 ‘워케이션’이 되겠지만, 제주 공정여행을 돌아보며 공감만세에서 직원으로서도, 제 개인적인 삶에서도 ‘더 나은 발걸음’을 한 발짝 옮겨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