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의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4주차 <플.다 일기>
글,사진_ 허민지 코디네이터
2021.03.08. 월요일
유튜브 알고리즘이 선택한 불편한 진실 : 나의 최애(愛) 과자 홈런볼의 운명은?
기나긴 퇴근길(1시간 반..) 지루함을 달래려 유튜브를 자주 본다. 구독한 채널의 영상 외에도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받는 것들이 있는데, 문제의 이 영상이 그렇다. 이 영상은 과자 포장재 플라스틱 트레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홈런볼, 조미김, 우동, 카스테라 등.. 플라스틱 트레이를 넣어 이중, 삼중 포장을 한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의 말에 따르면, 조미김 트레이를 없앴을 때 국민 340만 명이 텀블러를 쓰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플라스틱 트레이 폐기물 양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기업들은 내용물 보호를 위해 트레이를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낙하 실험 결과, 트레이를 사용했을 때와 아닐 때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소비자가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용물이 좀 파손되더라도 트레이를 제거한 홈런볼을 사고 싶다.
아주 어릴 때부터 홈런볼을 즐겨먹었다. 살짝 녹여 눅진하게 먹어도 맛있고 얼려 먹어도 맛있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수없이 많은 홈런볼을 먹으면서 플라스틱 트레이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환경에 관련 콘텐츠들을 하나둘 보다보니 이런 점이 좋다. 빅데이터가 내 관심사를 파악해 관련된 정보를 가져다준다. 자연스럽게 질문이 늘고, 관심이 더 커진다. 그럴수록 실천도 함께 늘어난다. 실천은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다. : 가장 좋아하는 과자인 홈런볼을 내려놓고 종이 포장된 과자를 사는 것.
▶(영상) 카스타드, 생생우동, 홈런볼…플라스틱 트레이, 꼭 필요한 걸까?
2021.03.09. 화요일
화요 책 추천 : 허유정,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본격 영업하는 책이다. 내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할 때 가장 처음 읽은 책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제로웨이스트 방법을 알려준다. 가장 실생활에 밀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사실 <플.다 일기>도 이 책처럼 일상적인 실천방법을 소개하고자 시작했다. 환경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거나, 피켓 들고 환경 시위에 나가는 것만이 환경운동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허유정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환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큰 흐름을 주도하는 ‘산업’이 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다. 텀블러를 드는 작은 행위는 점차 다른 실천으로 넓혀지고 환경 정책 캠페인 참여로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에 목소리를 내야한다. 공감만세도 기업으로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여행지에서 도보 이동을 하거나, 텀블러·손수건 사용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채식과 제로웨이스트를 테마로 한 여행도 기획하고 진행한 바 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더 깊은 고민을 계속할 예정이다. 공감만세를 향한 친환경적 제안의 목소리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
2021.03.10. 수요일
집안 곳곳에서 발견한 REUSE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Zero Waste Home)> 저자이자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창시자인 비 존슨(Bea Johnson)은 ‘5R 원칙’을 제안했다. 1. Refuse 거절하기 2. Reduce 줄이기 3. Reuse 재사용하기 4. Recycle 재활용하기 5. Rot 썩히기
그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 재사용이다. 집안을 둘러보니 곳곳에 재사용 사례가 보였다. 초콜릿 틴케이스와 Tea 패키지 박스에는 악세사리를 포함한 각종 잡동사니를 넣어놨다. 먹고 남은 찬밥은 버리는 대신 누룽지로 만들면 맛있는 간식이 된다.(설탕 솔솔 필수) 절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옷걸이는 한참 성장 중인 레몬과 아보카도의 지지대로 다시 태어났다.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을까!?
2021.03.11. 목요일
배달하지 않는 배달의 민족
치킨을 못 먹은 지 한 달이 넘었다. 동생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너졌다. 치킨을 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양심이 남아있었으니... 배달하는 동안 발생하는 탄소라도 줄여보겠다고 방문 포장을 이용했다. 치킨집은 400m 정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방문 포장을 하니 배달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추가 할인까지 해준다! 탄소도 줄이고 할인도 받고. 이것이 바로 1석2조! 다 먹고 나니 이성이 돌아왔다. 양념이 잔뜩 묻은 종이 용기. 재활용되지 않는 일반 쓰레기다. 없던 일인 척 일기에 쓰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까? 하는 악마의 속삭임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니까! 유혹에 넘어갔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지. 치킨을 직접 가서 받아온 건 처음인 것 같다. 다음에는 치킨집에서 “용기내” 봐야겠다.
2021.03.12. 금요일.
총결산 : 그녀는 처음에 세운 세 원칙을 잘 지켰을까?
1. NO 배달
배달은 지켰지만 결국 마지막 주에 치킨을 포장해오면서 포장 쓰레기가 생겨 버렸다..
2. NO 물티슈
인증할 방법이 없지만 양심에 손을 얹고 완벽히 성공!
3. NO 일회용컵
가장 쉬울 줄 알았는데.. 지난주 주말 카페에서 와장창 무너졌다. 분명 다른 사람들은 다 머그와 글라스에 마시고 있었는데 우리 음료는 일회용컵에 나왔다. 음료를 보자마자 함께 간 언니와 ‘헙’ 소리를 내버렸다. 마감 시간이 다가와서 일회용컵에 준 듯하다.
세 원칙을 전부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4주 동안 분명한 변화가 일어났다.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텀블러와 손수건을 챙기기 시작했고, 플라스틱 병 대신 종이팩이나 유리병 음료를 고르고, 수시로 환경 관련 기사와 영상 등 콘텐츠를 보고 있다.(스스로 의지 반, 알고리즘 의지 반)
사실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기획할 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도전하고 서로 실천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실천과 공유를 이끌어 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플.다 일기>를 보고 새로운 정보를 알았을 수도 있고, 공유하지 않았을 뿐이지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길 간절히 바라본다.
처음에 선언한 플라스틱 다이어트 기간은 끝이 났다. 하지만 앞으로도 종종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 일상 속 편안함에 익숙해져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질 때쯤 다시 “플라스틱 배출 ZERO”를 목표로 집중적인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몸무게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식단조절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