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4주간의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3주차 <플.다 일기>
  • 공감만세
  • 2021-03-05
  • 4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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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3주차 <플.다 일기>

 

글,사진 허민지 코디네이터

 

 

 

 

2021.03.01. 월요일

월요일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 튜브 용기의 불편한 진실

우리 아파트는 매주 월요일에 쓰레기 분리배출 한다. 그래서 월요일이 되면 집안 곳곳에 혹시 더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나 살펴본다. 이번에는 화장실에서 다 쓴 치약이 보였다. 진즉에 버렸어야 하는데 한 번이라도 더 쓰겠다고 둔 것이다.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됐다! 치약 용기에는 재활용 표시가 되어있다. 하지만 치약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치약을 비롯해 화장품 등에 이용되는 튜브형 용기는 내부에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한 코팅이 되어있어 재활용할 수 없다. 뚜껑은 플라스틱 단일 재질이라 원칙적으로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크기가 작아 선별과정에서 선택받지 못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 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작은 뚜껑까지 건질 수 없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재활용 쓰레기 선별과정을 보았다. 영상으로라도 직접 현장을 보니 왜 병뚜껑은 재활용 불가한지, 왜 이물질 제거가 중요한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우리집에서 떠난 내 쓰레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나처럼.

(영상) 치약, 케첩.. 튜브형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2021.03.02. 화요일

타일러의 작은 큰 용기

공감만세 사무실 바로 근처에 서점이 있다. 내가 이 사무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퇴근하는 길에 종종 책을 둘러보곤 한다. 그중에 눈에 딱 띄는 책이 있었다.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 간결한 디자인, FSC 인증 종이 사용, 저자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 이 세 박자가 어우러져 이미 책은 내 것이 되어있었다. 책에서 타일러는 객관적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경제적 관점으로 냉철하게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한다. 더하여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고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지금 지구는 위험하다고 외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미국도, 중국도, 정부도, 환경단체도 아닌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책 한 권에 담긴 그의 호소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이제 환경에 대한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여러분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2021.03.03. 수요일

소심한 용기내

출근길 종각역 핫플, 세븐일레븐. 나도 매일 들러 우유와 군고구마를 사 먹는다. 아침 대용으로 딱이다. 군고구마를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다. 고구마를 굽는 기계 위에는 고구마를 집을 집게와 고구마를 담아갈 코팅된 종이봉투가 놓여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 그 봉투가 언젠가부터 재활용 불가 쓰레기로 보이기 시작했고, 손수건에 담아가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내가 봉투를 못 본 줄 아셨는지, ‘봉투 위에 있는데.!’라고 하셨다. 나는 웃으면서 괜찮아요라고 답했고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용기내챌린지 후기를 보다 보면 이것저것 말을 덧붙이시는 분들이 계셔서 걱정했는데(“이렇게 안아껴도 돼요.” 등등의 참견), 편의점 용기내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내일은 조-금 더 큰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2021.03.04. 목요일

드디어 실전이다!

고구마에 용기를 얻은 다이어터! 오늘은 집에서 도시락통을 들고나왔다. 사실 보통 점심은 식당에 가서 먹지만, 용기가 꺼지기 전에 부스터를 달아야 한다. 사무실 근처에서 간단하게 포장해올 수 있는 메뉴, 역시 김밥이다. 쿠킹호일에 싸주던 예전과 달리 김밥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주는 곳이 많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분식집에 가서 도시락통을 내밀었다. “치즈김밥 하나 포장할 건데요.. 이 통에 담아주실 수 있나요?”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어쩐지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과연 결과는...? 다행히! 사장님은 흔쾌히 가능하다며 통을 받아가셨다. 도시락통에 정성스럽게 조각조각 담아주시는데, 학창시절에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모양이 조금 흐트러지면 어떤가. 맛만 있으면 되지!  다음엔 더 당당하게 요구하자!

(영상) 환경을 위해 우리 모두 #용기내​!  비닐없이 장보는 꿀팁 /환경부

 

 

 

2021.03.05. 금요일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3주째 하다 보니 내 안의 변화가 느껴진다. 소심한 성격이지만 누군가가 뭐 배달시켜 먹을까요?”라고 말할 때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게 됐다. 서점에서도 환경 관련된 책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물건을 살 때도 이게 꼭 필요한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배달 금지, 물티슈 금지, 일회용컵 금지> 이 세 가지 원칙만 지켰을 뿐인데! 그 이상의 결과가 생기는 듯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전히 내 쓰레기통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가장 공감했던 구절로 이번주 <.다 일기>를 마무리한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